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급진적

아침 경영 교육 시간에 사용된 신문 기사들 모음

지구빵집 2013. 12. 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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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스티브 잡스의 車庫


스티브잡스의 양아버지는 중고 자동차를 직접 수리해 되파는 일을 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앨터스에 있는 집 차고가 아버지 작업실이었다. 그는 열세 살 잡스를 차고로 데려가 작업대에 금을 긋고 한쪽을 나눠주며 말했다. "스티브,이제 여기가 네 작업대다."나중에 잡스는 "아버지 자동차로 전자공학의 기초를 가르쳐준 덕분에 컴퓨터에 흥미를 품게 됐다"고 했다. 1976년 스물한 살 잡스는 아버지 차고에서 친구들과 함께 컴퓨터 회사애플을 세웠다.




애플은 컴퓨터 회로 기판부터 만들었다. 잡슨느 거실의 TV수상기를 가져와 회로 기판을 연결해 성능을 테스트했다. 아버지가 "미식축구를 봐야 한다"며 tv를 도로 거실로 가져가면 잡스는 동업친구들과 앞마당에서 기타를 치며 TV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차고에서 출발한 애플은 30년 뒤 자구촌에 스마트폰혁명을 일으켰다. 며칠전 로스앨터스 역사위원회는 잡스의 차고를 가리켜 "역사적 사건이 이 집에서 일어났다"며 사적지로 지정했다. 


한강의 기적은 무에서 우를 일군 기록이다. 지금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 조선 자돌차는 60년 전엔 이땅에 없던 산업이다. 그래서 나라 여기저기에 창업의 터가 흩어져 있다. 정주영은 1940년 서울 아현동에 자동차 정비소 아도서비스를 세웠다가 20일 만에 불이 났다. 정주영은 신설동에 두 평 남짓한 정비소를 새로 열었다. 글로벌 기업 현대차의 출발이었다. 그러나 창업 터였던 정비소는 모두 잊히고 말았따. 현대차조차 아현동과 신설동 정비소의 위치를 모른다고 한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가 1931년 진주에 세운 구인회상점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홍수 때 물에 잠긴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만 남아 있다. sk그룹의 뿌리는 창업주 최종건이 1953년 수원에 세운 선경직룰공장이다. 이 공장도 2003년 문을 닫은 뒤 폐허가 된 채 방치돼 있따. 이병철이 1938년 대구에 세운 삼성상회 목조건물도 사라진 지 오래됐다, 그나마 2년 전 대구시가 그 자리에 옛 모습을 부조로 재현한 벽을 세워 기념 공간으로 꾸몄다.


"꿈도 여럿이 꾸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한강의 기적은 억처그러운 기업가 정신이 물꼬를 트고 국민이 땀을 흘려 함께 꾼 꿈의 결실이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우뜩 선 기업인들이 첫 씨앗을 심은 창업터는 '꿈을 키우는 공장'이었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이 새로운 꿈의 영감을 얻을 곳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다가 30~40년 뒤엔 기념할 만한 창업 터가 생기기나 하겠는가.


[출처] [만물상] 스티브 잡스의 車庫 | 작성자 호박




[데스크에서] 동양이 무너진 진짜 이유


1983년 8월 삼성전자의 한 젊은 사원은 동료와 미국의 새너제이(산호세)로 기술을 배우러 출장을 갔다. 당시 미국 반도체 기술자들은 세계 최고가 아니던가. 미국 기술자들은 그를 비롯해 한국인 연구원들을 '캔'이라고 불렀다. 코리안을 줄여 부른다고 했지만 '깡통'이라고 조롱한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당시 한국 연구원들은 미국 연구원들이 오후 6시 퇴근하면 그때야 연구실로 들어가 다음 날 아침 8시 미국인들이 출근할 때까지 일했다. 숙소도 잡지 못해 회사 정문 앞에 캠핑용 차량을 세워놓고 잠을 잤다.


당시 이 직원이 지금 삼성디스플레이 김기남 사장이다. 10년쯤 전 그와 만난 취재수첩엔 다음과 같은 얘기들이 이어져 있었다.


'(반도체 개발을 하면서) 특히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정말 힘들었다. 돈은 안 벌어지고, 개발도 뜻대로 안 됐다. 회의는 날마다 밤 11시에 했다.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도) 기흥은 정말 시골이었다. 웬만한 사람은 자가용이 없던 시절이었다. 


너무 늦게 끝나니 매일 밤 회사에서 차량을 준비해줬다. 그런데 꼭 버스 2대에 나눠탔다. 혹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모두가 큰일 당하면 안되지 않느냐. 우리는 꼭 반도체를 성공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삼성반도체는 마침내 1993년 세계 최초로 64D램을 만들어냈다. 이후 반도체 산업에서 '최초'를 휩쓸며 가장 창조적인 기업이 됐다. 김 사장에게 "왜 삼성전자가 성공했다고 보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한 걸로 적혀 있었다.


'회의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무부터 대리가 함께 자리한다. 누구든 반박을 한다. 서슴지 않는다. 누구나 말할 수 있다. 이런 문화는 처음부터 우리가 생판 모르는 것(반도체)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문화였다. 모르는 것을 가장 빨리하려면 가장 잘하는 사람,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했던 것이다. 


기술 선택을 할 때 A, B, C 중에서 장단점을 갖고 정확히 토론하고, 실행에 옮길 때는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 A를 선택할 때 B, C의 기회 포기 비용까지 검토했다. 무엇을 잘못한 것뿐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겨나는 손실까지 검토하는 것이다. 또 삼성은 기술자, 연구원 외에 매니저도 함께 고민하면서 의사 결정을 했다. 엔지니어들끼리 결정하면 오히려 능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웅진, STX, 동양그룹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한 금융인은 이들 3개 그룹이 무너진 공통점에 대해 "새로운 영역을 찾아내 글로벌 경쟁에 나선 게 아니라 4대 재벌이 하던 사업군(건설·보험·조선 등)에 진출하다가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전 반도체 신화의 탄생 과정을 반추해보면서 우리 기업이 역동성을 잃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도전은 거창한 구호였고, 결국 '돈 되는 사업'을 따지다가 '돈 번 사업'만 매달렸던 것 같다. '창조'란 말이 무서운 단어로 다가온다.


[이인열 경제부 차장]




[Weekly BIZ] [정동일 교수의 리더십 이야기] "入社땐 죽도록 고생… 대신 비전을 주겠다"라는 애플


최고만 뽑는다, B급 인재 뽑기 시작하면 결국 C급으로 가득 차

연봉보다 목적의식, "지구상 최고의 제품 만드는 데 동참하라"

최고 경영자가 나선다, 필요한 인재라 여기면 CEO가 직접 영입 나서


오늘은 이상한 기업 이야기를 하나 하자.


직원 수는 7만6000명, 매출은 약 180조원. 회사 분위기는 살벌하기 이를 데 없다. 모든 의사 결정은 보스가 내린다. 철저하게 톱다운 방식의 독재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은 비밀에 부쳐지고, 같은 제품 개발에 서너 팀이 목숨을 건 경쟁을 한다. 직원들의 복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 흔한 공짜 점심과 헬스클럽도 없다. 직원들의 경력 개발에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 잘 준비된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

 

>> 절박한 사람이 이긴다

>> 행복하고싶으면 이런회사를 다녀라 경쟁이 행복이라생각하면~ 

>> 당신이 최고인가 - 최고가 되려면 -애플이다





직원 채용을 할 때는 노골적으로 "일하기 좋은 직장은 잊어버려라. 그런 직장을 원한다면 여기는 당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다"고 이야기한다. 일과 삶의 균형보다 일이 더 강조되며, 회사가 일부러 필요한 인력의 70% 정도만 채용하기 때문에 하루에 12시간씩 죽도록 일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이 회사에 오는 걸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

 

금세 이직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이 지난 1년 동안 매출은 45%, 수익은 61% 증가했으며, 순수익률이 무려 22%나 된다. 채용 광고도 하지 않는데 구직자는 줄을 서고 이직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포천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most admired company)' 리스트에서 지난 6년 연속 1위를 했다.


이런 괴물 같은 회사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인재를 선발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다른 기업과는 파격적이라 할 만큼 다르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위대한 기업이 되길 원한다면, 가장 중요한 사람에 대한 철학과 관리 방식도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애플의 인재 관리에 대한 비밀을 두 번에 걸쳐 살짝 엿보도록 하자.


인재 채용에서 애플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최고 인재만을 뽑는다'는 것이다. B급 직원을 뽑기 시작하면 회사가 C급 직원으로 가득 차는 건 시간문제란 생각이다. 채용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철저히 팀장과 매니저에게 주어진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정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연봉은 '시가(market price)'이다. 횟집에서 메뉴판을 보면 정말 귀하고 비싼 생선은 가격란에 '시가'라고 쓰여 있듯이 말이다.


애플의 인재 채용에 관한 둘째 철학은 연봉과 직원 복지를 강조하기보다 목적의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신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목적의식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데 동참하자는 영감을 자극하려 노력한다.


애플은 홈페이지에 '애플에서 일하게 된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쓴 적이 있다.


목적의식을 공유하게 되면 조직 구성원은 직원에서 주인으로 변하며,  그 들이 하는 일은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미션으로 변하게 된다.


애플의 인재 채용에 관한 셋째 철학은 최고 경영자의 적극적 참여이다. 애플에 정말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되면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직접 나서서 설득하고 자신의 비전과 목적의식을 공유하려 했다. 애플의 많은 인재는 스티브 잡스와 같이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애플에서 일하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고 이야기한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채용하는 방식에서도 애플은 흥미로운 제도가 있다. 고객과 최접점에서 근무하는 이들이야말로 애플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애플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핵심 인재를 선발하는 것만큼이나 매장에서 고객에게 최고 서비스와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인재 선발에 노력을 기울인다.


채용 담당자나 애플 직원이 다른 회사 매장에서 최고의 서비스와 주인 의식을 가진 직원을 발견하게 되면 조그만 카드를 내민다. 카드 앞에는 '당신은 최고입니다. 우리 이야기 좀 합시다(You are amazing. We should talk!)'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뒷면에는 '당신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최상입니다. 나는 애플 스토어에서 일하는데 우리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신이 일하는 곳이 만족스럽다면 그만두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직을 생각한다면 전화 주십시오. 이것이 미래에 위대한 일을 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지도 모릅니다'라고 적혀 있다.


기업의 목표가 직원들의 적당한 만족이라면 애플의 인재 선발 방식과 다음번에 이야기할 애플의 직원 평가 방식은 분명 받아들이기 부담스럽다. 그러나 선도 기업을 꿈꾼다면 애플의 독특한 인재 관리 방식을 심각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대 기업의 성공과 실패가 조직의 혁신 역량에 달려 있고, 혁신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일하면서 다른 결과를 원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기억하자. 혁신은 정장 차림 직원들이 엄숙한 회의를 할 때가 아니라, 목적의식에 사로잡혀 미친 듯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며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단아(rebel)들이 있을 때 이뤄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잭 웰치 GE 前회장 "기업이란 정원에선 잡초 뽑아내야… 내 철학 바뀐 적 없어"



잭 웰치의 ‘鐵의 경영’

실적 하위 10% 직원 자르는 리더십 지금도 절실히 필요

회장 취임 후 5년간 11만명 해고, 25% 적은 인력으로 5배 성장


짐 굿나잇의 ‘仁의 경영’

직원을 왕처럼 대접하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 온다

금융위기 때도 ‘해고 제로’, 직원들은 확신과 동기 갖게 돼… 2009년 SAS 매출 5% 성장





"잘라야 산다… 2050년에도 유효"


1980~1990년대에 수많은 경영인이 롤모델로 삼은 사람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워크아웃'이니 '식스 시그마'니 하는 경영 혁신 기법들을 그가 창안하거나 보급했고, 그가 경영을 맡은 기업은 20년간 시가총액이 3000%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잭 웰치(Welch·78) 전 GE 회장이다. 2009년에 포천 지는 스티브 잡스를 '지난 10년간 최고의 경영자'로 뽑았다. 하지만 이 잡지는 1999년에는 잭 웰치를 '지난 100년간 최고의 경영자'로 뽑았다. 스티브 잡스 이전에는 웰치가 경영자들의 우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2001년 은퇴하고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그는 구(舊)경영의 화신이 됐다. 2006년 포천지는 '미안합니다, 잭 웰치(Sorry, Jack Welch)'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그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렸다.


그가 은퇴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논쟁의 중심에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하늘과 땅만큼 엇갈린다. 특히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는 그의 독특한 인재 관리 철학이다. 그의 핵심적인 생각은 "이를 악물고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철학을 인사 관리에도 적용했다. 직원을 A B C 세 등급으로 나누고 하위 10% 직원에게는 '솔직하게' "나가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그가 취임한 뒤 5년간 GE 전체 직원 40만명 중 27%인 11만2000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이 중 3만7000명은 GE가 분사한 회사로 옮겨갔지만, 나머지 8만1000명은 그대로 일자리를 잃었다. 그가 '중성자탄 잭((Neutron Jack)'이란 별명을 얻은 이유다.


웰치 회장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을까? 그의 생각을 들으려고 그를 뉴욕 자택에서 만났다. 그에게 "사람들이 중성자탄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온 집 안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취임했을 때 GE엔 40만명이 넘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50억달러 남짓 매출을 올렸어요. 그런데 제가 은퇴했을 때는 직원 31만명으로 1300억달러 가까운 매출을 올렸습니다. 25% 적은 인력으로 5배 이상 성장한 것입니다. 제가 중성자탄이었습니까? 필요 이상 직원을 보유하는 것이 옳은 일이란 얘기인가요?" 그가 팔을 허공에 휘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고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대대적인 해고 작업은 고통스러웠습니다. 대신 우리는 정말 후한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또 직원들이 다른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줬습니다. 저는 10만명이나 되는 직원을 유지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GE가 10만명을 그대로 두면서 최악의 회사가 됐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당신과 인터뷰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당신은 부하 직원들을 팬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액션을 취해야 합니다. 직원이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빨리 따져서 말입니다. 제가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우린 당신이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해줬으면 합니다. 그러나 회사를 위대한 곳으로 만들 수 없다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됐으면 합니다'란 말입니다."


잭 웰치 GE 전 회장


잭 웰치 회장의 집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고급 아파트의 48층이었다. 그는 "어서 오세요. 여기가 뉴욕입니다. 왼쪽 창문으로 봐도 뉴욕, 오른쪽 창문에도 뉴욕. 뉴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지요"라며 껄껄 웃었다. 여전히 카리스마와 열정이 넘쳐났지만, 과거보다 배가 훨씬 나와 보였고, 목소리는 갈라지고 쉰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현재 사모펀드 회사인 '클레이턴 더빌리어 앤드 라이스'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이 펀드가 소유한 기업 18개의 경영을 돕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잭 웰치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라는 온라인 최고 경영자 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솔직해지는 것이야말로 자비로운 것


―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제 상사는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상사를 바꿀 방법이 없나요?' 같은 질문입니다. 저는 '상사가 싫으면 다른 회사로 옮겨라.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커다란 산과 싸우지 마라. 산사태가 벌어지면 당신을 덮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또 다른 학생은 '부하 직원 한 사람이 여기 20년이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업무 능력은 떨어집니다. 좀 덜 중요한 일을 시키면서 같이 지내고 싶습니다'라고 합니다. 저는 '노! 그는 기쁘지 않을 겁니다. 의욕이 꺾일 겁니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비롭게 해고해라. 새로운 곳에서 성장하도록 해라'고 충고합니다."


그가 경영자 시절부터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이를 악물고 솔직해져라"이다. 그런 충고가 과연 이 시대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것일까?


"당연하죠. 이 시대에 훨씬 중요합니다. 어떤 직원인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솔직하게 듣고 싶지 않을까요? 직원들이 무엇을 잘못하는지, 어떻게 업무 능력을 키워야 하는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말해주지 않는 것이야말로 잔인한 짓입니다.


경기 침체가 닥쳤다고 해보죠. 1998년 아시아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보스는 직원을 불러 말합니다. '지금 당장 옷 벗으세요!' 깜짝 놀란 직원은 되묻습니다. '왜 접니까? 전 여기서 15년이나 일했어요. 지금까지 경영진에서 저를 문제시한 적이 없다고요'라고 반문합니다. 이런 상황이 정상입니까? 이것은 최악의 경영입니다. 직원을 수시로 평가하면서 가르치는 경영이 필요해요. 저는 제 경영 철학이 2050년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2050년이요?


"네 물론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점수를 왜 매긴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좋다면, 왜 마흔 살 직원에게는 점수를 매기면 안 됩니까? 그것은 왜 잔인하고, 열일곱 살 학생이 학교에서 성적표를 받아 가져오는 것은 잔인하지 않은 겁니까?"


―회장님이 은퇴 이후 12년 동안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기업에서 인적자원 관리(HR)의 방정식이 무시당하고 있으며, 충분한 노력이 기울여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 기자는 상사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나요? 조선일보가 당신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투자합니까? 당신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나요?"


―어떻게 일해야 할지는 알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당신의 그다음 단계는요? 왜 당신의 상사는 그걸 말해주지 않나요? 제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하면서 청중에게 '당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디인가?'라고 물을 때 오직 10%만 '알고 있다'고 답합니다. 그것도 정말 좋다고 알려진 회사에서 말입니다."


'자비'란 단어의 새로운 정의


그는 관리자들에게 '자비의 유전자(Generosity gene)'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사가 평소에 직원이 활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직원이 낸 아이디어를 인정해주는 자비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자비로움에는 또 다른 뜻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비로움은 직원이 또 다른 성장을 위해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일입니다. 저는 GE를 떠나 훨씬 좋은 기업에 간 직원들을 많이 압니다. 자비로움이 없었다면 짐 맥너니는 보잉의 CEO가 못 됐을 것이고, 데이비드 코트는 하니웰의 CEO가 못 됐을 겁니다."


그는 "관리자는 자신의 팀을 정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자는 정원을 걸어 다니면서 물과 거름을 주고 꽃을 피어나게 합니다. 직원에게 믿음과 흥분을 심어줍니다." 하지만 그는 "관리자는 잡초도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 정원을 더 아름답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펜을 들고 탁자에 놓인 냅킨에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로축과 세로축을 그어 4가지 구역으로 나눴다. (사진 참조)


"여기서 가로축은 직원의 성과를 표시합니다. 세로축은 직원의 태도를 표시합니다. 인성과 가치관을 말합니다. 그래프의 오른쪽 상단에 포진한 직원들은 태도도 좋고 성과도 좋은 승진 대상자예요. 왼쪽 하단 직원들은 태도도 안 좋고 성과도 안 좋은 직원들로 해고 대상자입니다. 왼쪽 상단은 성과는 낮지만 태도는 좋은 직원입니다. 그런 직원은 보통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두세 번 더 기회를 줘야 합니다. 문제는 오른쪽 하단에 있는, 성과는 좋지만 가치관이 불량한 직원들입니다. 그들 역시 회사의 문화를 말살하기 때문에 데리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프리 페퍼 교수는 회장님의 해고 정책이 잘됐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고용 안정성은 업무 성과를 높인다고 반박합니다.


"전 하위 10% 직원은 필요 없어요. 그들이 없으면 상위 20%가 더 견고해집니다. 교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제가 모든 것을 성과로만 평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제가 가치와 문화도 생각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페퍼는 이렇게 말하겠죠. 이런 해고 정책은 직원끼리 경쟁만 심화시킨다고. 그런데 사실 그건 팀워크를 위한 겁니다."


고용 안정성은 고객에게서만 올 수 있다


―쌔스인스티튜트 같은 회사는 '일하기 좋은 기업' 1~2등에 랭크되고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GE는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에 동참하지 않았어요. 그건 술책에 불과하거든요. 매주 몇 시간 파티하고 노는 기업은 좋은 곳이 아니에요. 경영자들은 친절(nice)의 개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절은 직원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어떻게 점수를 따고 승진하는지 알려주는 겁니다. 실리콘밸리를 보세요. 잘나가던 그들이 밑바닥으로 추락할 때 지금까지 만들었던 '일하기 좋은 기업'이 사라집니다.


고용 안정성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업이 승리하고 성장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고용 안정성은 회사 정책에서 오는 게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서 온다는 겁니다. 고객이 없는 회사는 고용 안정성도 없어요."


―몇 년 전 한 콘퍼런스에서 "일과 여가의 균형 따위는 없다"고 하셨죠.


"맞습니다. 일과 여가 중에 선택만 가능합니다. 기업에서는 하드워킹(hardworking)과 하드워킹하지 않는 것, 두 가지만 존재하거든요. 집에 남아 엄마가 되든가, 아니면 일만 하든가 둘 중 하나만 해야죠. 회사를 그만뒀다가 복직하면 기존에 계속 일해온 사람에게 뒤처지거든요."


먹으면서 꿈을 꾸라


―회장님이 1981년 4월 GE의 회장이 됐을 때로 돌아가 보죠. 당시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었습니까?


"취임 당시 미국의 대기업들은 크고 뚱뚱했습니다. 일본은 우릴 갉아먹고 있었어요. 그들은 훨씬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미국에서 출시한 TV 가격이 우리 제품보다 훨씬 쌌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관료주의에 젖어 있었습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요?


"모두가 글로벌을 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1980년대엔 글로벌하지 않았어요. 글로벌의 시작일 뿐이었어요. 소통도 글로벌해졌어요. 다양성도 중시하고 있고, 더 빨라졌습니다."


잭 웰치, 미국도 규제 많지만… 


"기업인들이여 정부에 뭘 해달라고 말라 구걸로 얻어낸 혜택 때문에 발목 잡힌다" 


경영이란 '차별화'이다


―로저 마틴 토론토대 교수가 기업의 존재 목적을 주주 이익 극대화에 둔 '주주 자본주의'는 실패했다면서 GE가 주주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했습니다.


"성장은 인생의 만병통치약입니다. 기업은 항상 성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자리를 주고, 승진을 시키고, 삶의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성장을 쫓았더니 높아진 것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셨죠.


"경영을 차별화와 똑같은 단어라고 생각하세요. 연구개발비를 어디에 얼마를 쏟아붓고, 마케팅 예산을 얼마를 쓰고, 어떤 직원이 가장 잘하고, 누가 중간이고, 누가 가장 못하는지 차별하는 것, 그것이 차별화입니다. 당신이 경영자로 일하는 유일한 이유는 차별화된 선택을 위해서입니다."


―요즘 가장 걱정하는 건 무엇입니까?


"미국 정부예요.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규제가 많을 겁니다. 기업인들에게 한 말씀 드리자면, 정부에 뭘 해달라고 구걸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구걸해 얻어낸 그 혜택이 당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짐 굿나잇 SAS회장

“같이 가야 커진다… 年 9% 성장”

굿나잇 SAS회장, 美서 일하기 좋은 기업 2010~2011년 연속 1위 된 비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은 기업들은 대규모 인원 감축을 단행했고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34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위기'라는 단어는 해고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 회사인 쌔스 인스티튜트(SAS Institute, 이하 SAS)는 이런 상황에서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상상을 초월한 직원 복지 혜택으로 유명했던 이 회사는 어려울 때도 '해고 제로'의 원칙을 고수한 덕에 2010년과 2011년에 2년 연속 포천 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위를 차지했다.(2013년 랭킹에서는 구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짐 굿나잇(Goodnight) 창업자 겸 회장은 "직원을 왕처럼 대접하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성장을 희생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SAS의 매출은 예외 없이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8~2010년에도 성장했고, 2011년엔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지만, SAS의 존재 자체가 잭 웰치 전 회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는 지난달 23일 자사 주최의 콘퍼런스 참석 차 플로리다 올랜도를 방문한 굿나잇 회장을 만났다. 당시 Weekly BIZ는 잭 웰치 전 회장을 막 인터뷰한 직후였기에 "잭 웰치의 경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굿나잇 회장은 기자의 질문을 중간에서 뚝 끊으며 "절대 그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잭 웰치의 경영 방식은 회사를 해칩니다. 그는 하위 10%의 직원들을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매년 10%의 직원들이 해고를 당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나는 정말이지, 어떻게 그런 시스템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도 금융 위기 당시 구조 조정을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있었다. "금융 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8년 말, 업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모든 업체가 날마다 직원 해고를 발표했습니다. SAS에서도 누구를 해고할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굿나잇 회장은 해고 계획을 접었다. 구조 조정이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결국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9년 1월 29일 저는 아주 이른 아침에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한 명도 해고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직원들은 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뉴스를 듣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해 SAS는 매출이 5% 성장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비추어 볼 때 나쁘지 않은 결과였어요. 저는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기에 그런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로 하여금 확신과 동기를 갖게 하고,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짐 굿나잇 회장은 짧게 바짝 깎은 머리와 무뚝뚝한 표정 때문인지 어딘가 모르게 군인을 연상시켰다. 게다가 질문을 하면 거의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을 이끄는 수장(首長)이기에 산타클로스처럼 푸근한 인상을 기대했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는 잭 웰치 전 회장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얼마 전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난 스티브 발머 CEO를 알지요? 그는 '상위 20%에 더 나은 성과급을 주고, 하위 10%는 자르라'는 의견을 지지했습니다. 그는 모든 직원에게 등급을 매기길 원했지요. 그런데 그가 이러한 방식의 경영을 채택한 시점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선 커다란 혁신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은 자신이 하위 10%에 속하게 될까 봐 걱정하고 몸을 사렸으니까요. 그런 식의 경영으로는 회사가 성장할 수 없습니다."


"잭 웰치식 경영은 회사를 해친다"


―3년 전 위클리비즈와 첫 인터뷰를 할 때 SAS엔 야근도, 초과 근무도, 해고도, 정년도 없었습니다. 그 후 금융 위기가 덮쳤고, 기업 환경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 뒤에도 SAS의 정책엔 변화가 없나요?


"그렇습니다. 특별히 변한 게 없어요.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모든 혜택은 회사가 그들의 재능을 계속 보유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당신이 직원들을 잘 대해준다면 그들은 계속 직장에 남아 있을 것이고, 열심히 일을 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직원들을 푸대접한다면, 그들은 SAS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가겠지요.


시장에서 지식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는 높습니다. SAS처럼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고 이름난 곳도 때로는 특정 직급의 직원들을 채용할 때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정말로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SAS가 직원들을 우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회사의 입장에선 혜택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직원들을 옭아맬 수 없습니다. 그들은 언제든지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서 회사를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직원들에게 좋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회사로서도 이득입니다."


일부 경영 전문가들은 SAS의 독창적인 경영 방식은 SAS가 창의력을 요구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이며,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역으로 GE처럼 제조업을 영위하고 상장기업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굿나잇 회장은 이렇게 반박했다.


"저는 다른 기업에서도 SAS와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요즘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고,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물론 아주 소수의 독재적인 기업들이 남아 있긴 하지요. 하지만 그곳에선 직원들이 오래 머무르려 하지 않습니다. 언제가 됐든 그들은 회사를 떠날 거예요. 이것은 앞으로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창업한 지 37년이 됐는데, 스스로의 경영 방식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습니까?


"제 스타일은 '직원들이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최대한 제공하자'는 주의입니다.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스포츠로 예를 들자면, 저는 코치 같은 사람입니다. 독재자는 결코 아닙니다."


잡초는 없다. 문제는 어디 심겻느냐일 뿐


그러나 조직에 적절한 긴장감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볼 때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연세대 경영대 정동일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실 안주주의가 팽배한 조직에 성과지향주의적인 사원이 들어갔을 때, 오히려 느슨한 기업 문화에 안주해서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AS에도 이런 우려는 없을까.


―SAS에선 어떻게 인사 고과를 하나요?


"팀원들의 근무 성과를 각 팀의 매니저가 기록하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임금 인상이나 보너스 인상을 할 때 반영합니다."


―SAS엔 당근이 아주 많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채찍도 있습니까?


"우리는 채찍을 강조하지 않아요(웃음). 만약 어떤 직원이 일을 잘하지 못하고, 업무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칩시다. 그러면 인사 담당자가 그에게 지적을 하지요. '당신의 업무 능력을 좀 더 향상시켜야겠어요.' 그리고 난 뒤에 90일간 그들이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시킵니다. 90일이 지난 뒤에도 업무 능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그들이 가장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부서로 이동시켜서 근무하게 합니다."


이것은 제프리 페퍼 교수의 '꽃밭 이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잭 웰치 전 회장은 꽃밭에서 잡초(필요 없는 사원)를 걸러내야 한다고 했지만, 페퍼 교수는 잡초라도 꽃밭의 다른 곳(좀 더 성과를 잘 발휘할 수 있는 부서)에 옮겨 심으면 예전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했다.


SAS가 직원들에게 많은 당근을 주며 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조직에 기여할 최고의 인재들을 뽑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직원을 뽑을까. SAS 홍보 담당자 다이앤 레녹스(Lennox)씨는 이렇게 답변했다.


"SAS는 최대한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할 목적으로 직원을 뽑습니다. 특정한 일을 담당하기에 필요한 학력이나 경력을 가진 사람을 판단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해당 지원자가 SAS 문화에 적합성을 가진 후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중시합니다. '성공을 위해 자신의 공을 다른 사람과도 나눌 줄 알고,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를 통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 '자신의 커리어 성공보다는 팀의 이익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인가?'


경영진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잘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받습니다. 후보 개개인의 능력과 경력을 뛰어넘어 SAS라는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판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트레이닝이지요."



[Weekly BIZ] [정동일의 '사람이 경영이다'] 최고만 뽑는다는 애플… 상위 20% 직원에게 보너스의 60% 지급


철저한 결과 중심주의… 성과 내지 못한 직원 노골적으로 차별받아

핵심인재 풀 '톱 100'… 구성원은 철저한 비밀

매년 전략회의에 참석 잡스로부터 비전 들어


어느덧 연말이다. 직장인에게 연말은 한 해가 저문다는 의미 이상이다. 일년간 피땀 흘려 이룬 성과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승진 여부와 연봉 조정 등)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평가와 보상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해 조직 구성원이 느끼는 공정성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절차(어떻게 평가와 보상을 결정하느냐)와 분배(누가 더 많은 보상을 받느냐)의 공정성이 부족할 때 평가와 보상은 조직에 독이 된다. 그래서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기업의 전략적 선택이나 마케팅보다 훨씬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대다수 리더가 혁신이나 전략적 의사 결정 등 거창한 문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조직 구성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와 보상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애플의 평가와 보상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번 칼럼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애플의 가장 중요한 인재 채용 방침은 '최고만 뽑는다'는 것이다. 그런 철학에 걸맞게 직원들에 대한 평가도 S급과 A급으로만 나뉜다. 그럼 B와 C등급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대답도 역시 애플답다. "우리 회사는 B와 C등급은 필요하지 않습니다"라는 명쾌한 답변이다.


S등급이 직원의 20% 정도, 그리고 A등급이 나머지 80%를 차지한다. 보상은 철저히 S등급 위주다. 보너스의 60%가 20% S등급에게 돌아간다. 직원이 10명인 부서는 보너스의 60%를 S등급 직원 2명에게 30%씩 먼저 주고, 나머지 40%를 다른 A등급 직원 8명이 5%씩 나눠 갖는 구조로 운영한다.


한국적 관점에서 보면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데, 애플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제품 개발에 공헌했고, 회사의 장기적 성장(시장가치)에 기여했는지를 철저히 평가한다.


평가와 보상에 조직 구성원들이 불만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과에 따른 차별적인 보상 자체가 아니라 성과를 판단하는 애매모호하고 주관적인 기준 때문이다. 최근 한 은행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객관적인 성과와 역량에 상관없이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게 평가와 승진의 기준이 된다면 그 조직의 장래는 밝을 수 없다.


애플의 연봉은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업계 넘버원은 아니다. 애플은 대신 기본급의 30% 정도를 보너스로 지급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스톡옵션을 통해 회사의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기회를 수시로 제공한다. 가장 개인주의적인 직원들이 모여 있지만, 이러한 보상 방식은 개인의 성공보다 팀과 조직의 성공을 위해 일하도록 만든다.


애플의 인재 관리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는 철저한 결과 중심의 문화이다. 애플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같은 대답은 중요시되지 않는다. 대신 "최고의 제품을 개발해 최상의 성과를 냈다"는 결과와 성과 중심의 문화만 존재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은 노골적으로 차별받고, 견디기 어려운 눈총을 감수해야 한다.


애플의 핵심 인재 풀이라 할 수 있는 '톱100'은 애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인재 관리 방식의 좋은 예다. 잡스는 살아생전 "애플이라는 껍데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에게는 이 핵심 인재 100명이 더 중요하다. 이들만 있으면 애플 같은 회사는 10개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이들에게 자부심을 부여했다. '톱100'은 회사에 얼마만큼 공헌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구성원이 매해 변하기 마련이다. 누가 '톱100'인지는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


이들은 일년에 한 번씩 3일 정도의 전략회의에 참석해서 잡스로부터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개발 중인 제품의 시제품을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영광' 또한 얻게 된다. 이런 핵심 인재 운영 방식이 다른 직원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불러일으키지만, 애플의 철학은 확고하다. 모든 직원을 똑같이 대우해서 핵심 인재가 불만을 갖게 되고 결국 이들이 떠난다면, 그것이야말로 훨씬 더 큰 손해라고 믿기 때문이다. '톱100'에 포함되는 영광을 얻기 위해 애플 직원들은 그야말로 미친듯이 일한다.


애플의 인재 관리 방식이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단순한 논리로 흘려버리지 말고, 우리 조직의 실정에 맞게 재창조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지구 상에서 가장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큰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의식, 평가와 보상 과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믿음, 그리고 학연, 지연, 혈연에 따른 차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역량과 성과만으로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 기술적으로 앞선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이런 문화가 자리 잡혀야 우리 기업들도 월드클래스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2014년에는 그렇게 믿는 리더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히든챔피언’ 저자 헤르만 지몬 박사 “대기업 중심 경제 위험… 핀란드 노키아 사례 되새겨야”


“대기업으로 중앙집중화된 경제는 위험(risky)합니다. 핀란드 노키아의 사례에서 한국이 배울 점이 많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66·사진) 박사는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경고 사인을 보냈다. “핀란드를 보십시오. 2000년대 노키아를 통해 잘 나갔습니다. 수출의 25%가 노키아에서 나왔어요. 현재는 어떻습니까. 노키아가 사실상 망하면서 핀란드 경제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히든챔피언은 생산하는 제품이 세계에서 3위 안에 들면서 매출액은 50억 유로(7조2000억원) 이하인 숨겨진 알짜기업을 말한다. 그는 대기업에 치우친 경제는 중소·중견기업이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나라에서는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분산화된 경제가 맞는다고 생각해요.”


지몬 박사는 히든챔피언의 핵심 요건으로 강조해 온 ‘혁신’이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고 했다. “삼성은 기술 측면에서 혁신이 있었지만 고객의 니즈(필요)와 결합시키지 못했습니다. 반면 애플은 아이튠즈를 만들어 일종의 시스템 통합을 했어요. 소비자가 즐길 수 있게 했죠. 기술과 고객의 니즈를 통합해야 진정한 혁신이 일어납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시장이 개방되는 데 대해 그는 “히든챔피언이나 그것이 되고자 하는 기업에 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중소·중견기업 중 일부는 당연히 시장 개방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국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FTA가 체결됐든 안 됐든 존속이 어려울 겁니다.”


그는 히든챔피언을 꿈꾸는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에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단 창출해낸 가치만큼 가격을 다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20% 정도 가치가 향상됐다면 10%만 가격을 올리는 게 좋습니다. 20%를 다 내라고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얻는 게 없잖아요. 부가가치를 고객과 함께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고임금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투자를 꺼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임금 자체보다 생산성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임금이 아무리 높아도 한 명의 인력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면 고임금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지몬 박사는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로, 전략마케팅 컨설팅 업체인 지몬&쿠허 파트너스의 회장이기도 하다. 전 세계 30곳 도시에 사무소가 있고 서울 사무소 개소도 준비 중이다. 그는 최근 출간한 책 ‘아니다, 성장은 가능하다’에서 20억명에 이르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시장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날은 코엑스에서 개최된 한·독 기술협력 국제콘퍼런스 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글=권기석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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