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민지회구) / 민지에서 옛일을 회상하며 자유에게 답하다
- 蘇東坡소동파(1037~1101)
人生到處知何事(인생도처지하사) 인생이 이르는 곳마다 무엇과 같은지 아는가
應似飛鴻踏雪泥(응사비홍답설니) 하늘을 날아가던 기러기가 눈 진흙을 밟는 것과 같으리
泥上偶然留指爪(니상우연류지조) 진흙 위에 우연히 발톱 자국을 남기니
鴻飛那復計東西(홍비나부계동서) 기러기 날아간 뒤 어찌 다시 동쪽 서쪽을 따지리오
(소동파의 원본 시와 금강경(남회근 저)에 나오는 시 구절하고 다른 부분이 있다. 여기에는 금강경에 나오는 부분만 소동파 원본 시에서 인용하였다.)
해설 : 인생이란 눈이 내린 진 땅에 큰 기러기가 걸어가 발자취를 남기나 그것은 곧 사라진다. 인생이 허무하고 남는 것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즉, 머무름이 없어야 하고, 설사 머무름 뒤에 남는 것을 왈가왈부 하는 일도 의미 없음을 말한다. 기러기가 날아간 뒤에 눈에 파 묻힌 기러기 발자국을 보고 논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삶이 곧 소풍이고, 휴가다. 특별히 휴가라 이름 붙혀 특별한 휴식을 구하는 일이 무슨 대단한 일인가. 이일 저일 소일하며 보내다가 팔월의 첫날 친구를 만났다.
귀한 차를 얻었다. 소청감(小靑柑) 이라고 하는 귤 보이차다. 탱자 비슷한 소청감이란 귤 속을 파내어 보이숙차로 채워 불에 구워 만든다. 포장을 열면 귤 향기가 화하게 난다. 부셔서 약간씩 우려내도 좋고 통째로 집어넣고 물을 부어 오랫동안 우려내 마셔도 좋다. 처음으로 맛보는 차라서 통채로 넣고 물을 부었는데 새콤달콤한 귤 향기에 숙차의 빛이 어우러져 맛이 좋다. 보이차에서 보이지 않는 단맛이 나고, 귤 향이 잔잔하게 남는다.
소청감은 겨울에 어울린다고 하는데 계속되는 찜 통 더위로 지친 마음에 마시니 신선함도 느껴지고 시원한 맛이 좋다. 새콤한 귤 향이 마지막까지 없어지지 않는다. 보이차의 진한 향에 싫증 나는 사람도 한 번쯤 맛보면 좋을 것이다. 갑자기 선서언한 바람이 불어온다. 기억이 멈춘 그 지점의 친구가 오랜만에 만나 소청감과 Kusmi 차를 내민다. 아, 가을이 오겠구나.
역시 너에겐 무엇을 담아도, 어디에서 만나도, 무슨 빛깔로 나타나도 모두 다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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