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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의 '꽃' 작품해설

지구빵집 2017. 6. 1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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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해설>

  이 시는 꽃이라는 대상을 제시하여, 존재의 본질에 가 닿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대상과 주체는 주종 관계가 아니라 상호 주체적인 만남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즉, 대상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갈망하는 시적 화자의 소망은 스스로도 누구인가가 자신의 본질을 인식해 주기를 희망하는 상호 인식의 소망인 것이다.



<핵심 정리>


* 형식 : 자유시, 서정시, 관념시 

* 운율 : 내재율

* 어조   명상적, 갈망적 어조, 사물의 존재 의미를 파악하려는 관념적, 철학적 어조

* 주제 :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

* 성격 : 관념적, 철학적, 주지적, 상징적, 인식론적

* 제재 : 꽃

* 표현 : 의미의 점층적 확대(단계적인 의미의 심화 과정). 나→너→우리, 몸짓→꽃→눈짓

* 출전 : [현대문학](1952),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1959) 

* 구성 : 제1연 - 사물을 인식하기 이전의 무의미한 존재

            제2연 - 사물에 대한 명명 행위의 순간('나'-주체)

            제3연 -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근원적 갈망('나'-객체, 대상)

            제4연 -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우리'-객체, 주체)



<시구 연구>


[1연]

⊙ 내가 그의 이름을∼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 때, 즉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그의 존재를 인식하기 전에는 그는 나에게 무의미한 사물에 불과했었다.

[2연]

⊙ 내가 그의 이름을∼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존재의 본질을 깨닫고 그에게 의미를 부여했을 때, 그는 비로소 '꽃'이라는 형상물이 되어 나와 의미 있는 관계를 이루게 되었다.

[3연]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 내가 그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가치와 본질에 맞는 의미를 부여하였듯이

⊙ 빛깔과 향기 ⇒ 사물에 내재된 참된 가치와 본질, 즉 사물의 본질적 특성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누군가가 나의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인식해 다오.

[4연]

⊙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 의미 없는 존재, 즉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무(無)의 존재에서 본질에 따라 가치를 인정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눈짓이 되고 싶다 ⇒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의 의미가 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기를 소망한다.

 

<정선 강의>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존재, 본질, 인식 등과 같은 관념적 어휘들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철학적인 개념 정리까지는 아닐지라도 시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어휘 정리가 필요하다. 


이 시에서 꽃은 존재라는 객체를 총칭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존재는 말 그대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상들로 파악하면 된다. 그런데 이 존재인 꽃이 1연에서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는데, 2연에서는 꽃이 되었다고 했으므로 여기에서 본질 인식이라는 의미가 포함된다. 본질이란 말은 그 존재가 지니는 가치와 특성으로 신이 삼라만상에 부여한 의미라고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대상이 지닌 본질의 전모는 신만이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적 화자인 '나'는 대상에 대해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 본질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인식이란 이처럼 존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는 과정이다. 이 시에서는 이름을 부는다는 명명(命名)의 행위가 인식의 행위로 대치되고 있다. 3연에서는 자신도 누구에겐가에 의해 자신의 본질(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어떤 이름으로 불려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즉, 일방적인 대상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대상과 주체인 자신이 상호 인식의 상황에 놓이기를 화자는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비로소 4연에 이르러 '우리'는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눈짓, 즉 상호 존재의 본질이 인식된 상태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 노래하고 있는 주제는 '대상과 자신이 함께 존재의 본질을 구현하고자 하는 소망'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해설출처 : 예향의 뜨락  http://cafe.daum.net/prettydosh/SncG/450?q=%B1%E8%C3%E1%BC%F6%20%B2%C9%20%C7%D8%BC%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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