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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 37

조길성 시인의 '나는 보리밭으로 갈 것이다'

그렇게 늦은 밤은 아니었다. 시인이 SNS에 글을 올렸다. "저 늦사랑 고백했는데 통과됐어요. 지금 이 순간 죽을 때까지 사랑할 겁니다"라고 했다.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자기도 이제야 사랑할 여자가 생겼다고 수줍게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얼굴이 환해 보였다. 아주 행복하게 웃을 때 입이 귀에 걸린다고 하는데 시인은 진짜로 입이 귀 바로 아래 걸릴 정도로 웃는다. 합석한 사람이래 봤자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역 활동가들과 이사 온 다음 해에 친하게 된 나 정도이지만 모두 이쁜 사랑 하시라고 축하해 주었다. 그때가 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찬바람이 막 피부를 찔러대어 한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때였다. SNS를 열어 손을 가리며 보여주는 사진 속의 얼굴은 시인보다 많이 어려 보이는 여자 사..

타이탄의 도구들에 나오는 아침에 꼭 해야하는 5가지

타이탄의 도구들에 나오는 아침에 꼭 해야하는 5가지를 프린트해서 집 안 곳곳에 붙였다. 어떤날은 두 가지만, 가끔은 5가지 전부 하는 날이 있다. 차마시는 일과 아침일기 만큼은 꼭 쓰려고 한다. 글을 쓰는 일 자체가 집중하게 하고 정리하는 일이므로 어찌되었건 쓰고 또 쓸 일이다. 기분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날은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사람은 기분이라든가 사소한 감정에 의지해 하루 온 종일 보내니까 말이다. 아무리 좋은 말들을 읽고, 바른 길을 듣는다고 해도 작은 일 한가지를 꾸준히 하는 실천을 따라갈 수 없다. 주커버그나 배달의 민족 김봉진 같은 사람들과 우리와 다른 점은 한 가지다. 그들은 행동한 사람이고 우리는 행동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선거운동 나오라고 뚱뗑이가 전화를 했다...

참소라를 삶았다.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많다. 신나고 즐겁고 한편으로 겁나는 그런 일들.

참소라를 삶았다. 이마트에서 샤워기 걸개를 사고, 한살림, 초록마을을 들러 장을 보다가 참소라 1.3키로 짜리를 23,000원에 사왔다. 솔로 대충 닦고 솥에 넣고 물을 소라 높이 만큼 채우고 삶았다. 물이 많으면 싱거워지니 되도록 소라 높이와 같든가 약간 아래로 해서 조금 넣는다. 15분~20분 정도 삶고 젓가락으로 끼워 소라 껍질을 돌려가며 속을 꺼낸다. 소라가 좀 작은 느낌이다. 소라 속살 내장부위 겉표면에 붙어있는 보라색이나 청록색 또는 갈색으로 보이는 띠를 꼭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연휴 시작부터 참 일사분란하고 치열하다. 밖으로 돌아다니는 님 때매 화 난 사람이 있어 소라찜에 와인 한 잔 하면서 무사히 넘겼다.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많다. 신나고 즐겁고 한편으로 겁나는 그런 일들.

스스로 감당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거세게 항해해야 할 일이다.

달리고, 또 달리고, 끝까지 달리니 긴 연휴 첫날이 간다. 동호회 어르신이 일 년 전 모임 때 갑자기 심장이 멈추었다고 한다. 그때 주위에 있던 몇 분이 심폐 소생술(CPR)을 하고, 119에 전화해서 살아나셨다고 한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경우다. 그분이 오늘부터 딱 364일 전 오늘 죽었다가 살아난 지 1년이 되었다고 백설기를 대접하고 미역국을 함께 먹었다. 가끔 볼 때마다 늘 행복하신 모습이었다. 즐겁지 않은 모습이 없고, 특히 나이가 많으신데도 사진 찍는 것에 열심이었다. 죽었다 살아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궁금하다. 마치 우주 저편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다시 땅으로 귀환해 살아나가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을까. 정말 죽기 직전에 과거의 삶이 주마등처럼 눈앞으로 지나갈까. 현재를 살아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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