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파동 - '감추어진 증세'가 문제의 핵심이다.
연말정산 파동에 대해 정부, 여당은 소급입법에 의한 연말재정산이라는 궁색하기 짝이 없는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평소의 새누리당이라면 소급입법이란 말이 나와도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을 텐데, 민심이 흉흉한 걸 알기는 하나 봅니다.
연말정산을 둘러싼 엄청난 파동은 정부, 여당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입니다.
고의였든 아니었든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겁니다.
출처 : 다음달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20일 서울대 사회과학대 교수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번 세제개혁의 핵심 포인트는 소득세상의 공제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신문에 자주 해설기사가 등장했기 때문에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그렇게 바꾸면 고소득층의 조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무거워지는 변화가 발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지요.
(사실 나도 오래 전부터 그와 같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바 있습니다.)
그런데 세제개혁을 할 때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조세수입에 변화가 없다는 의미에서의 세수중립성(revenue neutrality)을 유지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것은 조세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식 중에서 가장 평범한 상식에 속하는 사항입니다.
다시 말해 증세 혹은 감세가 필요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조세수입에는 변화가 없다는 큰 틀하에서 세제개혁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뜻입니다.
그 동안 박근혜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 세제개혁을 발표할 때도 증세가 될 것이라는 말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당시의 세제개혁은 당연히 세수중립성을 갖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그 세제개혁으로 인해 소득세 세수가 거의 1조원 가깝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부는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셈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증세효과가 발생할 것인지 모르고 세제개혁을 추진했느냐 아니면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추진했느냐는 의문입니다.
만약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이것은 용서 받지 못할 무능입니다.
정부가 간단한 시뮬레이션 몇 번 돌리면 금새 알아낼 수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면 그건 정말로 용서 받기 힘든 일이지요.
그것이 아니고 은밀하게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세제개혁을 추진했다면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셈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런 정부의 비상식적이며 무책임한 행동의 피해자 중 한 사람입니다.
오늘 한겨레신문에 퇴임관련 인터뷰가 실린 것을 보신 분이 있으실 겁니다.
인터뷰를 할 때 기자분이 대뜸 나에게 연말정산 파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군요.
그때만 해도 나는 지난 번의 세제개혁이 세금을 더 거둬가는 효과를 갖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단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데 따른 소득계층간 조세부담의 이동만이 문제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본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것은 잘못된 대답이 된 셈입니다.
'감추어진 증세'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면 후회할 만한 발언을 해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정부가 한 거짓말의 피해자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더러 재정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어떻게 진실을 모르고 있었느냐고 질책하는 분이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특별히 정부를 의심해야 할 만한 이유가 없는 한 일단은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재정 전문가라 하더라도 정부가 모든 데이터를 제공하기 전에는 세제개혁이 조세수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부가 상식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믿은 내가 잘못한 겁니다.
내가 늘 주장하는 바지만, 증세 없이 복지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는 허황된 주장은 이제 접어야 합니다.
국민에게 사죄하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어디서 얼마만큼을 더 걷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합리적 수순을 밟지 않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더 거둬 가려고 하니 국민의 분노를 불러온 것입니다.
소득세를 더 거둔다는 말 한마디도 없다가 갑자기 연말정산 세금폭탄을 안기니 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담배세 파동, 연말정산 파동 같은 일들이 반복되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바닥으로 떨어졌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추락한다면 그것은 이만저만 불행한 일이 아닙니다.
정권을 잡은 사람은 물론 온 국민이 피해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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