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창작집단이 9월 13일~16일 열리는 과천축제 부스를 하나 맡았다. "메이커를 위한 소프트웨어 체험" 부스를 열어 전시와 체험 행사를 한다. 예산은 꼴라당 131만원이다. 무선제어 RC카와 인형 몇 개 만들고 선생님들 운영 비용으로 사용한다. 벌써 여러 번 행사할 때마다 비용을 너무 낮게 산정해 행사를 하는 데 무슨 버릇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자신감이 없나? 아니면 배려하는 건가? 네가 너의 일에 대한 평가를 그렇게 하면 안되지.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는지. 아직 서툴고 잘 몰라서 그러려니 하지만 다음부터 용서는 안된다.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 자랑이 아니듯, 마찬가지로 '몰라서 못한다'는 말이 제일 바보같은 말이다.
과천축제 포스터나 여러 홍보물에 들어있는 주인공 인형을 만났다. 인형 아이 이름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축제 계약하러 준비 사무실에 들렀더니 마침 인형이 다리가 하나 분리된 채로 의자에 앉아있다. 그리 즐거운 표정은 아니지만 피곤한 모습이다.
"주인공을 이렇게 푸대접하다니"가 아니라 원래 그렇다. 아무리 크고 화려한 무대에 선다해도 조명이 꺼지면 누구나 그냥 볼품없는 일상이 지배하는 현실로 내려와야 한다. 조명이 꺼진 무대는 공연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삶 어디에나 존재한다. 시시껄렁한 일상을 지치지 않고 버티고 살아내다 보면 다시 멋진 무대에 서게 된다. 죽기 전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일상은 늘 가까이 보기에 넌더리나고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아니 생명이 늘 평범한 일상으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행사때는 과천 시내가 좀 시끌시끌하다. 청사 앞마당, 중앙공원, 우물길 등 사무실이 있는 그레이스 호텔 주변은 여러가지 아름다운 공연으로 소란스럽다. 과천시를 관통하는 도로가 전면 통제가 되어 8차선 도로를 마구 돌아다니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은 기분이 정말 좋다. 무법질주 같아 보여 도로 가운데로 다니다 보면 웬지 신나는 기분이 든다. 국내 예술 공연팀과 외국에서 참가한 공연팀의 거리공연은 매우 볼만하다. 올해는 지방 선거가 끝나 시장이 교체되어서 그런지 축제가 시민의 행사로 돌아온 느낌이다. 시민기획단이 참여해서 독특한 행사도 많고, 무엇보다 획일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시내 전체에 흐르고 있다. 작고 조용한 마을공동체가 참여하는 것만 봐도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실 관심은 없다. 한 번 정도는 가서 둘러보고 막걸리도 한 잔 하고 오겠지만 부러 찾아다니지 않는 성격이다. 소프트웨어 전시부스에는 한 번씩 상주하는 선생님들에게 커피 배달을 위해 다녀올 생각이다.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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