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때글은 다 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이 흰 바람벽에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