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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모음

김유정 - 동백꽃 동백꽃 김유정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르득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은 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 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또 푸드득 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이어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김유정과 박녹주, 소설가와 판소리 명창의 운명적인 만남은 아니고 짝사랑 정도 되겠다. 연희전문 시절, 소리계에서 유명한 박녹주 명창에 대한 사생팬짓이 유명하다. 우연히 김유정은 목욕을 마치고 목욕탕 문 앞에 서있던 박녹주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후 1928년 봄, 조선극장에서 열린 8도 모창대회에 박녹주 명창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한 김유정은 대회가 끝난 후 수소문하여 그녀의 대기실에 찾아갔다고 한다. 박녹주와 대화를 나눈 이후 김유정은 본격적으로 박녹주를 연모하게되어 편지를 통해 정식으로 그녀에게 고백을 했고 이미 연인이 있던 박녹주는 깜짝 놀라서 김유정을 집으로 불러 "당신은 학생이고 나는 기생(연예인)이니 쓸데없는 생각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점잖게 타이르고 돌려보냈다. 이때 그녀의 동생인 태술과 친해진 김유정은 이후 그를 통해 각종 선물, 자신의 음성을 녹음한 레코드 등을 박..
하긴 나는 이렇게 사소하고 작은 일들을 좋아한다. -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하긴 나는 이렇게 사소하고 작은 일들을 좋아한다. 밤새 내린 눈으로 산이 하얗게 변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흰 산을 눈에 넣으며 감탄하는 일, 따듯한 물에 언 발을 담그는 일,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일…… 우리와 함께하는 작은 일들은 모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흔한 것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작은 일들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오래 자란 나무가 갑자기 베어지는 일, 땅이 집을 잃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 자유롭게 흐르던 강물이 갇히는 일, 인간의 노동이 노동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일, 누군가의 죽음이 애도되지 못하는 일.... - 박준, , 난다, 2017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 허허당 스님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 허허당 스님 “불이 나면 꺼질 일만 남고 상처가 나면 아물 일만 남는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 지금 그대가 고민하고 있는 그 어떤 것도.하지만 매 순간 자신을 잃지 않고 버티는 자는 반드시 한 송이 꽃을 피울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 가르치려 하지 마라. 다만 진심으로 함께하는 마음이면 절로 통한다.세상이 혼란스러운 것은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없는데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종일 마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잤다. 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그래도 종일 아무일 없었다.불안해 하지 마라. 인생 아무일 없이 하루를 살아도 아무일 없더라 놓고 보면 아름다운 것도 쥐고 보면 근심만 생긴다.산에 있는 것은 산에 가서 보고 들에 ..
이상화(李相和)의 시 -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이상화(李相和)의 시이다. 1926년《개벽》(開闢)에 발표되었다. 작자의 반일(反日) 민족의식을 표현한 작품으로 비탄과 허무, 저항과 애탄이 깔려 있다. 비록 나라는 빼앗겨 얼어붙어 있을 망정, 봄이 되면 민족혼이 담긴 국토, 즉 조국의 대자연은 우리를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국토는 일시적으로 빼앗겼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봄은 빼앗길 수 없다는 몸부림, 즉 피압박 민족의 비애와 일제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식을 담고 있다.아래 연구 해설 내용출처 : 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si/si-new/bbaes-as-gin-del.htm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
벌이 꿀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사람의 눈물밖에는 없다고 한다. [ 벌꿀을 만드는 과정 ] 벌꿀의 정의는 꿀벌들이 꽃의 꿀을 채취하여 벌집에서 저장 및 숙성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꿀의 원료는 식물이 체내에서 영양을 공급하는 수액이 근원이 되는 꽃꿀(Nectar) 과 감로(甘露 Honeydew) 라는 두 가지 물질이 혼합된 것이다. 꿀벌이 혀로 빨아 채집한 뒤, 배속의 전화효소와 어금니에서 분비한 파로틴을 첨가해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 한 것이다.꿀벌을 키우는 모습 [사진:김대립의 토종벌 3대]어른들 말로는 벌이 꿀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사람의 눈물밖에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살이에게 사람의 눈물을 가져오면 꿀을 주겠다고 꾀어서 눈물을 찍어 오게 하지만, 하루살이는 사람 손에 죽고 만다. ^^ 그만큼 다양한 것들을 꿀로 만들어 낸다. 화장실, 수채에까지 ..
인연(因緣) - 피천득(皮千得) - 잊지 못하지만 만날 수 없는 아사코 사진 인연(因緣) - 피천득(皮千得) 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 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한 일이 있다. 힘드는 출강을 한 학기하게 된 것은, 주수녀님과 김수녀님이 내 집에 오신 것에 대한 예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수십 년 전 내가 열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동경(東京)에 간 일이 있다. 어떤 분의 소개로 사회 교육가 미우라(三浦) 선생 댁에 유숙을 하게 되었다. 시바꾸 시로가네(芝區白金)에 있는 그 집에는 주인 내외와 어린 딸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하녀도 서생도 없었다. 눈이 예쁘고 웃는 얼굴을 하는 아사코(朝子)는 처음부터 나를 오빠같이 따랐다. 아침에 낳았다고 아사코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하였다. ..
꽃, 아름다운 하늘, 평범하고도 지루한 일상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 꽃, 아름다운 하늘, 평범하고도 지루한 일상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당신은 인생에게 약간 시달릴 필요가 있다. - 알랭드 보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