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날마다 만우절, 윤성희 소설

지구빵집 2022. 6. 7. 08:24
반응형

 

 

 

소설을 읽은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인간의 감성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아니면 글쓰기에 필요한 재미있는 표현이나 어구를 익히기 위해서, 또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어떤 책이든 좋은 표현이 나오면 줄을 굿거나 표시를 하는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그럴 수 없으니 아래 모서리 부분을 접어둔다. 나중에 서평을 쓰려면 접은 곳이 하도 많아 전부 펴고 대충 요약하고 반납하기 일쑤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보는 즉시 적는 것이다. 

 

윤성희 작가의 단편 소설을 묶은 '날마다 만우절'에서 단편의 주인공들은 자주 지키지도 못하는 결심을 한다. 늘 사고가 난다. 떡볶이 집으로, 장기를 두는 수선집으로 지나가던 차가 돌진한다. 깁스를 6번이나 하고, 자기에게 관심 있는 후배를 장례식장에서 4번을 만난다. 가족 중에 누군가 매 번 돌아가시고, 놀이터를 자주 간다. 눈도 자주 오고, 자주 술을 마시고, 자주 회사를 그만둔다. 매일 꿈을 꾸는 데 꿈속에서는 누군가 매번 출몰한다. 나타난 꿈속의 주인공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참 전해준다. 

 

암튼 소소한 즐거움을 이기는 큰 즐거움은 없다. 일단 양적인 면에서도 게임이 안 된다. 소소한 즐거움은 얼마나 많은가? 

 

그런 이름들이 있다. 듣기만 해도 공부를 잘했을 것만 같은 이름, 듣기만 해도 부모님에게 사랑받았을 것만 같은 이름, 듣기만 해도 아주 잘 달렸을 것만 같은 이름 p.17

 

넷째 오빠의 생활 계획표에는 '가만히 있기'라는 칸이 있다. 하루에 한 시간, 오후 네시에서 다섯시 사이였다. 부엌 뒤쪽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면 오래된 의자 하나가 있었는데 넷째 오빠는 주로 거기에 앉아서 '가만히 있기'를 실천했다. p.19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그이 손에 내 손을 가볍게 올려 놓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요.' p27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돌을 던져 구경하던 아이가 죽었다는 기사였다. p.31

 

목련 풍선 p.43    

 

윤정이 세번째로 사귄 남자였고 다섯 번째로 사랑에 빠진 남자였다. 두 번의 연애와 두 번의 짝사랑을 지켜본 나는 윤정이 결혼을 한다고 말했을 때 너무 놀라 ㅅ맥주를 마시다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윤정의 언니 말에 의하면 그 남자들은 하나같이 등신 같은 놈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놈들만 골라 사랑에 빠지는 걸 보면 내면 깊숙한 곳에 어떤 결함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p.57     

 

얼음땡 놀이 p.109

 

수산물 코너에서 일하는 청년이 싹싹하게 이모님이라고 불러주어서 아귀 한 마리를 샀다. p119

 

공기 3단에서 죽었다.  100년 넘겼다.  p.130

 

마녀들이 끓이는 이상한 수프. p.134

 

제목 뜀박질. 지은이 강애순. 헉 할머니. 헉, 얼른. 헉, 문열어주세요. p.137

 

선배 술 한잔 할까요? 정민이 물었다. 민정이 나중에, 라고 대답했다. p152

 

민정은 술을 마시기 전에 꼭 앞접시에 다음 먹을 안주를 올려놓았다. p.154

 

"화가 나면 청소를 해." 그건 정민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알려준 방법이었다. p161

 

아이가 '왕년에는 더 똑똑했어요.' p181

 

외로운 사람이 감기에 더 잘 걸린다는데 사실일까요? p.211

 

인마, 내가 그 이야기를 하면 세계 평화가 위험해져." p219

 

꼴값하네. p.239

 

끝말잇기 필살기, 기름, 구름, 고드름, 여드름, 주름, 이름, 흐름, 여름, 보름, 늠름 p.246

 

"니가 내 영혼을 어떻게 알아. 나도 모르는데." p.248

 

설날에 예쁜 양말 신기 p.257

 

암튼 세상 어딘가에 이런 이름의 카페가 있다는 거였다. '맞은편보단 이쪽이 낫지 않은가' 카페 맞은편에는 감옥이었다. p.264

 

중국에서 실연당한 코끼리가 난동을 피웠다네. p.268

 

시계를 보지 않는 날은 이상하게도 시간이 빨리 갔다. p.274

 

외로우면 괴팍해지는 거야. 내가 괴팍한 노인이 되거든 니들은 날 보로 오지도 마, 알았지?

 

착하다는 말을 들으면 착한 일을 한 가지씩 하게 돼. 

 

 

날마다 만우절, 윤성희 소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