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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 기조연설문 - 강경화 장관

지구빵집 2020. 11.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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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외교부 장관 강경화입니다.

 

오늘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를 통해 여러분들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올해는 우리 국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 모두에게 어렵고 힘든 한 해입니다. 엄청난 전파력으로 백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코로나 19 팬데믹은 모든 면에서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19 팬데믹은 인류애를 키우는 개방과 연대의 가치에 근본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입국금지나 국경 폐쇄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여객기 운행량이 평균 90% 감소하는 등 국가 간 인적교류가 급감하면서, 역세계화 추세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각 나라 안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물리적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일상적인 사람간의 연대도 약해져 가는 듯 보입니다.

 

나아가 코로나19는 우리의 건강과 일상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두려움과 혐오와 차별의 바이러스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경우들이 있으며, 지난 5월 젊은 층이 모이는 클럽에서 시작된 수도권 집단감염 사태시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표면화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는 아시아계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폭력 행위로까지 이어지면서 인종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습니다. 최근 유럽 지역내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재확산되면서 이러한 사회적 갈등이 더 심화될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절실한 때입니다. 14세기 흑사병,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최근 SARS와 MERS까지 인류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질병과 싸워왔지만, 항상 해결책을 찾았고, 극복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번에도 위기를 극복해 낼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음을 열고 서로 협력해야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자명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때, 내가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뿐 아니라, 나로 인해 남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꼭 쓰고 방역을 철저히 한다는 자세를 견지할 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간에도 국경을 뛰어넘는 코로나19의 전파는 인류가 정말 생명공동체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개인, 한 사회,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극복될 수 없습니다.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서로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태도를 버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는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를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교류를 어렵게 하고 있는 지금, 무엇을 통해 서로 접촉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요?

 

저는 인류의 진정한 연대를 가능케 하는 매개로 문화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문화적 경험은 우리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와 무관하게 인류의 본질적인 부분에 호소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대면’을 본질로 하는 문화계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고 인류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경험의 기회는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새로운 문화현상을 목도하였습니다.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들은 ‘방구석 콘서트’로 서로를 위로했고, 음악가들은 무료로 공연 영상을 업로드 했습니다. 많은 미술관들은 소장 작품을 기꺼이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VR 기술을 접목하여 전시회에 목마른 많은 이들의 마음을 달랬습니다.

 

코로나 19는 대면 교류를 어렵게 했지만, 이를 계기로 빠르게 확대된 온라인 공간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동시적인 교감이 가능해졌습니다. 우리는 76만명이 모인 BTS의 온라인 콘서트에서 인종, 종교, 성별과 관계없이 교류와 공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통의 문화적 경험이 사람들간 교류와 공감을 확대시키고,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희망을 갖게 합니다.

 

여러분, 코로나 19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치료제, 백신 개발과 보급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치유는 코로나19로 인해 두껍게 쌓인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질 때에야 비로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UNESCO의 주요 프로그램인 “연대와 포용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우호국 그룹을 만들어서, 코로나19가 심화시킨 차별, 혐오, 배제에 맞서자는 목소리를 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국제 협력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깊어진 반목과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이를 치유하고 예방하는 것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또 다른 위기를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럼에는 평소에 모시기 어려운 세계적인 석학과 예술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각 분야의 여러 인사들의 지혜와 통찰의 말씀을 함께 나누면서, 코로나 19로 지친 많은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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