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수박 트라우마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지구빵집 2017. 7. 15. 14:43
반응형




수박 트라우마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세상 모든 사치품의 으뜸이며, 한번 맛을 보면 천사들이 무엇을 먹고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마크 트웨인(모든 미국의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으로부터 나왔다. 그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후로도 없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재미있는 표현이다. 여름에는 무엇보다 제철 수박이다. 


소년이 어릴 때는 수박을 칼로 썰어 한 조각씩 베어 물며 먹는 일은 드문 일이다. 무엇보다 수박 크기가 작았고, 가족이 7명이었으니 귀한 수박을 그렇게 먹지는 않았다. 반으로 잘라 속을 파내어 커다란 그릇에 플라스틱 그릇에 옮겨 담는다. 그리고 얼음 가게에서 사 온 가로 세로가 30cm * 10cm 되는 얼음을 넣는다. 칼과 드라이버로 얼음을 잘게 부수는 동안 수박은 냉기가 가득한 시원한 과일이 되고 수박에서 나온 물과 얼음이 녹으며 생긴 물로 수박은 저절로 아무것도 섞지 않은 화채 비슷한 것이 되었다. 당도가 지금보다 아주 낮았으니 간혹 당원 같은 감미료도 넣었을 것이다.


당시 수박을 살 때는 수박 겉면을 칼로 삼각형을 그리듯 집을 내어 삼각뿔이 되도록 하고 칼로 콕 집어 나오도록 해서 수박이 잘 익었는지 아닌지를 보고 수박을 샀다. 그것을 수박을 딴다거나 수박을 따 보고 산다고 말한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따 본 수박 속이 허옇거나 너무 익어 싱싱하지 않으면 사지 않기도 했다. 그런 일은 다분히 사람의 주관적인 시각이 많이 들어간 것이다. 삼각뿔을 보고 잘 익었네, 안 익었네, 골았네 하면서 옥신각신하는 일은 여름에 자주 보는 풍경이다.


지금은 사과만 한 수박, 네모난 수박, 씨 없는 수박, 속이 노란 수박, 컬러 수박, 띠가 없는 수박, 수능 합격 수박 같은 온갖 종류의 수박이 나온다. 부모님 두 분 중에 누군가는 뜨거운 여름에 가끔 수박을 사 오셨다. 그러니까 5남매와 아빠 엄마까지 7명은 저녁을 먹고 이곳저곳 흩어져서 지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찬물에 담가 놓은 수박을 가져올 시간이면 모두 둘러 않았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소년은 오줌을 자주 쌌다. 낮부터 밤까지 지구가 금방 멸망할 것처럼 놀았으니 피곤해서 정신없이 자다 보니 오줌을 쌌을 수도 있을 텐데, 자기 전에 물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게 부모님이 생각해 낸 해결책이었을 것이다. 수박을 가운데 두고 7명이 모여 앉아 화채를 만들어 먹으면서도 소년에게는 수박을 주지 않았다. 수박을 먹으면 밤에 오줌 싼다고... 


소년은 눈물을 떨구며 저만치 떨어져서 구경만 했을 것이다. 쌀 가게에 붙어있는 넓은 방에 가족 모두가 한방에서 자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정말 남은 반 그릇을 엄마가 주시면서 이거 먹고 부엌에서 "가마니 깔고 자라"고 말씀하신다. 하~ 엄마, 정말 고맙습니다. 쌀은 80kg, 보리는 76.5kg을 담는 가마니는 나일론 포대가 나오기 전에 많이 쓰이던 볏짚으로 짠 쌀이나 보리를 담는 큰 자루였다. 소년에게는 수박도 안 주는 데다가, 한 조각 얻어먹고 방 옆에 딸린 부억으로 내려가 가마니를 깔고 잠을 잤을 것이다. 


여름에 수박은 누구나가 좋아하는 과일이다. 소년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다. 수박은 여름의 여왕이다. 김치냉장고에는 수박이 항상 있을 것이다. 달리기를 뛰고 나면 모여서 수박을 잘라 먹는데 땀 흘리고 먹는 음식이 모두 맜있을 테지만 수박은 시원하고 달고 맜있다. 어디서든 수박을 가장 많이 먹고, 오랫동안 먹는다. 정리 체조를 하던, 모여서 이야기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수박만 먹는다. 집에 돌아오면 수박을 꺼내어 또 먹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