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도, 그곳에도, 모든 곳에 꽃이 피었다.
자연은 한눈팔지 않는다. 세상을 운행하고 채우는 데 빈틈이 없다. 구름과 나무와 꽃과 살아가는 생명도 자연이라서 마찬가지로 한눈팔지 않지만 가끔 바람은 피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짧은 순간이나마 날씨가 심술을 부리고, 봄 날과 가을날을 즐기는 계절의 길이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꽃이 피는 시기를 예측할 수 없어 축제는 연기되고, 꽃이 진 후 열리기도 한다. 요 며칠 기상이 쌀쌀하고 낮엔 따뜻했다.
요약
청남대 울트라마라톤 100km 참가한다고 올렸는데, 날씨가 너무 안 좋아 대회가 중단되는 바람에 실패했습니다. ㅠ.ㅠ
마라톤 출발 시간 토요일 오후 4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10시 30분 차가운 비가 눈으로 변하고 우박이 내리기 시작해서 결국 43km 지점에서 회수차 타고 복귀했습니다. 주최 측에서는 새벽 1시 30분에 안전을 위해 대회 중단을 통보했고요.
여하튼 즐거웠습니다. 모든 순간을 즐겼고, 아쉽지만 경험을 얻었으니 만족합니다. 2018년, 2025년 두 번을, 처음에는 초보라 힘들어서, 이번엔 기상 악화로 실패네요.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합니다.
결국 누가 이깁니까? 오래 산 사람이 다 가지게 되어 있어요.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결국 이룹니다. 달릴 힘이 남아 있다면 내년에도 도전입니다.
메달은 완주 못해도 줍니다. 기념품이라고... ㅎㅎ 응원해 주신 러너분들 감사합니다. ^^
대부분의 일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무엇인가 원하거나 갖고 싶거나,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받아들이는 일이다. 모든 일을 받아들인다. 그게 처음이고 시작이다. 달리기는 그런 면에서 매혹적인 운동이다. 늘 야외에서 자연을 마주하고, 달릴 때는 묘하게도 마음과 육체가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나면 언제나 기쁨을 준다.
울트라마라톤이란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 이상을 달리는 장거리 경주를 말한다. 많은 대회에서는 주로 100km를 달린다. 정해진 규정은 없다. 한반도 국토 종단 622km, 횡단 308km, 제주도 200km 등 많은 대회는 고유한 거리와 규정 사항으로 운영한다.
2025년 제21회 청남대 울트라마라톤은 이름에 나오는 청남대에서 열린다. 1983년 6월에 착공을 시작하여 그해 12월 완공된 청남대는 개장 후 20년 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다섯 명의 대통령들이 휴식과 함께 국정을 구상하던 곳이다. 원래 이름은 '봄을 맞이하는 집'이라는 뜻의 '영춘재(迎春齋)'였지만 1986년에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로 변경했다. 5공 시절부터 사용되다가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4월 18일 민간에 개방된 이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대통령 테마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회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어머님이 계신 곳에 들려야 한다. 11시에 도착해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만났다. 늘 조용하고 말이 없는 엄마다. "엄마가 이곳에서 제일 점잖고, 말씀도 잘하시고, 똑똑한 분이라고 소문났대요." 하니 웃는다. 밖에 나가 엄마를 부축해 산책을 했다. 시야가 하늘이 아닌 바닥을 향하고 있어서 그런지 보라색 제비꽃과 노란 민들레가 많이 피었다고 알려주셨다. 내일 대회가 끝나고 올라갈 때 또 오겠다고 말했다. 결국 다시 방문하지 못했다. 사는 게 늘 그렇다.
대회에서는 100km를 16시간 안에 들어와야 완주로 인정하고 공식적인 기록이 된다. 16시간이 어찌 보면 충분히 긴 시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40~50km를 넘어서면 일반 사람들의 몸은 한계에 이르러 체력은 바닥이 나게 된다. 이때부터 많은 사람들은 반은 걷고 반은 뛰면서 몸의 상태를 보며 가야 하기 때문에 만약 몸이 경기 당일 좋지 않다면 결코 끝까지 완주하지 못한다.
달리는 시간은 오후 4시에 출발하여 밤을 새워 달리고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밤새도록 계속 걷고 달려야 한다. 대회 코스는 청남대에서 출발해 대청호와 속리산을 돌아오는 100km이다. 코스의 힘든 부분은 아무래도 속리산의 오르막길이다. 특히 초반 15km 부근의 염티재와 후반 80km에 있는 피반령은 3km 정도의 힘든 오르막길이다. 모든 언덕의 오르막길은 걷고, 내리막은 천천히 달린다. 염티재 4km와 피반령을 4km를 넘는데 둘 다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토요일 오후 4시 출발 시간이다. 비가 몇 방울 떨어지다 그치다를 반복한다. 날은 따뜻해서 마음을 놓았고, 온통 주로가 꽃길이라서 가볍게 출발했다. 달려야 할 주로가 깊은 숲 속이고 해발 150미터가 넘는 높은 곳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어떤 대회든, 특히 울트라 마라톤을 달리기 위해서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하는데 2월 고구려마라톤과 3월 서울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달린 게 전부라서 강한 정신력을 믿기로 했지만 정신력은 강인한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걱정은 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완주할 것을 계속 생각했다.
엄마와 헤어지고 청남대에 일찍 도착해 밥을 먹기로 생각하고 출발했다. 청남대에 도착하자 주차장은 붐볐다. 본부석에서 배번을 부여받아 가방에 한 개, 바람막이에 한 대를 달았다. 식전 행사가 있고 난 뒤 오후 4시, 비가 가늘게 내린다. 출발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일단 맨 뒤에서 출발점을 지났다.
비는 점점 세차게 쏟아진다. 물 보급소에 들릴 때마다 우비 안에 옷이 하나씩 늘어간다. 일단 초반 20km 지점에 있는 염티재를 잘 넘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4km 정도 계속되는 오르막길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처음 만나는 높은 고개라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염티재를 넘어서 간식을 주는 곳에 도착했다.
출발한 지 4시간이 넘자 주변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국도이기는 하지만 속리산 줄기를 지나기 때문에 차량이 거의 없고, 기온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나타나 손전등과 작은 경광등을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룹으로 달리던 무더기는 모두 흩어졌다. 주변에는 몇몇 사람만이 앞에서 뒤에서 달리고 있었다. 오르막길은 무조건 걷는다. 내리막은 천천히 내려간다. 오르막길을 달리면 체력은 두 배 이상 빨리 소모되고, 내리막길을 빨리 내려가면 평지를 달리기 어렵게 된다. 우리 몸이 그렇다.
35km 지점 구름재를 오른다. 적막강산이란 말을 반복하며 민가 없고, 가로등 없고, 개소리 없고, 닭도 없는 깜깜한 언덕길을 계속 걸었다. 이 길이 올해 대회에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길로 새로 추가된 5km 길이라고 생각했다. 러너의 배낭에 반짝이는 경광등과 후레시 불빛을 오래 보면 현기증이 난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바람은 강풍이 분다. 온도는 5도 정도로 추워졌다. 이미 반팔, 긴팔, 바람막이를 다 입고, 우비를 입고 달리는 데도 너무 추웠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이는데 드디어 42km 지점 휴게소를 만났다.
결국 이곳에서 마라톤을 중단했다. 도저히 더 달릴 수가 없었다. 추위에 약한 것도 큰 약점인데 이대로 더 달리다가는 일 나겠다 싶어 함께 달린 과천 마라톤 팀 재자만자 선배와 헤어지고 구세주처럼 나타난 노란색 작은 버스에 올랐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51km 지점의 체크 포인트였다. 이미 도착한 러너들로 가득했고 눈과 비, 우박이 석여 내리는 날씨에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간신히 큰 슈퍼 안에 구석에서 쉬었다. 이곳에 도착하면 미역국을 주고 복장을 점검하고 양말도 갈아 신고 다시 출발하는데 오늘은 거의 아수라장이다.
아주 많은 거리를 달리면서 얻은 작은 깨달음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사소한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이 아닌 이상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어차피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옳고 옳지 않음도 없는 것 같고, 내가 맞다고 주장 같은 것도 하고 싶지도 않고, 다른 이들의 주 장에 대해 반응 같은 것도 별로 하게 되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다 비슷하고 차이도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든 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것들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있어 마음이 편해진다. 별 차이도 없는 것을 따진다거나, 비교한다거나 하는 마음도 사라지는 듯하다. 경험이 커다란 스승임을 사뭇 느끼고 있다. 이러한 것 들은 아마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지식이 많거나 생각을 하더라도 그리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겨우 두 번째 달린 100km 도전은 실패했다. 그냥 일어난 일에 불과하다. 내가 약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지 않은 날씨에 불평도 하지 않는다. 내년에 다시 달릴 힘이 남아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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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