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서재

삶과 나이 로마노 과르디니 저

지구빵집 2016. 8. 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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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떤 관점으로도 온전히 파악되지 않는다. - 로마노 과르디니의 "삶과 나이" 

 

"인간의 삶을 고찰하는 관점은 다양하지만, 그 어떤 관점으로도 온전히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삶의 본질적 특성이다"로 시작하는 삶과 나이 - 완성된 삶을 위하여-는 노년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방법을 설명한다. 가뜩이나 의미없는 시기로, 삶의 단계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나이로 여겨지는 노년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노년기에 이르러서야 삶을 제대로 성찰하고, 죽음마져도 삶의 진정한 완성을 향하여 나가는 길이라고 한다. 

 

그는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나이에 따라 구분되는 삶의 시기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삶의 시기는 한 번도 반복되지 않기에 그 시기는 모든 과정이 새로운 것이라 한다.누구도 자기가 직접 살아보지 못한 삶이 아닌가 ? 옆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본다고 우리에게 삶이 쉽거나 어려운것도 아니다. 

 

그는 삶의 시기를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 중년기, 노년기, 고령기로 나누어 각 시기에 겪는 위기와 특징들, 그 시기를 겪은 성과들이 다음 시기를 맞이 할 때 어떤 가치를 갖게 되고, 삶에 주는 의미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삶의 각 시기는 독자적인 삶의 형태로 한 시기에서 다른 시기를 도출해 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삶의 어느 한 시기에 본 세계를 다시는 같게 볼 수 없다.

 

모든 삶의 시기는 삶 전체 안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또한 삶 전체를 향해 작용을 할 때만 완전한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형식과 내용에 관한 변증법적인 관점으로 삶을 바라본다.

 

우선 대부분의 어른에게 잊혀지는 태아로서의 살과 유년기 기억을 이야기한다. 의지에 무관하게 세상속에 던져진 아이의 위치, 부모와 만나게 되어 자라고, 자신을 인식하게 되며 성장한다.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는 유년기를 거쳐 성숙의 위기가 찾아온다.

 

소년 소녀의 시기에는 자기주장 욕구와 성적 욕망이라는 충동이 영혼을 지배하게 된다. 또한 타인과 구별되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의식은 자아 감정에 상처를 입히면서 성장한다.

 

위기를 지나 청년이라는 삶의 형식을 갖게 되는데 이 시기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성장하고, 그것들이 대립하는 과정에 있어서 쉽게 묘사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자아를 장악하려 하고, 무한을 지향하고, 영원을 위해 살아가며, 이상과 회의가 혼재하는 경험으로 삶을 깨닫는 시기이다. 때로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것에 대한 강한 감정으로 삶을 좌우하는 결단의 용기가 나오기도 한다.

 

청년의 시기에 중요한 것은 인격의 참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성품을 쌓는 것이다. 극도로 윤리적인 가치를 거부하는 시기면서도 우리가 "성품"이라 부르는 진실성, 명예심, 신의 , 용기, 지조, 인내, 헌신과 같은 인격의 기본을 닦아가는 시기가 되기도 한다.

 

이행과 위기의 문제는 청년기를 지나 성년기가 나타나는 시기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마찬가지로 경험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시기이다. 자기 자신의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해 이상주의적인 청년은 이제 현실이 점점 분명하게 인식되는 청년의 마지막 시기를 지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인식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 역시 자기 나름의 독자적인 의욕과 사상과 신념,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사실, 그들 역시 앞장서고 싶어 하지, 남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게 돌아가는지 깨닫는다. 즉, 슬프게도 타협의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젊은이는 사실의 세계속에서 무엇을 실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인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젊은이의 마음속에는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해내고, 자기 자신을 올바른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성년기는 "지속"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는 시기이다.  인격적으로 완성된 남자, 여자가 나타난다. 성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과제를 스스로 떠맡으며,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업적과 성취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위기는 찾아온다. 한계가 분명해지고, 일의 부담, 가정을 유지하고, 공적, 사적을 넘나드는 소명에 대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되지 않는 위기이다. 

 

성년의 위기를 지나 물러남의 과정이라 불리는 노년의 문턱에 다다른다.  늘 무언가가 끝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사건들을 행동과 감정적인 차원에서도 깊이 느끼지 못한다. 당장 일어난 일들을 점점 더 잘 잊어버리고 과거의 일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서 어떻게 교훈을 얻고 그것을 따르는가가 이겨낼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이러한 위기를 긍적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늙어감을, 생이 끝나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치 있는 삶을 젊음과 동일시 해서는 안된다. 통찰, 용기, 평정심, 자존감을 오롯이 지켜내야 한다. 부러움과 질투, 불만과 원한, 다른것들의 결함과 실패를 고소해 하는 감정들을 잘 다스려야 한다. 

 

쇠락이라고 부른 고령의 시기를 우리는 독립적인 삶의 형태중 하나로 볼 수 있을까 ?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슬프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령의 여정은 붕괴 과정일 뿐이지만 완전한 종결로서의 붕괴냐 파멸로 치닫는 붕괴냐 하는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린것이다. 평정심과 유머를 가지고 죽음을 향해 올바로 나아가는것이 고령에 해야할 일이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나이듦이다. 언제 자기 삶을 세대별로 특징지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나. '삶과 나이'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삶의 본연과는 많이 틀리기도 하고, 저자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래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것은 우리도 나이를 먹어가고 언젠가 죽음에 이른다고 하는 자명한 사실이다. 

 

 

 

저자 "로마노 과르디니(Romano Guardini)" 소개

 

이탈리아 태생의 독일 가톨릭 신학자, 철학자이자 가톨릭 전례 개혁자.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10년 마인츠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15년에는 성 보나벤투라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23년 베를린 대학 종교철학 교수로 임용되었으나, 나치를 비판한 논문 「구세주Der Heiland」(1935)가 문제가 되어 퇴직당했다. 전후에 튀빙엔 대학 철학과 교수가 되었고, 1948년에서 1962년까지 뮌헨 대학에서 기독교 세계관 및 종교철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1968년 뮌헨에서 사망했다. 

 

과르디니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가톨릭 지성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가톨릭 청년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문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올바른 삶에 대해 고찰하는 그의 강의와 저작들은 종교계 안팎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사상가 한나 아렌트,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 등도 과르디니의 저작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1952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평화와 인권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독일 출판인협회 평화상을 수상했다. 1970년에는 바이에른 가톨릭 아카데미가 로마노 과르디니 상을 제정했고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이 수상했다. 

 

과르디니의 저서들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특히 세계대전과 나치즘을 경험한 후 맹렬한 자본주의화 속에서 뒤틀린 생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본질을 일깨우기 위해 펼친 강연을 묶은 『삶과 나이』는 1953년 처음 출간된 이래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쇄를 거듭하며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 『전례의 정신Vom Geist der Liturgie』 『거룩한 표징Von heiligen Zeichen』『소크라테스의 죽음Der Tod des Sokrates』 『근대의 종말Das Ende der Neuzeit』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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