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생각 바른 글

지루하고 심심한 천국보다 재미있는 지옥이 낫다.

지구빵집 2024. 4. 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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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주말에 부모님을 돌보는 당번을 서울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고 북콘서트 행사를 하느라 빠졌다. 이번 주와 다음 주에 연거푸 내려오고 5월 순번에 또 와야 한다. 이제는 불평하기보다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불평은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지만 감사하는 습관은 자신과 환경을 변화하게 만든다.

 

이번주 정모는 보금자리인 영동 1교를 벗어나 과천에 있는 서울 대공원에서 열기로 했다. 야구장 입구에서 동물 병원으로 넘어가는 고개 정상에 원두막이 있다. 산행을 하거나 산책을 하다가 쉬는 장소인데 대공원 훈련이 있을 때면 언제든 우리 아지트가 된다. 병자수자에게 대공원 5km 코스를 알려주느라 함께 달렸다. 언덕이 여럿 있고 큰 벚나무가 아름다운 주로다. 오전 7시 이른 시간에는 차가 없는데 8시가 넘어가고 날이 좋으면 차가 많아 회전하는 곳을 조심해야 한다. 원두막에 도착해 다시 언덕 2km 코스를 달리고 대공원 호수 3km 코스를 두 바퀴 달렸다. 

 

 

외곽코스 5.33 km

 

 

아침 공기가 반바지와 반팔 복장을 한 몸에 착 달라붙어 시원했다. 벚꽃은 지고 있지만 이미 녹색 잎들이 나와 새싹 잎과 어울린다. 주로 앞에서 대공원에 놀러 오는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지나가면 벚꽃 잎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햇살에 반짝인다. 자연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은 단계에 따라 일어나는 일인데도, 보면 볼수록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처럼 알아채기 어렵다. 느닷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이 우리의 삶과 같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 X(트위터)에서 소통하고, 자료를 만들어 관심 있는 독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은 당연히 중압감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고, 콘텐츠를 만드려고 고민해야 하고, 정해진 요일에 공개하는 일은 처음 몇 번은 쉬울 수 있지만 장기간 계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일단 시작하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50%에 든 것이고, 6개월에서 1년 동안 멈추지 않고 지속한다면 같은 일을 한 사람 중에서 10% 안에는 든다. 10% 안에 든다고 성공하거나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닐지라도 어쨌든 나머지 90% 보다는 더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천국은 심심하고 지루한 곳이다. 지옥은 재미있는 일과 모든 우여곡절을 겪는 놀라운 곳이다. 지금은 모두가 지옥에 있고, 죽어서는 모두가 천국에 간다. 지옥에 있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땅은 석유가 풍부한 걸프만 국가나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아니라 공동묘지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무덤에는 세상의 모든 위대한 전설과 셀 수 없이 많은 돈, 반짝이는 것들과 값비싼 돌들이 가득하다. 더구나 이루지 못한 원대한 꿈과 이상, 희망, 일반적인 욕망을 넘어선 가장 큰 의지와 미래가 모두 흙 아래에 묻혀 있는 곳이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것들을 가슴에 품고 무덤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

 

오후에 남동생이 빵을 가지고 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부모님을 돌보고 있다. 큰누나가 하던 일을 이젠 남동생이 하고 있어 항상 고맙다. 대부분의 중압감과 책임감을 내려놓고 편하게 살아온 남자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단 한순간도 필요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먼저 살았다가 세상에서 사라진 유명한 선배들의 말이 옳다. 항상 기억하고 또 읽고, 잊지 말아야 한다. 오후 6시 전에 저녁을 차려드리고 둘이 양꼬치집으로 가서 오랜만에 술을 한 잔 하기로 한다. 부모님과 가족 이야기, 요즈음 관심 있는 있는 일,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많이 듣기로 한 남자는 동생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충분히 배우지 못한 남자 둘이 무슨 뾰족한 말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만나야 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둘 다 무턱대고 태어나 의지와 상관없이 살게 된 삶을 무턱대고 살아가지 않기를 기도한다. 

 

봄이 벌써 저만큼 가고 있다. 한낮에는 30도를 웃도는 날이라 햇살이 뜨겁다. 뜨거운 것들을 싫어해 삶에서 일부러 피하고 도망갔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더 이상 도망갈 데도 없다. 숨으면 누가 남자를 좋아할지 알 수 없다. 앞으로는 더 이상하고, 무작위적이고, 미친놈 같고, 특이하고, 다르고, 변태적이고, 상상혁을 발휘하고, 변태적이고, 기상천외하고, 사고 치고, 신나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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