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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역에선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죽을 뻔 하다 살아난, 뻔 한 이야기와 철학과 여학생 MT를 따라간 무모한 공대생의 이야기다.

지구빵집 2016. 6. 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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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영화에 주로 배경이 된 삼탄역(三灘驛)은 대한민국 충청북도 충주시 산척면에 있는 충북선의 역이다. 삼탄이라는 이름은 강이 만들어낸 세 여울에서 유래되었고 역 인근에 영화 "박하사탕" 촬영지가 있다.

도역이 충북선 중간에 있는 삼탄역이다. 삼탄역에선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죽을 뻔 하다 살아난 뻔 한 이야기와 독서 모임을 같이하는 철학과 여학생의 과 MT를 따라간 무모한 공대생의 이야기다.

 

컴퓨터 공학과 MT를 삼탄으로 간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기차를 타고 가는 MT에선 모여 앉아서 키타치고, 한 잔하고, 노래부르면서 가는게 늘상 있는 일이었다. 그 기분에 취해서 놀다보니 기차가 삼탄에 도착했다. 줄을 서서 정해진 방향으로 문을 열고 내리는데 술김인지 몰라도 애들이 내리는 입구의 반대편 문을 열고 내렸다. 문을 열고 내리니 철로였고, 느긋하게 걸어서 플랫폼으로 올라서는데 저쪽에서 역무원 아저씨가 마구 달려오면서 손사래를 치면서 고래고래 외치는데 무슨 말인지 들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무궁화혼지 통일혼지 이 역에 무정차하는 열차가 방금 내가 걸어오던 철길 위로 쓔융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정신이 번쩍 들지는 않았다. 노발대발 쫓아오시던 역무원은 다행스러움이 더 컸던지, 아니면 주위에 있던 우리과 학생들이 말려서인지 더 이상 심한 말은 하지 않으셨다. 지금도 난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나에게는 아니 나같은 인간에게는 정말 꼭 한 번은 일어났어야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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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철학과 형이 MT를 삼탄으로 간다고 한다. 당시 나보다 한 살 위인 선배들과 친했기에 그 선배 학번인양 따라갔다. 독서 토론을 같이하던 철학과 여학생은 내가 자기 때문에 우리 한 해 선배들을 따라 가는것을 몰랐다. 삼탄에 도착후 형들을 따라 다니며 놀다가 개울가 모래밭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켜고 노는 캠프 파이어 시간이 되어서야 여학생은 내가 온걸 알았다. 아니 너는 우리과도 아니면서 왜 온거니? 투정을 부리고, 불타는 나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악수하고 인사하고 할때도, 피휴 피휴 거리면서 눈길을 서로 떼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형들과 어울려 심오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학생은 나에게로 다가와서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둘이 따로 불피운 장소에서 멀지않은 둔덕진 모래밭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화장실을 간다고 했다. 삼탄 민박집에 예약한 단체들이 많아서인지 민박집들은 사람들로 북적여서 나는 그녀를 데리고 민박집 외부에 있는 화장실로 같이 갔다. 멀찍이 떨어져서 저기가 화장실이네 하고 그녀는 화장실로 가고 나는 멀찌기 떨어져서 기다렸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나와서 약간 부축을 한채 개울가 깊은 곳 건너편의 어두운 모래밭으로 갔다. 날씨가 약간 서늘했는지 둘이는 팔짱을 끼고 그 여학생은 머리를 나에게 기댄체 너를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고 하였다. 나는 니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그날처럼 밤하늘이 유난히 깊고, 별들이 그렇게도 찬란하게 보인적은 없었다.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학생은 어슴프레 계곡이 어둠에서 벗어날 때 쯤, 별들이 빛을 잃을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기대고 있었다.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며 꼬박 밤을 새웠던건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로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근방에 있던 형들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간 모양이었다. 


묘하게도 영화 박하사탕은 나에게 두 가지 사건이 된 배경과 동일한 장소여서 설경구가 돌아가고 싶다고 외칠 때 나도 똑같이 마음속으로 말했다. "정말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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