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성 시인의 '나는 보리밭으로 갈 것이다'
그렇게 늦은 밤은 아니었다. 시인이 SNS에 글을 올렸다. "저 늦사랑 고백했는데 통과됐어요. 지금 이 순간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겁니다"라고 했다.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자기도 이제야 사랑할 여자가 생겼다고 수줍게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얼굴이 환해 보였다. 아주 행복하게 웃을 때 입이 귀에 걸린다고 하는데 시인은 진짜로 입이 귀 바로 아래 걸릴 정도로 웃는다. 합석한 사람이래 봤자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역 활동가들과 이사 온 다음 해에 친하게 된 나 정도이지만 모두 이쁜 사랑 하시라고 축하해 주었다. 그때가 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찬바람이 막 피부를 찔러대어 한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때였다. SNS를 열어 손을 가리며 보여주는 사진 속의 얼굴은 시인보다 많이 어려 보이는 여자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