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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시국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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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시국선언문


2014년 5월 28일 오전 9:55

선박이 뒤집힌 사고가 구조 체계의 허점으로 인해 참사를 빚은 대사건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본 지 40 여일이 지났다. 배 안에 갇혀 바다에 가라앉은 이들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이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보호하며 힘을 주려던 학생과 교사,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승무원, 생활의 전선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분들, 구조 작업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 


또한 살아남은 자의 지옥을 겪고 있을 부모와 친지, 그리고 구조된 분들도 깊은 고통을 치유해나가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우리는 이런 일이 결코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힘을 보태기 위해 결의를 다지고자 한다.

 

세월호 참사와 그 후속 조치는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윤리는 도외시하고 이윤 추구만을 목표로 삼은 채 권력과 유착하는 기업, 권부의 눈치를 보며 명령만을 수행하는 영혼 없는 관료, 권력의 편에 서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여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나선 언론, 해결에는 무능하면서 헛된 평판에만 집착하는 정부, 안전 관련 입법 활동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도 이번 사태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국회, 비통해하는 유가족을 미행하고 사찰하는 전대미문의 야만적 행태를 보이는 경찰, 복지를 최대의 공약으로 내걸었으되 정신적, 물질적 도움이 가장 필요한 피해자 가족들을 외면하는 대통령, 이 모두가 참담하고 수치스러운 우리의 현주소이다.

 




그 사이에 권력의 편에 선 자들은 막말과 조롱으로 피해자들을 욕보이며, 자식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희생자 가족의 몸부림을 불온시하며 더 큰 상처를 안기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침통에 빠진 경황 중에도 명복이나마 빌기 위해 추모의 행렬에 나섰는데 그 의도마저 왜곡하고 있다. 


제자와 동료를 잃은 아픔을 딛고 일어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책임 소재를 철저히 밝히라고 나선 교사들을 색출하여 징계하겠다고 나선 이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란 말인가?

 

대학은 학문과 양심의 보루로서 권력과는 항상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쓴 소리를 내도 반응은 없고 병폐는 계속 누적되어가는 현실에 지쳤다는 핑계로 대학은 이제까지 크고 작은 사회악을 외면해왔다.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명목으로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교육부에 순응하며,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용기를 스스로 포기해왔다. 이번 참사는 도처에 만연해 있는 도덕적 무감각이 빚어낸 인재라는 점에서 우리는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게을리 했다는 죄과를 절감한다. 모두의 각성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잊자고 해도 잊지 않을 것이며, 가만히 있으라 해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라고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나’가 아닌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실천하는 한편, 학생들 스스로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가르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며, 그것이 다시는 이런 참화가 일어나지 않을 세상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도덕과 진실을 튼튼한 바닥짐으로 하여 다시는 침몰하지 않을 나라를 만들어야만 희생된 영령들도 그나마 편히 눈감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결의와 아울러 학생들이 안전한 나라에서 참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한국교원대학교의 서명 교수 일동은 대통령과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세월호 침몰과 사후 대책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규명할 수 있도록 엄정하고 공명정대한 진상조사 기구를 구성하고, 책임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라.

 

1.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가족의 품에 안기기를 애원하고 있을 실종자의 수색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유족들과 관련 피해자들의 치유와 보상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라.

 

1. 해경 해체와 같은 미봉책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 말고,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시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라.

 

1.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시국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1. 유가족을 사찰하는 전대미문의 야만적인 행태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책임자를 엄벌하라.

 

 

2014년 5월 28일

 


한국교원대학교 서명 교수 일동

 

강태호, 권민재, 권순회, 권정화, 김경용, 김경철, 김경한, 김기대, 김미숙, 김영훈, 김왕규,

김은숙, 김종우, 김주휘, 김지경, 김진근, 김찬국, 김한별, 김한종, 김혜원, 남상준, 남운,

류제헌, 민경훈, 박도영, 박병기, 박선웅, 박정원, 박종률, 박현선, 박형우, 변미혜, 손준종,

송호정, 심현섭, 엄기형, 유진은, 이건남, 이경화, 이동주, 이민부, 이병인, 이병희, 이용기,

임수만, 임영무, 장수명, 전경준, 정광순, 정필운, 조민식, 조재순, 조한욱, 주명철, 최새은,

최숙기, 최용규, 한정길, 허병기, 허수미, Judy Yin (총 61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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