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손아람 장편소설 '디 마이너스' - 격렬함 뒤에는 우울함이 온다.

지구빵집 2017. 8. 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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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슬프지 않았고, 감동적인 부분도 없었다. 그런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 부럽기도 했고, 그들보다 먼저 살았던 내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먼저 자본에 '적응'한 내가 서러웠던... 우리가 만들고자, 우리의 자식들이 살길 바랬던 세상을 만들었을까? 그런 세상이 오고 있을까?


너희가 만들고자 꿈꿨던 세상에서 살게 되기를 -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던 1997년 부터 2007년 까지의 기록


장마가 지나간 여름

웅덩이에 빠뜨린 시들을

끝내 건져내지 못하고 말았네


진보적인 사람은 '나는 진보적이다' 라고 잘 말하지 않는다. 자기 지시적인 문장은 자가당착의 역설을 일으키기 쉽다.


여자는 자기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보는 다른 눈에 영향을 받거든. 그 여자가 특히 그랬다.


불편해서 낭만적인 것


인간을 죽이는 건 깊은 물, 수면제, 면도칼 아니면 중력가속도지. 스스로 죽지 못하니까 그런 것들의 힘을 빌려야 해. 전원을 끄거나 눈꺼풀을 닫듯이 죽음을 실행할 수는 없는 거야. 숨을 참아 죽은 사람에 대해 들어봤어?


다 필요 없었다. 아무것도. 나는 그저 그 여자의 곁에 머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머물렀다.


마음속에만 꾹 담아둔 말. 그런 말은 검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말이 유일하게 입으로 하기 어려운 말이고, 그 말이 유일하게 입으로 할 가치가 있는 말이다. 마음속에만 담아두면 검증할 방법이 없어서였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계절과 같은 것


왜 모르는 사람을 위해 이타적이기는 쉬운 걸까. 가까운 사람에게 이기적으로 상처를 입히기 쉬운 만큼.


가까워지기는 어렵지만 멀어질때는 가속이 붙는다.


란다우어의 원리란 열역학 법칙이 있어. 통념과는 다르게 에너지는 정보를 조직할 때가 아니라 삭제할 때 사용된다는 거야. 기억하기는 쉽다. 잊기는 어렵다. 사랑에 빠지기는 쉽다. 지우기는 어렵다. 얼마나 더 큰 에너지를 지나간 기억위에 미련하게 쏟아부어야 할지...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만이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뜻이야.


부를 수 없는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 사물과 같다.


8분, 태양을 떠난 빛이 어두운 우주를 통과해서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이다. 1억 5천만 키로미터의 거리다. 


모두가 떠난 빈자리는 흉터처럼 메워지지 않는다. 새로 나타난 사람은 빈자리를 채우는 게 아니라 새자리에 않게 된다.


아주 철저하게 세상이 되어 낭비한 젊음을 보상받는 거지.


누군가의 반대편에 서는 것으로 내 위치를 결정하진 않을래. 


목젖을 크게 떨어 듣기 좋은 울림을 내는 큰 웃음소리를 내는 그 여자의 뒤에는 큰 슬픔이 있다. 다시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큰 소리로 웃었다.- 이건 아님


의심, 호기심, 반항심 - 좌파들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들 - 민서


지상에 완전한 아름다움은 없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선호하는 것들이 이름다워졌다. 블랙홀, 중력, 진공, 빛과 어둠.... 우주가 그렇다. 


30만 원으로 할 수 없는 일은 30억 원으로도 할 수 없어.


스커트 참 잘 어울린다. 

미쥬는 자기 다리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나 다리 이쁜 거 몰랐어? 

뭔 소리야. 

스커트를 칭찬한거야. 너 치마 입은거 참 오랜만에 본다. 잘 안 입었나?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단 한번도, 힐도 한번 안 신었어. 

뒤트임 샌달이나 구두만 신었고. 

단 한번도? 

단 한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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