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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 김나영

지구빵집 2021. 3. 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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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김나영

 

이 남자다 싶어서

나 이 남자 안에 깃들어 살

방 한 칸만 있으면 됐지 싶어서

당신 안에 아내 되어 살았는데

이십 년 전 나는

당신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나 당신 밖에 있네

옛 맹세는 헌 런닝구처럼 바래어져 가고

사랑도 맹세도 뱀허물처럼 쏙 빠져나간 자리

25평도 아니야

32평도 아니야

사네

못 사네

내 마음의 공허가

하루에도 수 십 번 이삿짐을 쌌다 풀었다 하네

 

-시집『수작』(애지,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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