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공기 연구소

인조공기@난방 냉방 환기 - 한화택(국민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지구빵집 2012. 5. 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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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설비저널에 연재된 "생활속의@공학이야기"를 국민대학교 한화택교수님의 허락을 받고 연재하는 내용입니다.  어려운 공학을 쉽고 재미있게 써주신 한화택교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 METRIC 편집 주 -


  생활속의 공학이야기는 조금은 황당한 분석과 엉뚱한 발상을 통하여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상생활에서 부딛히는 공학,과학,수학적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이를 다시 우리의 삶에 빗대어 생각해 본 것입니다. 현재 대한설비공학회 설비저널에 격월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한화택(국민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hhan@kookmin.ac.kr)




 쾌적한 거주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인류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공기조화 (air- conditioning)란 건축물의 냉방, 난방, 환기를 통하여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원시시대부터 시작하여 공기조화의 역사는 난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불을 이용함으로써 난방이 가능하였는데 불이란 다름 아닌 화석연료나 나무 등에 축적된 태양에너지를 의미한다. 그러나 동굴 내에서 불을 지폈을 때 발생하는 연소가스에 의하여 인류 최초의 실내공기오염의 문제가 발생하였고 환기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고안을 하게 되는데, 페치카 등과 같이 연소가스와 실내공기를 분리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물을 매체로 하여 간접난방을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초기의 공기조화의 주된 테마는 역시 난방이었고 환기는 단지 난방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기조화로서 난방 이외에 냉방은 거의 생각할 수 없었다.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냉방효과로서 증발열을 이용하여 마당에 물을 뿌려 놓는다거나 복사열을 이용하여 먼 하늘과의 복사열교환에 의하여 약간의 냉열을 얻을 수 있을 뿐이었다. 여름철 실내 환기도 실내 공기 질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로 냉방의 일환으로 이용되었다. 


또한 겨울철 얼음을 수확하여 몇 개월을 보관함으로써 여름에도 저장된 빙축열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빙축열은 공기조화에 이용된 것은 없고 임금님 수라상에 올리는 시원한 식혜나 로마황제를 위한 차가운 포도주와 같이 대부분 권력층의 호사스런 식생활을 위한 것이었다.


  19세기 냉동기가 발명된 이후에야 비로소 인위적으로 냉열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냉동기는 초기에 얼음 생산에 주로 이용되었는데 냉동기로 만들어진 인조얼음(artificial ice)은 강물에서 떠온 기존의 자연 얼음(natural ice)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이 싸움에서 하천오염의 덕분에 자연산 얼음이 패배하게 된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자연을 망가뜨리는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후에 냉동기를 냉방에 응용함에 따라서 건축물은 전천후 냉난방 기후조절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인위적인 실내기후조절을 위해서는 가능하면 외기의 침투를 막아서 냉난방에 소요되는 에너지 절감을 꾀하고자 하였다. 더구나 에너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모든 틈새를 더욱더 틀어막아 건축물의 밀폐화는 가속화하였다. 이러한 건축물의 밀폐화로 인하여 실내공간은 점점 고립되어 갔고, 필요한 신선외기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였다. 더구나 생활에 여러 가지 실내공기 오염을 일으키는 생활도구나 약품들이 다량 이용하게 됨으로써 실내 공기질은 악화의 일로를 걸어왔다. 여기서 냉난방 에너지절감과 환기에 의한 실내 공기질 유지라는 두 명제는 천칭의 양축을 이루며 에너지 가격에 따라서 그 형평을 유지하며 발전되어 왔다.


  생활수준이 향상함에 따라서 보다 쾌적한 실내 공기질에 대한 욕구는 냉난방에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에 대한 부담을 앞서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선외기를 실내로 공급하는 환기와 에너지 절약적 냉난방의 조화이다. 그러나 환기의 기본 개념은 일단 '외기는 신선하다'는 가정에서부터 출발하였는데 특히 도심지를 중심으로 대기의 오염은 더 이상 이 가정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실내공기를 외기로 치환하는 것에서 벗어나 실내공기를 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실내공기의 화학적 처리에 의한 정화에는 더욱 막대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머지 않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생공기 (natural air)와 인조공기 (artificial air)의 싸움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 이제는 단순히 냉난방 에너지 비용과 실내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에너지 소비에 따른 지구오염의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대기오염은 환기를 무력하게 하고 정화된 인조공기를 더욱 필요하게 하며 이것은 막대한 에너지 소비로 이어져 지구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이 순간 태양으로부터 받고 있는 에너지 이상의 에너지, 즉 몇천년 동안 축적되어 있는 에너지를 땅속에서 캐내서 사용한다는 것은 곧 지구평형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파괴속도는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앞으로 공조분야에서 자연친화적 건축설계 및 에너지 절약적 설비설계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여름철 에어콘의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환기 흔들의자라도 하나 만들어 사용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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