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포기해야 할 때가 온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남자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한번은 정리해야 하고, 언젠가는 제대로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우리는 겁이 많다는 핑계를 대며 도저히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 여기까지 끌어왔다.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일 수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 말이다. 난 늘 내 마음과 반대로 말한다. 아니오, 싫어, 안돼, 별로와 같은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남자의 혈관이 물길처럼 돋아난 팔뚝,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늘 하는 잘난척 하는 말투, 아무 옷이나 잘 어울리는 넓은 어깨와 히끗히끗한 다부진 머리, 여자의 칠흑같이 검은 머릿결, 작고 길죽한 손의 감촉, 향기 없는 얼굴의 매끈함, 뜨겁게 열기 솟아나는 너의 몸까지 전부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