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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러너스

9월 달리기, 달리기가 의미가 없어지면 무언가 채우겠지. 9월 달리기, 달리기가 의미가 없어지면 무언가 채우겠지 9월 1일 수요일. 5km 달리지 않고선 못 배길 것 같아서 달렸다. 미칠 때까지 달리면 미칠 것 같아서 미치지 않을 정도만 달렸다. 아무 생각이 안 났다. 학교 언덕으로 둘러쳐진 운동장의 그 둔덕을 달리는데, 바닥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한 곳이 있어 달리는 내내 정면도 보지 못하고 바닥을 보고 달렸다. 바닥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머리를 곧게 세워 30m 앞 지면을 바라보고 달여야 하는데, 바닥을 자주 보니 자세나 시야가 안정적이지 않다. 며칠 동안 비도 자주 오고 흐린 날씨라서 일단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달렸다. 모든 운동이 몸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도 반복적으로 실행해 뇌와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사람에게는 3개..
8월 달리기, 얼마나 더 달려야 할까. 8월 달리기, 얼마나 더 달려야 할까. 입추가 막 지났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가을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계절을 지나가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여름을 보낼 준비를 한다. 한 여름 뜨거운 햇살을 충분히 받았고, 우리 몸을 영혼이 머무르고 싶게 만들었고, 능소화와 배롱나무꽃이 피어나고 저무는 것처럼 지겹게 실패했고, 땀에 젖은 싱글렛과 손수건, 느릿느릿 바람을 보내던 부채와 함께 보낼 시간이 되었다. 비록 때가 되어 보내야 할 것은 보내지만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사실, 흘려보내면 다시 또 여름은 돌아온다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영화 콜 오브 와일드(2020)는 잭 런던의 베스트셀러 '야성의 부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얼음 썰매를 몰며 우편을 배달하는 페로는 벅에게 말한다. "우리가 해냈어! 봤..
7월 달리기, 장마와 무더위가 여름의 본질은 아니다. 7월 달리기, 장마와 무더위가 여름의 본질은 아니다. 7월 1일 목요일 훈련. 낮에 34도를 웃도는 열기가 저녁까지도 운동장 가득하다. 관문 체육공원을 출발할 때 27도, 영동 2교를 찍고 돌아오니 25도를 보여준다. 14km를 달렸다. 가민 러닝 시계를 찬 이후로 거리가 약간 모자라면 더 달려서 km 단위를 정확히 채우는 버릇이 들고 있는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수자(진수)를 만나서 같이 영동 2교에 도착하니 민자(정민)가 달려온다. 주로에서 회원이나 이는 사람을 만나면 왜 이리 반가운지 모르겠다.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관문으로 돌아온다. 수자는 참 열심이다. 예전에 달리던 때를 기억하며 열심히 몸무게를 줄이고 거리를 늘리고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꾸준히만 한다면 우리가 못할 일..
6월 러닝, 여름은 고난으로 가득한 뜨겁고 열정적인 계절 6월 러닝, 여름은 고난으로 가득한 뜨겁고 열정적인 삶 6월 1일. 화. 여름 시작, 6월의 첫 달리기, 19도 연두로 가득 찬 계절은 지나고, 진한 초록으로 물든다. 해는 우리 머리 위로 더욱 높이 솟아오른다. 달이 두려워하는 뜨겁고 열정적인 여름이 온다. 육지의 열을 수집하는 두껍고 흰 잔류 구름, 언제나 태양의 선명한 무늬가 넘치고, 밤에는 공허한 잔치가 열리고, 태양은 밤에도 응축되지 않으며, 그림자 덩굴은 우거지고, 하늘을 닮은 호수에는 무한한 연꽃이 만발하고, 모두가 씁쓸하고 뜨겁고, 아침마다 우리를 잔뜩 겁먹게 하는, 우리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절호의 날,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할 여름이다. 그래도 허울이다. 맘껏 달리고, 할 일을 하고, 술 마시고 놀아도 겨우 해가 질락 말락 하는 때가 ..
5월 러닝, 사람이 세월을 기다리지 세월이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5월 러닝, 사람이 세월을 기다리지 세월이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5월 1일은 처 어머님 기일이라 일산 청아공원 5월 같은 말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에 돌아가신 분이 계시면 슬픔은 두 배가 된다. 썰렁하고 어둡고 음침한 계절에 죽었다면 그런 날이 슬픔을 대신하므로 그러려니 하겠지만 연둣빛으로 충만한 아름답고 싱싱한 계절에는 '왜 하필 이 좋은 때에 조금 더 머물지 않고.'라는 생각으로 더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5월은 여러모로 슬픈 날이다. 2003년 민서가 3살 때, 어머니는 59세에 일찍 돌아가셨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머님과 지낸 날들은 생생하다. 여행도 많이 다녔고, 가까운 데 계셔서 민서도 잘 돌봐주시고 사랑을 받았던 와중에 갑작스레 돌아가신 일은 늘 마음이 아프다. 청아공원에서 처남 내외를 ..
무라카미 하루키가 권하는 '달리기 음악 12곡' 아마도 가장 낭만적인(낭만은 원래가 불순하고 퇴폐적으로 살아야 느끼는 거고, 자신에게는 해당되면 안 되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러너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닐까? Madison Time - 도날드 페이건(Donald Fagen) Heigh-Ho/Whistle While You Work/Yo Ho -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 Surfing USA - 비치보이즈(The Beach Boys) D. B. Blues - 킹 플레져(King Pleasure) Sky Pilot - 에릭 버든과 디 애니얼스(Eric Burdon and The Animals) My Way -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Suburbia - 펫 숍 보이스(Pet Shop Boy..
2021 서울마라톤 누적 풀코스 완주 2021 서울마라톤 누적 풀코스 완주 작년 2020년부터 모든 마라톤 대회는 열리지 않는다. 소규모 대회나 산악 트레일 런을 조심스럽게 열거나, 비대면 언택트, 버츄얼(마찬가지로 비대면) 레이스 대회가 열릴 뿐이다. 대회날의 수많은 인파와 함성, 숨이 넘어갈 정도로 달리는 모습, 한마디로 환호성과 감격의 모습으로 가득 찬 축제는 열리지 않는다. 비대면 달리기를 몇 개 달리고 메달을 하나씩 받았다. 스스로 단련하는 사람은 외부에서 열리는 행사나 분위기에 휘말리지 않는다. 2021 서울 마라톤도 언택트 마라톤 대회로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티셔츠가 좋았고, 메달도 멋지다. 누적 플 코스를 달렸으니 완주 메달을 획득했다. 무엇이든 자기 힘으로 획득한 것은 소중한 법이다. 2021 SEOUL MARATHON 20..
4월 러닝, 흐름을 따라 눈부신 달리기를 이어가기 4월 러닝, 흐름을 따라 눈부신 달리기를 이어가기 4월 1일. 훈련 안 함. 현자가 화요일 훈련으로 부상을 입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저녁에 한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만우절이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나가기로 한다. 진자, 현자, 식자, 순자 선배가 까치 식당에 모였다. 삼겹살에 소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우리였다. 마음에 들면 그만이다. 4월 3일. 영동 1교 금요일, 그러니까 정모 전날 저녁에 아주 오랜만에 후배 우현우를 만났다. 바리톤 성악가로 반포에 있는 국제학교 교장을 맡고 있었다. 워낙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가 많았다. 현우가 88년도에 군대 간 이후 처음 만났다. 만날 때가 되었으니 만났고, 나이가 들었으니 연락이 되어 만났다. 한 살 아래인 현우는 교회를 함께 다니고, 봉..
3월 러닝, 난 내일 다시 바다로 나간다. 무엇이든 극복할 테니까. 3월 러닝, 난 내일 다시 바다로 나간다. 무엇이든 극복할 테니까. 3월 2일. 화요일 훈련. 관문 운동장에 훈련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순자 선배와 현자와 영동 1교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일요일 산에 다녀온 두 분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잘 달린다. 산에 잘 가지 않는 남자는 다른 이유는 없다. 내려올 때 무릎에 무리가 가고, 7시간씩 산을 걷고 오면 피곤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달리면서 신입회원 연락하는 문제, 매월 자체 달리기 시합 행사, 몸에 집중하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갑갑하다. 어색하고 마음이 조이는 일을 내키지 않는 사람은 큰 일을 할 수 없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물들고 습관으로 굳어진 마음의 자세나 행동을 바꾸는 일은 어렵지만 이겨내지 않고서는 더 ..
2월 러닝, 실용주의 러너에서 마스터 러너로 달리기라는 운동에서 가장 두드러진 장점-시간 대비 가장 효율적인 운동-만을 취하는 실용주의 러너가 통찰과 직관, 지혜를 갖춘 마스터 러너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실용주의 러너는 시키는 대로 달리는 단계를 이미 넘어섰고, 달리는 능력은 평균 이상이면서 경험도 풍부한 러너다. 다른 초보 러너와 중급 실력을 갖춘 러너를 교육할 줄도 알고, 진정한 러너가 되는 여러 단계를 구분 지어 각 과정에서 중요한 것들을 잘 알고 있는 러너다. 물론 실용주의 러너의 가슴은 달리기에 대한 애정이 넘쳐흐른다. 하지만 실용주의 러너는 마스터 러너를 넘어설 수 없다. 훈련의 대부분을 늘 마스터 러너와 함께 달리는 중이다. 마스터 러너는 나처럼 실용주의 러너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라서 숙련된 러너-교육과 경험은 갖추었지만 능력은..
1월 러닝, 달리는 내내 노을을 본다. 서쪽이라서 2021년 1월 5일. 운이 좋게도 봄이 끝나갈 무렵 우울한 도시(오이도, 시화방조제, 몇 개의 공단이 있는 이 도시는 처음부터 우울했다)에 있는 학교로 왔다. 사전 준비나 리허설, 예행연습을 하는 이유는 더 잘하기 위함이 아니라 예외적인 상황에 잘 대처하기 위함이다. 물론 심리와 정신적인 면으로 한 번이라도 연습을 하면 실제는 더 잘하게 된다. 행사, 공연, 녹화를 망치는 대부분은 연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해서다. 그렇다면 훈련을 할 게 아니라 행운이 늘어나게 하고(불행에 대처하고), 리더십을 키우고, 상황에 대처하는 창의력과 임기응변을 발휘하도록 가르치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 오늘 8개 월이 지나 처음으로 학교 운동장 트랙을 달렸다. 운동장은 주변이 둑방처럼 높이..
12월 달리기, 눈이 오면 모두 묻힌다. 녹을 때까지. 달리기를 시작한 지 4년이 되었고, 정확히는 46개월이 되었다. 꾸준히 달리면서 느리지만 한 번도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하는 남자의 모습은 보기에 무슨 굉장한 일을 하고, 자신이 무어라도 된 것처럼 보이는 경이로운 일이었다. 배운 것도 많았고,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잃은 것도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달릴지 모르지만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계속 달리고 싶다. 2020년 달리기를 전부 모아 본다. 12월 달리기, 눈이 오면 모두 묻힌다. 녹을 때까지. 11월 달리기, 목표를 더욱 높게 잡아야 할까, 아니면 낮춰야 하나. 10월 달리기, 하루하루 가득 차는 가을에 달리기라니. 9월 달리기, 빠르게 달릴수록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8월 여름 달리기, 달리기도 춤이라면 가볍고 우아하게. 7월 달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