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족·반민주·반생명·반평화 너를 무슨 이름으로 부르랴!"
1. 그러잖아도 시름에 겨운 민심인데 단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다.
나라를 사분오열시킨 죄는 오롯이 대통령의 탓이다.
산적한 현안을 뒤로 물리고 쓸데없는 역사전쟁으로 국력을 소모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국민통합, 국민행복, 경제민주화를 약속하고 집권한 대통령이 분란 조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거듭 신의를 무너뜨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니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지도자의 덕목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실현 불가능한 공약으로 국민을 속이더라도 당선은 되고 봐야 한다”던 여당 대표 김무성의 고백(2014.2.20. 대한변협 포럼 강연)이 오히려 떳떳해 보일 지경이다.
2. 학자, 교사, 학생들의 들끓는 거부와 월등한 반대 여론을 무시하면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다.
그 사이에 역사학자 9할은 좌편향이라는, 국민의 9할은 비정상의 혼을 지녔다는 이상야릇한 멸시의 손가락질을 견뎌야 했다.
그렇다면 전시작전권을 끝끝내 외국군대의 손에 맡겨버린 저 비굴함은 도대체 무엇이며 임진년 갑오년 역사의 고비마다 그리고 을사년 이래 우리를 무참히 짓밟았던 일본 군대와의 동맹에 안도하던 철면피들의 궤변과 만용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권력은 11월의 낙엽처럼 무상하다.
국정화는 장관고시로 밀어붙일 수 있겠지만, 국민을 밀어붙이고도 살아남았던 권력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종신집권을 꿈꾸던 어느 독재자가 교과서 검인정을 국정으로 바꾼 지 겨우 5년 만에 참담한 종말을 맞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3. 독립운동, 통일운동, 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리고 친일매국을 근대화로, 독재를 산업화의 일환이었다고 미화하려는 견강부회도 무섭지만, 노사정대타협의 결실이라는 이른바 ‘노동개혁안’이야말로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그동안 정규직이 일하던 자리에 비정규직이 들어섰고,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한 사람이 떠맡게 되었어도 노동자들은 참고 참았다.
그래서 850만의 비정규직 노동자,
400만의 실질실업자,
150만의 청년실업자가 생겨나고
900만 명이 월 2백만 원도 안 되는 임금으로 일한 결과 대한민국 전체 가계가 1,200조의 빚에 시달리는 반면, 재벌은 1,000조에 육박하는 유보금을 쌓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부모 세대의 임금을 깎고, 정규직을 잘라내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 정부가 바라는 고용대책은 모든 게 노동자들을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만들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이야말로 민생에 몰두할 때라고 야당을 꾸짖는 미소 뒤에는 이런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4. 국정원을 필두로 한 국가기관의 대대적이고 조직적인 선거개입 등의 추악한 집권 이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정부가 약자들의 생존에 마음을 쓰지 않겠나 하는 일말의 기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신에게 위기가 닥칠 때마다 거짓된 행동으로 일관했다.
세월호 참사의 상처를 어루만져야 할 때는 좌우 편가르기를 일삼았고, 선거를 앞둔 지금은 국민과 비국민이라는 위험천만한 구도로 나라를 쪼개고 있다.
5. 민족을 위한다는 역사, 민주를 위한다는 정치, 민생을 위한다는 감언이설에 더 이상 속을 수 없다.
지난 11월 14일 집회에 참가 중이던 고령의 농민을 물대포로 공격해서 사경을 헤매게 만듦으로써 정권의 불의가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단적으로 드러났다.
한편으로는 지지자들을 속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각이 다른 시민들을 멸시하는 이런 광란을 방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국가는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것(res publica)이니 다 함께 일어나서 죄를 따지고 꾸짖어야 한다.
엄정한 정의 없이 국가는 유지되지도 통치되지도 않는바 공정성 회복을 모든 일에 앞세워야 한다.
6. “로마인들이 망하지 않는 한 로마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
로마란 로마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로마는 성벽 안에 존재하지 않고 시민들의 가슴에 있다”(아우구스티누스)던 옛 성인의 격려를 전하면서 불의의 위세에 짓눌린 마음을 일으켜 세우자고 말씀드린다.
“빛을 비추고, 활기를 넣어주고, 일으켜 세우고, 치유하고, 해방시키는 사명으로 날인된”(복음의 기쁨 273항)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 더욱 절실해졌다.
어떤 처지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모든 곳에 새로운 세상의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그 싹은 잘려도 다시 자라나기 때문이다.”(복음의 기쁨 278항)
민주주의의 승리를 기원하며 사제단은 앞으로 매주 월요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열기로 하였다.
실종자 인양과 진상규명을 바라는 세월호 유가족들
그리고 정의를 바라는 시민들, 교우들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며 형제의 마음으로 초대한다.
2015.11.16.
서울광장에서 민주주의의 승리를 기원하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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