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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생각 바른 글

선한 의도가 자주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때

 

 

선한 의도가 자주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때 

 

모든 계획이라는 것들은 모호하지만 어느 정도는 기대에 차있다. 분명 남자가 꽃을 보낸다면 여자는 기쁘게 받을 것이고, 직장 동료의 반응을 보는 일도 좋은 기분일 테고 진심이든 아니든 선물을 받음으로 느끼는 감정은 하루 중 가장 유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선물, 그중에서도 꽃과 와인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선물을 받으면 자기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특별한 일정이 있지는 않지만 기분이 한결 기대에 들뜨기 때문이다. 물론 값비싼 보석이나 가방은 더없이 귀중한 선물로 아무 때나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자주 없다.

 

처음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기업에 제법 오래 다녔다. 5년이 되는 해마다 회사에서 주는 휴가와 선물을 받았다. 어느 해는 큰 비전을 세우고 100년을 시작하는 해라며 큰 기념식을 하고 5돈짜리 금으로 만든 동전을 받은 적이 있다. 꽤 큰 선물이었다. 선물을 많이 받는 사람은 받을 때마다 엄청 감동스러운 것은 아니다. 늘 받는 선물이나 꽃, 거기다가 받았던 적이 있는 선물이라면 속은 그렇게 기뻐하지 않을 수 있다. 경제학 법칙 중에 허만 고센(Hermann Heinrich Gossen)이 주장한 '한계효용의 체감 법칙' 만큼 인간의 욕망을 잘 표현한 말은 없다. 이 법칙은 어떤 사람이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씩 소비함에 따라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도(혹은 필요도)가 점차 감소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갈증이 있는 사람이 물을 마실 때 첫 모금에서 느끼는 만족, 즉 효용이 가장 크고 점점 더 많이 마실수록 만족은 점차 감소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즐거운 일도 계속하게 되면 나중엔 즐거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중독이나 섹스를 제외하고 그나마 오래가는 즐거운 일 중에 하나는 베푸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거나 애완동물을 보살필 때 사람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오로지 대상의 행복한 모습을 인자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보살피고 사랑을 쏟는 대상이 더 강한 행복감이 들도록 섬세하게 집중하는 일을 지겨워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일이야말로 가장 만족감이 크고 언제나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은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아주 긴 시간 동안 한 직장을 다닌 여자에게 아는 꽃집을 통해 꽃다발을 보낸다. 오전에 꽃집에 전화해 주문이 되는지 문의하고 일찍 꽃배달을 주문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인조 매니큐어 만드는 회사에서 스마트 팩토리 구축 실무 협의가 있었다. 아침 일찍 차를 몰아 도착하자마자 일하느라 오후 3시가 다 돼서 주문을 하고 입금을 했다. 순전히 꽂을 전달하는 시간이 늦어진 게 남자의 책임이라서 여자에게 5시에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다음 날 아침에 배송을 하기로 했다. 이미 다음 날 아침에 꽃을 받기로 꽃집 주인과 통화를 마친 여자는 고맙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남자는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꽃을 받은 여자는 '예쁘고도 예쁘다.'라고 말했다. 남자는 또 정말인 줄 알았다.

 

주문 다음 날 꽃을 주문한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꽃을 전달해 드렸는데 밤 사이에 물이 말랐나 봐요. 정말 신경 써서 예쁘게 해 드렸는데 죄송해서 어쩌죠?'

 

영문을 모르는 남자는 말을 아낀다. 꽃의 가격이며 배송비가 따로 든다는 거며, 보관했다가 아침에 배송하고, 남자의 목소리를 잘 안다는 그런 것들은 다 지난 거라며 무시하기로 한다. 남자는 꽃을 보내는 의도와 꽃의 효용성, 받는 여자가 느낄 기쁨의 정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꽃을 배달하려고 주문하는 통화 순간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흘러가는 것들은 무언가 어그러진다는 것만이 어렴풋 느낄 뿐이다. 꽃집 사장님은 겁에 질려 있기도 하고, 과분할 정도로 미안해하는 목소리다.

 

'얼마나 여자가 잔인하게 굴었으면...'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늘 여자는 자기를 제외한 사람에게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아들과 남자에게도 잔인하게 굴었다. 어쩌면 꽃을 파는 사장님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었다. 물건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은 모두가 사는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는 관계일 수 밖에 없다. 꽃을 배송받아야 하는 사람은 여자였고 꽃집 주인은 여자의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대화가 겁이 났을 수도 있다.

 

'꽃이 말라서 정말 죄송한데요.'

 

얼마나 심하게 굴었으면 사죄하듯 죄송하다는 말을 남발하며 이야기할까 하는 생각을 남자는 하고 있다.

 

'꽃을 다시 만들어 드리기로 하는 것보다 꽃을 하나 더 주문하신다고 해요. 그래서 절반 값에 해드리기로 했어요.'

 

늘 남자가 여자와 지내며 겪었던 일을 똑같이 당하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이왕 편을 들려면 남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자기 사람 편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남자는 감정을 전혀 섞지 않고 말한다.

 

'네 여자분이랑 이야기 한 대로 해주시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일단 물러나겠습니다.'

 

평소의 남자라면, 다른 사람과 얽혀 자초지종이 필요한 일이라면 남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고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아, 그러셨군요. 죄송해서 어쩌지요? 괜히 문제만 일으켰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이 안 하던 짓을 해서 그런가 봐요. 어쨌든 목소리만 듣고도 알아보시니 고맙고요. 항상 친절해서 고맙네요. 다시 제대로 주문할 테니까 미안해하지 마시고 상품 보내주세요. 아셨죠?" 

 

여자는 정말 제대로 지불할 돈의 반 값을 지불하고 , 겨우 한두 시간 만에 받은 꽃을 사무실 꽃병에 꽃아 두는 데 성공했다. 전적으로 여자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언어가 만드는 의도하지 않지만 드러날 수도 있는 폭력, 협박, 위협, 강제, 자기가 원하는 의지 관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남자와 다르다. 결국은 반값에 꽃을 보내기로 했다고 꽃집 사장님이 말했다. 남자는 늘 이런 현실에 겁을 먹는다. 쓸데없는 선의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에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꽃을 보낸 지 정확히 하루가 지나고 사이가 틀어지고 싸우는 부부도 없을 텐데. 남자는 혼란스러워한다. 남자가 베푸는 선의가 늘 이런 파국으로 끝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여자는 왜 꽃집이 그곳이고 자기가 무엇을 잘못한 건지 이해를 못한다. 이해한다는 것은 시간이 남아돌아 아무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결국 다다를 수 있는 종착점이 이해라는 곳이다.

 

여자의 피가 B형이고, 남자가 추구하는 애착관계가 안정형 애착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소통 수단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 외식을 계획한다든가 여행을 가거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그럴싸한 일들에 남자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 일들이 늘 파국으로 맞이하고, 즐거움은 커녕 다투지 않고 마무리 되었다는 사실 하나에 안도하는 부부관계라는 사실에 남자는 절망했다. 가끔은 불안형 애착관계가 두드러지는 남자는 매번 어그러짐을 느낀다. 사람은 가질 수가 없지만 기억은 온전히 남자의 것이기에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보고 싶지만 그것은 남자의 바람일 뿐이라고 겁을 먹는다. 선한 의도가 끝까지 유지되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많이 일어난다면 반대로 나쁜 의도는 어느 정도 선한 쪽으로 결말을 맺는 일도 아주 많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삶은 그렇다.

 

 

 

곧 겨울이 옵니다. 이걸 풀어 꽃병에 꽃은 사진은 최악이었어.

 

 

 

 

 

 

 

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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