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소리
또깍 또깍 또깍... 그 여자는 항상 그렇게 걸었다. 웅성대는 강의실 복도에서도, 시끄러운 식당에서도, 건너 편 강의동으로 건너가는 아스팔트 위에서도 변함없이 또깍 소리를 내며 걸었다.
보라색 점퍼를 입고 책을 몇 권 안고 걸을 때에도, 친구와 서로 바라보고 낄낄대며 걸어갈 때도, 간혹 길지 않은 머리카락 한 줌을 앞으로 끌어와 냄새를 맡는듯 머리카락으로 입을 가리고 걸어갈 때도 여전히 또깍 또깍 소리를 내며 걸었다.
하이힐도 아니었고 그냥 단아한 구두였다. 편하게 신고 다니는 구두였는데 이상하게 그 여자가 걸을 때는 그런 소리가 났다. 유일하게 소리가 안나는 데는 사방이 강의실로 둘러싸인 건물 중앙 잔디밭이거나 학생들 왕래가 거의 없는 63동 건물 뒷편의 변전소 앞 풀밭이었다.
간혹 연장 수업중에 들리는 또깍 소리는 그 여자의 발걸음이 강의실 앞을 지나는 중이고,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들려오는 또깍 소리는 그 여자가 이내 식판을 들고 줄을 설 것이고, 한 잔 걸치고 취기가 올라 화장실을 찾는데 들려오는 또깍 소리는 그 여자도 어디선가 토하고 있을거란 걸 알게 하는 소리였다.
또깍 소리와 정신없이 계절을 몇 개 보냈다. 누구도 또깍 소리를 들은건 아니었다. 또깍 소리의 주인공이 누구고, 언제 또깍 소리가 나는지, 또깍 소리가 있기나 한 건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계절은 지나갔다. 그리고 또깍 소리가 더욱 선명해지는 겨울이 왔다.
아마 또깍 소리를 더이상 들을 수 없던 때는 겨울이 막 시작 되면서 일거다. 또깍 또깍 또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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