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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하 4

아토포스 ATOPOS.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대상을 ‘아토포스’로 인지한다.

우리는 실제적인 사람이다. 일상생활과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다. 사실에 집착하고 현실적이며 적용을 잘하는 것만을 생각한다. 가끔 그와 함께 즐겁게 지내고 나면 버릇처럼 혼잣말한다. "그와 함께 어떤 걸 해도 항상 더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와 함께 술을 더 자주 마시고, 더 오랫동안 놀고, 그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더 자주 재미있는 일을 하길 바랄 뿐이다." "자주, 오랫동안, 많은" 같은 형용사는 도대체 얼마나 "자주, 오랫동안, 많이"를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측정할 수 없는 단어가 아닐까? 그러니까 결과에 만족하는 감정적인 상태라서 횟수나 수량을 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고유의 색과 곡선을 가진 반짝이고 근사한 몸을 가지고 있다. 길쭉한 손가락과 둥근 손톱, 검게 빛..

대공원 산책길에 윈도가 여러 개 생겼다.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인 동지(冬至)에는 태양이 가장 남쪽에 위치해 우리나라 주변은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길어진다. 동지를 시작으로 낮의 길이는 점점 길어진다. 뉘엿뉘엿 해가 질 때가 되어서야 집을 나선다. 머리를 식히는 데는, 아니 강제로라도 움직여야 하는 일이 필요할 때는 산책이 제격이다. 여름이면 언덕 훈련을 하는 동물병원 앞으로 다리를 지나 동물원 입구에 도착한다. 다리 양 옆으로 '숲 속 바라보기' #4 윈도가 두 개 있다. 고집을 부려 구태여 창을 통해 바라 볼 필요는 없지만 가장 멋진 숲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동물원 옆 미술관 입구를 지나서 대공원 정문의 다리 중간에는 '노을 바라보기' #1 창이 또 보인다. 저녁노을이 아름답다. 추운 날씨로 호수 전체가 ..

꽃잎 떨어져 바람인 줄 알았더니 세월이더라.

● 글을 길게 써야 한다는 지나친 욕심이 온통 쓸모없는 인용과 복사해 붙여 넣기로 모두 형편없는 글을 만들었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자신의 글을 써야 한다. 내면에서 나오는 글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남자는 자기가 읽고 싶은 글을 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쓴다.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일은 이제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남자의 이야기가 밖으로 흐르도록 하자고 생각한다. 어떻게 내면을 보일 수가 있을까? 내면은 창피하고 부끄럽고 드러내기 힘든 일로 가득 차 있는데, 더구나 사악하기도 한 마음을 어떻게 흐르게 한단 말인가? 진심이란 함부로 꺼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서 아무리 마음이 흐르는 대로 글을 써도 진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여기서 또 한동안 머무..

호를 얻다. 여름이 가기 전에 지어준다던.

한 여름에 그가 나에게 호를 지어준다고 했다. 주위에 호를 가진 사람이 여럿 있다.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보통 필명으로 쓰거나 별호(別號)로 지어 우아하게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원래는 8월 중순 생일이 되기 전에 지어줄려고 하다가 늦어지고, 8월 말 여름이 가기 전에 지어 주었다. 맑은 날아침, 밝은 곳에서, 깨끗한 기운으로 생각해야 좋은 호가 나온다고 해서 그런 날을 찾느냐고 늦었다고 했다. 마침 8월은 비도 많이 오고, 흐린날도 많았다. 동네에 아는 분들도 호를 서로 지어주기도 한다. 가까이 지내는 분들 호를 보면 청안, 과농, 을목, 혜안 등이다. 의미도 모두 좋을 수 밖에 없는데 너무 건방 떠는 듯 지어줘서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친구는 주역이나 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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