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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넥스트 정상화 추진위원회' 설립과 윤 이사장의 불개입을 천명하는 성명서-NHN넥스트 교수진 성명서

지구빵집 2014. 12. 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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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NHN넥스트 교수진 성명서


네이버의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NHN넥스트가 교과과정 변경과 학교 폐지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으로 시끄럽다. NHN넥스트 교수진은 이에 대해 윤재승 재단 이사장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게 'NHN넥스트 정상화 추진위원회' 설립과 윤 이사장의 불개입을 천명하는 성명서를 발송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전문 


넥스트 교수 일동은 무거운 마음으로 함께 모은 뜻을 전합니다. 


오늘 이후로 우리 교수들은 사회와의 약속으로 탄생한 넥스트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상황을 더 이 상 보고만 있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만이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꿈과 열정, 그들의 젊음을 기꺼이 위탁한 학생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며, 사회와의 약속도 가볍게 여기는 네이버라는 오명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학교(넥스트 인스티튜트)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행정, 재정적, 물적, 인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더니 지난 11월 아예 조직도에서 사라졌습니다. 교수들은 ‘연구원' 신분으로 발령을 내고, 재단의 신규 사업들을 준비하는 8개의 사업단위 유닛에 나누어 배치했습니다. 또한 ‘학장’을 포함해 넥스트 교육을 위 해 존재했던 모든 조직과 제도는 무너졌습니다. 넥스트는 이제 '교육'이 아닌 '사업'의 공간이 되고 말 았습니다.


우리는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닙니다. 넥스트 설립 철학을 통해 지속적 개선(Continuous Improvement)을 못 박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학생 모집에서 커리큘럼, 교육 방식, 운영 제도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토론했고 고치고 또 바꿔왔습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 교육의 실패를 단정할만한 어떤 근거도 찾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학생들의 놀라운 성장 과정,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 외부 평가들을 보면서 우리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곳곳에 서 발견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이런 교육의 내용적 성과와 가능성은 무시하고 오로지 투자수익률(ROI)의 잣대로만 변화의 정당성을 주장합니다. 기업의 경영성과 측정기준의 눈만으로는 교육을 온전히 평가할 수 없습니다. 재 단 쪽이 그 근거로 내세운 학생 1인당 교육비가 과다하다거나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너무 작다는 주장 들도 교수들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 절대치도 다른 주요 대학 대비 높은 수준이 아니며, 애초 우리 가 원하는 인재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긴 교육 조건들이었습니다. 


설사 기업의 시각에서 위험 신호들이 감지되었더라도 그것은 개선이나 지원의 대상이지, 서둘러 실패 로 단정하고 싹을 잘라낼 일은 아닙니다. 아직 첫 졸업생도 안 나온 시점입니다. 넥스트의 공익적 설립 목적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넥스트는 10년 간 1000억원을 들여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꿀 인재들을 제대로 키워내겠다는 네이버의 의지이자 사회와의 약속이었습니다. 그것은 이미 재단 만의 전유물도 아니며, 교수 등 다른 넥스트 구성원들만의 것도 아닌 사회를 위한 또 하나의 공적자산이 탄생했음을 의미합니다. 


학위도 없고 취업을 보장하지도 않는데도 수천명의 학생들이 우리 약속을 믿고 기꺼이 넥스트에 지원 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소프트웨어 커뮤니티들은 그 뜻에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직 피워보지도 못한 그 약속과 기대를 이렇게 허망하게 져버려서는 안됩니다. 어떻게든 졸업만 시키면 되 는 게 아닙니다. 학업계획서에 부모님께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한 학생의 다짐, 대학을 자퇴한 자식의 선택을 지지한다며 잘해달라고 부탁한 한 어머니의 편지, 평생 넥스트 출신 개발자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싶다고 한 학생의 페이스북 글, 네이버 보다 더 오래가는 학교를 만들겠다던 전 학장의 말. 이 모두가 네이버가 지켜야 할 무거운 약속들입니다. 사람을 키우는 가슴 뛰는 보람 느껴보겠다고 10년~20년 직장 버리고 합류한 우리 교수들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소통 없는 재단의 일방적인 '독주'로 학교는 이미 많이 망가졌습니다.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교수와 학생 모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수들은 새로 맡은 재단 업무를 감당하느라,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 수업 준비, 강의, 상담 등 본연의 일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단에 설 의욕조차 잃고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는 교수들도 다수입니다. 학생들은 학교를 지켜보겠다며 그동안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던 학생회를 처음으로 구성했습니다. 공부를 해야 할 학생들이 여기저기 실상 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모습도 안타깝습니다. 


우리 교수 일동은 우리 사회와 기업들이 원하는 진정한 인재는 공장 라인에서 대량생산하듯이 속성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믿음으로 출발한 넥스트호에 기꺼이 몸을 맡긴 사람들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들인 만큼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와 효율에 집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달라야 합니다. 사람을 키우는 교육은 기다림이 필요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교육학자 켄 로빈슨 경이 말한 대로 교육 에 임하는 자는 제조자가 아닌 농부의 마음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넥스트가 하루 빨리 정상화되길 염원합니다. 한국을 넘어 세계를 이끌어갈 소프트웨어 인재들 의 꿈이 약동하는 희망의 공간으로 말입니다. 더 나아가 네이버가 주위의 찬사와 기대를 모으며 시작했던 약속을 다시한번 되새기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실적에 의해 좌지우지 되 는 기업도 교육의 참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모범이 되는 시작이 이곳에서 부활하길 기원합니다. 


넥스트 교수 일동은 넥스트 정상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하루빨리 학교 정상화를 위한 임시 기구(가칭: 넥스트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네이버 쪽에 제안합니다. 이 기구를 통해 독립적 외부 전문가, 교수, 학생, 네이버가 동수로 참여해 공익성 과 교육의 독립성,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 이사진과 학교 운영진을 선임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둘째, 재단 이사장과 실질적으로 행정 업무를 총괄한 자문위원은 이후 넥스트 정상화 과정에 일체 개입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이사장과 자문위원은 일련의 넥스트 변화 과정 속에서 이미 교수, 학생 등 넥스트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상태이며,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기존 넥스트 교육과 현행 재단의 완전한 분리(인적, 재무적, 행정적) 및 기존 넥스트 교육의 독립적인 운영을 요구합니다. 교육의 내용과 철학, 지향이 전혀 다른 현행 재단 아래서는 넥스트 교육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어중간한 동거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재단의 다른 사업들의 원활한 진행과 성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2014년 12월 11일 

넥스트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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