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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2

4킬로미터를 아주 느린 속도로 달렸다. 조짐이 좋다.

인내란 자유를 향한 긴 여정에 반드시 겪는 과정이다. 아침 일찍 영동1교로 간다. 자봉이 준비한 음식을 올려놓는 작은 테이블과 가방과 옷들을 두는 돗자리를 동료와 함께 챙긴다. 아직도 조금은 찬바람이 분다. 허벅지 부상을 회복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통증도 없고 걷는 모습도 아프기 전과 다름없지만 나아지는 속도는 정말 더디다. 모여서 인사를 하고, 준비 체조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각자의 페이스에 맞는 속도로, 서로 다른 거리를 달린다. 천천히 달려본다. 달리는 일은 걷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걷는 것보다는 빠르다. 땅에 닿는 발바닥의 형태가 틀리고, 허리와 무릎과 발목에 전해지는 충격의 양이 틀리고, 일단 전신의 자세가 다르다. 그래서 걷는 일은 아무리 빨리 걸어도 달리는..

호모러너스 2019.04.13

한 번에 하나씩, 한 마리 한 마리씩이라고 말했다.

한 번에 하나씩, 한 마리 한 마리씩이라고 말했다. 그와 이야기를 해야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는 남자의 행동은 여전했다. 남자에게 달라진 게 있다면 자기가 느끼는 행복은 다른 사람이나 주위 환경에 의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남자가 화났을 때는 늘 침묵하듯이 살아가고, 남자의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 남자는 너무나 조용했다. 침묵과 마찬가지였다. 나서지도 않고, 알리지도 않고, 무어라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지내는 모습은 그가 삶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의미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뻔한 일들이다. 일상을 제법 잘 살아가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내다가 갑자기 사이가 가까워지면 -일상적인 평범한 일로 만나거나 함께 하는 일에 더욱 협력을 하게 되면-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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