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몸의 중심은 어디일까요. 거기는 바로 '아픈 자리'입니다. 한 곳이라도 아프면 온 신경과 마음이 그리로 몰리고 최우선으로 배려하게 됩니다. 이는 생명의 법칙입니다. 이른바 '건강권'이라는 생각도 그래서 생겨난 것입니다.
직권남용, 강요(박근혜) 혹은 횡령 및 뇌물수수(이명박) 등으로 징역 20년 또는 17년형을 받았던 전직 대통령들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정부는 병에 걸린 사람은 그 누구라도 차별 없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줄 책무를 지니며, 이는 만인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입니다.
1. 전직 대통령이라도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
2019년 9월 지병 치료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청했던 형집행정지를 검찰이 불허했을 때(2019.9.9)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은 '검찰의 고유권한이므로 법무부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수술과 치료를 위해 외부병원에 입원시키기로' 신속하게 결정한 바 있습니다.
'수술 후 박 전 대통령이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재활치료 및 외래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 그 당시 법무부의 입장이었습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어깨통증 치료를 위해 구치소 밖의 전문병원에 입원하여 정밀검사와 함께 수술을 받고 회복하여 돌아갔습니다.
이런 조처는 그가 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17년형을 선고받아 복역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조차 뚜렷한 병이 없는데도 검찰의 관대한 처분으로 3개월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12일 간의 입원 후 현재 자택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2. 그가 만일 보통의 수감자였다면
정경심 교수는 금년 1월 대법원 판결로 징역 4년을 복역 중입니다. 수감 이전부터 고혈압, 당뇨, 허리디스크 등의 기저질환을 안고 살던 사람으로서 3년여 걸친 재판으로 핍진한 나머지 법정에서 수차례 응급실로 실려갈 정도였습니다.
지난 2년 6개월 수감 중에 뇌수막종을 동반하는 다발성 뇌경색증으로 고통이 심했는데 고도골다공증과 뇌경색으로 수차례 낙상하였고 그 때문에 허리디스크 파열과 협착, 하지마비까지 생겨나 수술과 보존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 소견입니다.
하지만 현행 구치소 내 의료체계로는 이런 병자를 합당하게 치료할 수 없습니다. 보다 못한 가족이 지난 8월 1일 형집행정지를 신청하였습니다만 검찰은 이를 불허하고 치료와 수술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최종 결정한 이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총괄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었습니다.
만일 정경심이 평범한 수인이었더라도 검찰의 마음이 이토록 냉정했을까, 설령 검찰의 결정이 그러했더라도 법무부가 선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남편이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이력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3. 애덕의 정치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검찰이 특정 가족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까닭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법 배운 사람들이 곧잘 운운하는 이른바 '법과 원칙'은 약자들을 아끼고 보살피는 수단이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강자가 약자를 향해서 그것을 내밀 때 기댈 데 없는 민심은 꼼짝없이 어둠의 수렁에 빠지고 맙니다.
덕치, 곧 애덕의 정치가 어서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만 너도 살고 나도 삽니다. 저마다 본분과 권한이 어디에서 생겨났는지 되돌아보고 미움과 원망일랑 내려놓기 바랍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마태오복음서 7장 2절) 자업자득, 자고로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씀입니다. 애덕을 위해 봉사하는 권력은 반드시 그 끝이 아름답습니다.
아울러 교회의 오랜 격언 하나를 말씀드리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사랑하여라. 그리고 마음대로 하여라'(성 아우구스티누스) 기왕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으셨으니 모쪼록 약한 생명들을 사랑하시고, 마음껏 좋은 뜻을 펼쳐나가시면 역사에 빛나는 정부가 될 것입니다.
2022년 8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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