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은 김치 죽는다는게 먼지 잘 몰랐다. 그냥 없어지는거였다. 주위 사람들은 그대로 있고 죽은 사람은 그냥 없어지는 것이 죽는거 라고 알았던 고2였다. 세상의 빛이라는 이름의 고등학교. 담임은 애들 잘 패기로 소문난 물리를 가르치던 갑수였다. 학생들은 180도 발차기로 애들을 패고 있는 국어의 숑숑, 생물의 푸른 곰팡이, 교련의 디스크, 음악의 불구, 독일어 색시, 다른 독일어 석고상 같은 선생님들과 무던히도 방학 수업을 지내는 중이었다. 종근이의 볶은 김치는 정말 너무 맜있었다. 장조림도, 소세지도, 계란 프라이도 그 녀석이 싸온 볶은 김치 앞에서는 그냥 반찬이었다. 집은 충주였고, 학교 다니느라 청주에 와 있는거였다. 하루도 빠짐없는 볶은 김치는 우리에겐 생명이었다.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