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서 - 도종환 고통은 끝나지 않았는데 여름은 가고 있다아픔은 아직도 살 위에 촛불심지처럼 타는데꽃은 보이지 않는지 오래되었다사십육일만에 단식을 접으며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미음 한 숟갈을 뜨는데미음보다 맑은 눈물 한 방울이 고이더라고 간장빛으로 졸아든 얼굴 푸스스한 목청으로 말하는데한 숟갈의 처절함한 숟갈의 절박함 앞에서할 말을 잃고 서 있는데한 숟갈의 눈물겨움을 조롱하고 야유하고 음해하는이 비정한 세상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스스로를 벼랑으로 몰아세운 고독한 싸움의 끝에서그가 숟갈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때미음보다 묽은 눈물 한 방울이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이 나라가 아직도 희망이 있는 나라일까 묻는데한없이 부끄러워지면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생을 내팽개치고 싶어지면서넉 달을 못 넘기는 우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