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길은 다양하다. 사실 기준은 없다. 말하자면 즉흥적으로 선택한다. 기분에 따라 선택한다. 트위터를 보다가 짧은 감상평을 보고 찾아낸다. 꼭 추천하는 책을 고르는 편은 아니고 관련된 것들을 찾다가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미 작가에게 관심이 있어 읽었던 책이 유명해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 언제가 한 번은 읽고 싶다.
프랑스아즈 사강은 "관계가 영원할 거라 믿지 않으면서도 순간의 사랑은 어떻게든 붙잡으려는 사람들의 버둥거림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한 파리의 아홉 남녀의 각기 다른 사랑과 삶, 섬세한 심리묘사로 20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경향이 물씬 묻어 있는 작품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엔 늘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등장하는데, 광기로도 읽히고 애틋함으로도 읽힌다. 그게 늘 신기하고,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을 기대하게 한다." (인스타그램 @_m.blue)
"한 달 후, 일 년 후"는 사랑의 위약함을 잘 알고 있는 영리하고 매력적인 조제, 부인이 있지만 조제를 사랑하는 베르나르, 사랑을 성공의 발판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야심 찬 배우 베아트리스, 오랜 결혼생활로 더 이상 사랑을 못 느끼는 오십 대 말리그라스 부부 등 파리의 아홉 남녀의 각기 다른 사랑과 삶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인생의 덧없음을 그리고 있다.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도 하는 듯, 금발에 감싸인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문 쪽으로 향한 채. 하루 온종일 그를 기다렸듯이 잠 속에서도 불안한 심정으로 그를 기다리면서
그의 정체를 빠르게 파악하면서 , 그가 그녀 자신과 지나치게 닮았고, 자신이 애착을 느끼기에는 그가 너무 불안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모두 고통의 외침 가운데서 태어나. 거기엔 아무런 이유도 없지. 그다음에 이어지는 건 그 외침이 완화된 형태일 뿐이야. p.135
P. 11
그는 자기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고뇌와 근심의 물결을, 전화를 하고 싶은 충동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것은 강박관념이 되었고, 앞으로 닥쳐올 그의 나날을 채울 가장 뚜렷한 특징이 되고 있었다.
P. 11
그는 한창때의 청년인 양 행동했다. 조제와 함께 인생에 대해, 책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녀와 함께 하룻밤을 보냈다. 이 모든 것을 고상하면서도 경솔한 방식으로 했다.
🔖 p.77
정말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시간이 있는 사람은 결코,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눈(目)을 찾는다. 그것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 p.84
젊음이 맹목에 자리를 내줄 때, 행복감은 그 사람을 뒤흔들고 그 사람의 삶을 정당화하며, 그 사람은 나중에 그 사실을 틀림없이 시인한다.
🔖 p.136-137
‘당신이 필요해요.’ 그 말은 진실일 테지만,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할 터였다. 그가 그녀에게 그들의 사랑에 대해 말하자, 그녀는 그에게 사랑의 짧음에 대해 말했었다.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알고 있는 사람 중 오직 그녀, 조제만이 시간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격렬한 본능에 떠밀려 시간의 지속성을, 고독의 완전한 중지를 믿으려고 애썼다.
🔖 p.155
그들은 잘못 만들어진 인생의 두 예였다. 그러나 그 사실은 그들에게는 별 상관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퍽 좋아하고 있었다. 베르나르가 불을 붙이려다가 실패한, 빗물에 젖은 담배는 그들 삶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들은 정말로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고, 그들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 상관없다는 것도 아련하게 알고 있었다. 아무 상관없었다.
🔖 p.161
"난 당신을 사랑해요. 물론 난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혹은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이 여전히 의심하고 있는 이 지점에 그녀가 자신을 붙들어 매 놓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밤들, 그 한숨들, 그 웃음들이 아직도 가능할까······?
🔖 p.186 - 187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나도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그의 손을 잡고 잠시 힘을 주었다. 그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그가 말했다.
˝조제, 이건 말이 안 돼요. 우리 모두 무슨 짓을 한 거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 모든 것에 무슨 의미가 있죠?˝
조제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그러면 미쳐버리게 돼요.˝ (186-187)
《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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