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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생각 바른 글

볶은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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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 김치

죽는다는게 먼지 잘 몰랐다. 그냥 없어지는거였다. 주위 사람들은 그대로 있고 죽은 사람은 그냥 없어지는 것이 죽는거 라고 알았던 고2였다.

세상의 빛이라는 이름의 고등학교. 담임은 애들 잘 패기로 소문난 물리를 가르치던 갑수였다. 학생들은 180도 발차기로 애들을 패고 있는 국어의 숑숑, 생물의 푸른 곰팡이, 교련의 디스크, 음악의 불구, 독일어 색시, 다른 독일어 석고상 같은 선생님들과 무던히도 방학 수업을 지내는 중이었다.

종근이의 볶은 김치는 정말 너무 맜있었다. 장조림도, 소세지도, 계란 프라이도 그 녀석이 싸온 볶은 김치 앞에서는 그냥 반찬이었다. 집은 충주였고, 학교 다니느라 청주에 와 있는거였다. 하루도 빠짐없는 볶은 김치는 우리에겐 생명이었다.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개학이 일주일 남았다. 반장이 전화했다. "이종근이 죽어서 갑수하고 너 하고 준범이하고 이렇게 가 봐야 한다". 이게 무슨 개소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죽음이 먼지 모르던 17살이었다.

말로만 듣던 충북선이다. 제천에서 충주까지 운행하는 기차다. 예전에 이 기차를 타고가다 몇 초 차이로 죽음을 면했던 그 기차. 철학과 MT 가는데 따라가서 밤 새 같이 놀다가 집에 못 갔던 기차였다. 충주 가는 직행 버스는 기차보다 거의 두 배 시간이 걸려서 당시에는 거의 기차를 타고 충주까지 갔었다.

오근장에서 충주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면서 다들 말이 없었다. 

충주역에 도착해서 택시타고 종근이네 집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문 옆에 장독대 위에 새하얀파란 실내화가 눈에 들어왔다. 큰 누나는 늘 교복을 빨고 나면 파란 잉크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물에 교복을 얼마동안 담가 놓았다. 너무 희면 파랗게 보인다고... 실내화가 파란 하늘색으로 보였다.

아버지는 안계셨고, 어머니는 선생님 오셨다고 무어라도 준비하신다고 이내 부엌으로 가셨다. 그 놈 누나는 눈물을 뚝뚝 떨구며 다음 주면 개학이라 학교 갈 준비 다 해놓고 수영하러 가더니... 하시면서 우리를 보고 하염없이 울었다. 

우리가 눈물이 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도 울었어야 했다. 펑펑 소리나게 울어야 했다. 그렇게 종근이랑 헤어졌다. 그리고 학교는 변함없이 개학했다. 볶은 김치는 없었다. 꾸역꾸역 밥은 잘 넘어갔다. 조물주는 늘 우리를 시험한다. 이것도 견뎌봐. 잘 견디니 이것도 견뎌볼래 ? 이러면서 늘 우리를 떠민다. 

아주 작은 시험에 충분히 아파하면 시험은 바로 끝난다. 충분히 공감하고 아파하지 않으면 우리는 평생 아파할 수 도 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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