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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든스의 역설’에 빠진 북극해

지구빵집 2020. 4. 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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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든스의 역설’에 빠진 북극해*

 

세계 도처의 기후변화 현상은 인류가 더는 안일하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주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은 지구 환경 파괴와 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대양보다는 대륙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데 특히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서 높은 수치를 보인다. 특히 북극은 기후변화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환경 파괴에 따른 영향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산업혁명 이후 전 지구의 평균 온도가 약 1℃ 상승했는데, 북극 온도는 그보다 더 높은 2.5℃ 이상 상승했고 이 증가 폭은 지구 평균의 2배 이상이다. 향후 100년간 연간 평균기온이 육상의 경우 3~5℃, 해상의 경우 최대 7℃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북극해의 빙하 용해와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한파, 폭설, 홍수, 가뭄 등 이상기후의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이에 따라 거대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외부와 거의 접촉되지 않았던 북극 생태계와 북극 원주민을 포함한 생물 종 다양성의 보호 문제, 해양 동식물 먹이사슬 체계를 위험에 빠지게 했다. 북극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나 문제는 더 이상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듯 지금 세계는 기든스의 역설(Giddens’s Paradox)에 빠져 있다. 그 역설이란 지구온난화의 위험은 손으로 직접 만져지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기에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 다가온다 한들 우리 대부분은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대응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위기가 눈앞에 닥친다면 이미 때는 늦는다. 기든스의 역설은 오늘날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 양상 전반에 퍼져 있다. 사람들 대다수에게 기후변화 문제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기든스의 역설로 설명할 수 있다.

 

지진으로 인한 메탄가스 방출로 북극 기후변화 (출처: 리아노보스티)

 

북극 사막과 툰드라 지역 16% 감소(65년간) (출처: 리아노보스티)

 

지구온난화는 북극의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파괴된’ 북극 환경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 전 세계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북극 기후변화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북극 기후변화의 영향은 눈 덮인 기간과 면적을 감소시키고, 북극 여름의 해빙(海氷) 면적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러시아 서부 동토층의 남측 한계선이 북쪽으로 30~80km 이동하면서 지역 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북극 기후변화는 북극의 해빙(解氷)으로 해수면 상승이 연간 지속해서 오르고 있으며, 전 지구적 기상 이변을 초래하고 있다.

 

둘째, 북극 해빙(海氷)의 감소는 북극 상공에 존재하는 거대 소용돌이(Polar Vortex)의 강도를 약화하고 이에 따라 극 소용돌이 안에 갇혀 있던 북극의 냉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와 겨울철 잦은 한파를 일으킨다. 북극해를 덮고 있던 북극 해빙(海氷) 감소로 인해 바다에서 열과 수증기가 방출되고 이로 인한 북극해상 수증기량 증가는 유라시아 폭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북극 온도 상승은 찬 냉기를 감싼 제트기류의 약화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중위도에서 움직이는 이동성 저기압 세력도 약해져서 대기 순환이 잘 안 되게 되며, 이는 여름철 가뭄과 폭염으로 이어진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대 속에 포함된 막대한 양의 메탄이 방출되고 이런 이유로 지구온난화는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셋째, 북극 지역 온난화가 급속하게 증가한 현상을 ‘북극 증폭’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같은 온실가스가 대기 중 열을 가둬 지표면의 온도 상승을 유발하는데 이것은 북극 지역에서 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일명 ‘아이스 알베도 피드백 효과(Ice Albedo Feedback Effect)’에 따르면, 갓 내린 눈은 태양 복사에너지의 80% 이상을 반사하는데, 온난화에 따라서 눈과 얼음이 녹게 되면 태양 복사에너지의 반사율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해양으로 표면이 바뀐다. 즉 눈과 빙하는 햇빛을 반사하는 역할을 하지만, 온도 상승으로 사라지면 햇빛이 그대로 토양과 해수 표면에 도달해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극지방은 지표면 대기와 상층부 대기 사이에 열에너지 교환이 적어 냉각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극 증폭’을 유발한다는 것인데 특히 표면 반사율 하락이 그 핵심이다.

 

바렌츠해의 미세 플라스틱 (출처: 리아노보스티)

 

북극해 해빙의 심각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출처: 리아노보스티)

 

북극에서는 지구 전체 평균보다 두세 배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일년생 해빙은 물론 수년간 단단하게 다져진 다년빙도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그 어떤 기후 모델이 예측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다. 이상기후의 원인이 되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두고 논란은 있지만, 그 시각에도 자연재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 지역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재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 지구적 자연환경과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면서 범세계적인 환경 보전 대책에 대한 국제협약들이 체결되고 있다. 특히 북극해 연안국 정부와 환경단체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자원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을 경계하고 있다.

 

북극이사회로 대변되는 북극권 거버넌스 체제는 북극 지역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수국 간 협의체이다. 북극이사회는 북극 환경보호와 지속적 발전을 목표로 6개 분과를 중심으로 북극의 연구 협력, 조정, 자료 교환, 교육 활동을 촉진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북극 기후변화에 따른 거버넌스의 변화에 대한 압력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현실에서는 초국가적 협력보다는 경쟁과 분쟁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국제협약이나 협의체 내에서의 강대국 패권은 어렵게 구축된 거버넌스의 작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강대국이 국제협약을 파기하거나 비협조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북극해를 둘러싼 국가 이익을 셈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해의 급속한 해빙과 기후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주고 있다. 북극해에 매장되어 있는 다양한 에너지, 식량, 광물과 같은 천연자원에 대한 용이한 접근성과 북극항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북극을 선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치열하다. 하지만 ‘기회’의 열매를 따기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기다려줄지 의문이다. 북극은 넓어진 개발의 여지만큼이나 환경을 어떻게 잘 보전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지를 두고 인류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험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기든스의 역설을 풀 수 있을까. 기든스가 제시하는 주된 관점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그것이 국내적인 것이든 국제적인 사안이든 언제나 ‘정치적 문제’ 내지 ‘정치적 행위’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의 위험은 불확실성과 모호함, 복잡성이 내재해 있어 과거의 교훈과 미래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물론 과학연구를 통해 북극 기후변화 자체가 전 세계적 기후변화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밝히면서 앞으로도 북극권 국가의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저자의 허락하에 게재함) 

 

- 라미경, 배재대학교 한국-시베리아센터 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 연구소

17035)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외대로 81 TEL.031-330-4852 FAX.031-330-4851 81, Oedae-ro, Mohyeon-myeon, Cheoin-gu, Yongin-si, Gyeonggi-do, 17035. www.rus.or.kr

* Russia-Eurasia Focus에 개진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러시아연구소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Polar Bears © www.JSGrove.com / WWF 해결방법은 없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현재 알려진 배출량보다 더 많은 탄소를 땅에 묻어 저장함으로써 배출량을 역전시키는 방법인데, (이와 관련된 과정을 '탄소 포획격리(CCS)'라고 부른다.) 이런 방법도 이미 늦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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