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채식주의자 서평 한강 저

지구빵집 2016. 6. 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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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주의자, 아니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작가의 다른 책은 두 페이지를 읽을때 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눈물이 고여 힘겹게 오래도록 읽었는데, 야채, 아니 채식주의자는 불편하다. 불편해 하는 이야기를 다른 책으로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놀랐다.

 

오혜영이란 한 여자로부터 발현된 폭력성이 어떻게 인간성을 말살하고, 가족과 관계를 파멸로 이끄는지를 세 명의 주인공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각기 다른 문학지에 실린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 개의 작품을 묶어 탄탄하고 정교하게 어우러진 보기드믄 소설이다.

 

장마다 이야기 하는 인물은 오혜영과 오혜영 남편, 그리고 그 여자의 언니다.

 

백남준과 같은 비디오 예술가 비슷한 직업을 가진 그 여자의 남편은 숲속에서 일어난 꿈과 개를 잡아먹은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돌연 채소, 아니 채식주의자가 된 여자와 살게 된다. 모든 가족이 모여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채식주의자는 결사적으로 고기를 거부하다가 손목을 칼로 그어 자해하는 것으로 가족들의 관계는 해산하게 된다. 그 여자가 손목을 그었을때 들쳐없고 병원에 데려간건 오혜영 언니 남편이었다. 오혜영의 남편은 아내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쯤 들러서 아내가 가슴을 드러내 나무처럼 햇볕을 쬐다가 동박새의 목덜미를 깨물어 피를 흘리는 죽은 버드를 보게 된다.

 

중국집을 연상시키는 몽고반점에서 오혜영 언니의 남편은 예술가다. 작업실도 있고, 선 후배 관계도 원만하고, 예술가들끼리 도움을 주고 받는 짝짝꿍이 맞는 사람들도 주위에 여럿 거느리는 사회성 좋은 예술가로 보인다. 언뜻 아내로부터 스쳐 가듯 들었던 오혜영의 허리에 몽고반점이 뚜렸하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잃어버렸던 욕망과 작품에 대한 갈망을 품게 된다. 그리고 오혜영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간다. 화려한 꽃이 그려진 처제와 몸을 합쳐 비디오 촬영을 완성하는 기가 막힌 작품을...

 

나무불꽃에서는 예술가의 아내가 남편과 여동생 오혜영을 지켜본다. 작품이 완성되고 오혜영의 집에 자고 있던 남자와 여자는 남자의 아내가 오혜영의 집에 방문하여 작품을 본 순간 다시 파멸로 가게된다. 둘은 정신병원으로 실려가고 남편은 우여곡절 끝에 나와서 잠적하게 되고, 여동생 오혜영은 결국 정신병원 이곳 저곳을 떠 돌게 된다. 결국 여동생의 모든 과오와 파국은 언니에게 짐이 된다. 정신병원을 방문하는 언니는 남편과 여동생의 정사를 바라보고, 여동생의 꿈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공유하고, 여동생의 남편을 보낸 모든 벌을 자신이 짊어지게 된다. 생명이 위태로운 여동생을 정신병원에서 데려오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1. 꿈은 늘 그렇다. 술에 취하면 술에 취했을 때 기억이 나고, 낮술을 먹으면 세상은 엄청 선명해지고, 생각도 맑아지는 경험을 하는데 꿈은 우리에게 그런것을 주지 않는다. 또렸하게 꿈에서 깨고 나도라도 더 선명해지는 꿈은 없다.

 

2. 개인의 사회적, 인문학적, 정치적 신념들은 늘 다른 사람에게 폭력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과학으로 가면 피해는 훨씬 덜하다, 몽고반점에 나온 오혜영의 형부는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집착과 욕망으로 결국은 파국이 된게 아닌가.

 

3. 나무 불꽃은 그저 평이하다. 나무로 변해가는 여동생의 인식을 같이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정신병원에서 오혜영의 목숨을 부지 할 수 없어 데리고 나오는데, 그 당시 내 생각은 오혜영이 조금만 더 언니처럼 살도 찌고, 모습을 갖춰, 언니를 정신병원 병실에 누이고 자기는 탈출 하는 그런 상상을 하며 읽었다. 근데 그런일은 없었고...

한강이란 작가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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