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퇴진 명령에 따라야 한다
2016년 1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1백만 개 이상의 촛불이 광화문광장,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타올랐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버림을 받았다. 박 대통령의 퇴진 없이는 현재의 국정위기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회복할 방도가 없다.
환경운동연합 8만 회원은 박 대통령에게 국민들의 퇴진 요구에 즉각 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박 대통령은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더 이상 버틸 궁리를 그만두고 즉각 퇴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이유는 ‘이게 나라냐’는 국민들의 탄식에 압축돼 있다. 박근혜 집권 4년은 비상식으로 점철됐고 나라꼴은 엉망이 됐다. 퇴행적이고 극우적인 인사들이 판을 쳤고, 그들의 칼춤에 87년 민주화 이래 온 국민이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적 성취물은 하나하나 무너져 내렸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나라에서 독재국가에서나 존재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갖게 된 것이 그 상징적 결과다.
백주 대낮에 수백 명의 국민들이 침몰하는 뱃속에서 숨져 가고 있는 7시간 동안 무수히 보고가 올라갔지만 그는 단 한 번의 대면보고도 받지 않았고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위급 상황에 대한민국 대통령은 사실상 실종 상태였다. 그와 관련해 제기되는 각종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기업에 의해 수많은 국민들이 목숨과 건강을 잃도록 방치했다. 무능한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성과 사과도 없었다.
남북관계와 대외관계 역시 파탄 일보 직전이다. 북 정권 몰락이란 섣부른 예단으로 남북관계의 최후의 지렛대이자 희망이던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개성공단의 입주 기업들의 목숨 줄을 끊는 폭거를 저질렀다.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만들어놓았고, 단돈 1백억 원에 위안부 문제를 합의해주고 스스로 미일의 하위동맹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경제 역시 최악이다.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절반을 넘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그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며 이른 바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자들을 더 채찍질하겠다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에서 환경문제 역시 악화일로를 걸었다. 강과 산, 그리고 공기 어느 하나 온전한 것이 없다. 이명박 정권에 의해 파헤쳐진 강들이 녹조로 신음하고 있어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후손에게 대대로 물려줘야 할 절대 보전지역인 국립공원까지 소수 대기업에 팔아넘겨 케이블카, 호텔, 산악승마장 등으로 행락지로 만들려 했다.
온 국민이 염려하는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무대책으로 일관해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 국제적 흐름과 정반대인 석탄발전소 증설 등으로 인해 대기질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선정되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동일본 대지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전 마피아들의 이익을 위해 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핵발전소를 확대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최순실 사건은 이 모든 정책의 실패가 박근혜 대통령이 한 줌도 안되는 비선실세의 조종을 받으며 국가의 공적 운영체제를 무력화시킨 결과임을 확인해 주었다. 아무런 직함을 갖지 않은 개인과 그의 수하들이 장관 인사를 비롯한 온갖 정책을 좌지우지했다. 대기업들의 돈을 뜯어내 사복을 챙겼고, 대기업들은 그 반대급부로 엄청난 이권을 챙겼다.
비선실세의 안하무인은 하늘을 찔렀다. 딸을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만들기 위해 세계 굴지의 대기업과 마사회가 나서게 했고. 그 위세에 딸의 대학 입학과 학적 유지를 위해 백 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명문대학은 학칙을 바꿔가며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었다. 비선실세의 손발이 된 것은 각료와 청와대 비서들만이 아니라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었다.
11월 12일 촛불은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의 분노의 표출이고 단호한 명령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이런 나라를 방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주권자를 배신한 박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력을 돌려달라고 명령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실질적으로 탄핵된 것이다. 이제 박 대통령이 할 일은 대통령직을 내놓고, 수사에 성실히 임해 국민을 우롱하고 권력을 사유화한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뿐이다.
최순실 일파의 전횡을 알면서 눈 감고 그 집단을 비호까지 했던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속죄하는 길은 우선 야당과 협조해 박 대통령과 권력농단 책임자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다. 또한 그들과 결탁해 이권을 챙기고 우리 사회를 타락시킨 모든 부역자들을 처벌하고, 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쌓은 재산을 몰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지금처럼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꼼수를 부리다간 더욱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야권 역시 현 시국을 안정시킬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향후 정치 일정표를 분명히 제시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과 우리 사회의 미래 전체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 환경운동연합 8만 회원들은 이런 사태가 단순히 최순실 개인의 일탈에서만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참담한 상황은 무능하고 비민주적인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과 이 땅에 더욱 깊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금전만능주의에 젖어 공공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 부도덕한 권력집단이 결탁한 결과다.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잘못된 과거와 절연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믿는다. 돈보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사회, 모든 생명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믿는다. 그렇게만 한다면 2016년 11월 12일은 우리 국민이 더럽고 추잡한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새로운 생태민주주의의 시대로 나아간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제 환경연합 8만 회원은 온 국민과 더불어 시민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 우리의 가열찬 노력이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기필코 이뤄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6년 11월 15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권태선 박재묵 장재연 사무총장 염형철
※[시국선언문]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퇴진 명령에 따라야 한다.
출처 : http://kfem.or.kr/?p=169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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