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급진적

윤종록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 [유대인의 창조정신, 후츠파로 일어서라

지구빵집 2013. 3. 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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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런 나라도 있다. 
이 나라의 인구는 750, 면적은 약 2로 한국의 5분의 1이다. 
더 쉽게 설명하면 면적이 충청도와 비슷하다.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데,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이다.

국내와 국외 교포 숫자를 전부 합해도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무려 22%나 된다. 인구 800명당 1명이 창업을 직접 경험해본
 창업국가가 보유한 지적재산권 규모는 세계 3위에 랭크돼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에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40%가 이 나라와 관련이 있다. 
이 나라의 한 대학은 학생 수가 서울대의 절반이지만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특허 사용료가 매년 1조원이나 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단 1개의 은행도 망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 벨연구소에서 15년 동안 연구원으로 일했던 윤종록 연세대학교 연구교수는 
 별난 나라의 특징을 열거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청중은 노벨상 수상자 22%’라는 항목에서 이미 이 나라가 이스라엘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이 강소국(强小國)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영재, 탈무드, 유대교 등이 필요조건이 됐을 것이다.
필요조건은 충분조건과 만나야 의미가 있다.


 나는 ‘21세기 이스라엘 경제성장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달린 
<창업국가>를 번역하면서 이 충분조건에 해당하는 비밀양념을 찾아냈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유대인 사회 안에서 2천년 동안 묻혀 있던
후츠파(Chutzpha)’가 그것인데 뻔뻔함, 당돌함, 철면피, 놀라운 용기 등의 
사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드러내기엔 부끄럽지만 
그것 덕분에 인터넷 세상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었던 
한국인의 빨리빨리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선 실례한다(Excuse me)’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예컨대 거리에서 명품 핸드백을 들고 가는 여성에게 
이거 얼마예요? 어디서 샀어요?’라고 캐물어도 전혀 실례가 되지 않는다.”


 예의를 따지는 형식적 절차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약간의 뻔뻔함이 포함된 실용주의도 후츠파 정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스라엘을 강하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레바논과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평소 8시간 일하던 사람들이 도리어 
18시간을 근무해 납기는 물론 품질을 지킴으로써 외국 고객은 전쟁이 있는지도 모르게 만든 것이다.


외국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던 워렌 버핏이 2005년 레바논과 전쟁이 일어나자 
이스라엘은 시내에 포탄이 떨어질 때 투자하는 것이 적기라고 말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KT 부사장이었던 나는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가 방한했을 때 
직접 영접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부총리였던 그의 명함에는 경제 과학기술 산업자원 노동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러 전문 분야를 소화할 수 있느냐고 묻자 자원이 전무한 이스라엘에선 곧 과학=경제라는 즉답이 돌아왔다. 
큰 충격을 받은 나는 올메르트의 초청으로 열흘 동안 이스라엘을 방문해 과학기술 현장과 정책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자원이 없는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 같은 선진국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스라엘을 집중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에는 과학기술을 아우르는 기구인 OCS(Office of Chief Scientists)가 있다. 
150명의 과학자가 여기서 1970년대부터 해수담수화, 원자력안전, IT벤처 등 
첨단기술을 선점하고 집중 육성해 세계 경제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기금 단돈 2억원을 지원받아 인터넷 결제서비스를 개발해 
3조원을 받고 미국에 팔았던 페이팔 등 벤처 신화가 탄생했다.
페이팔을 창업한 이스라엘 청년들은 3조원을 미국에 재투자해 30조원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 10조원을 이스라엘에 투자해 벤처캐피탈을 만들었다.
이런 방식으로 조성된 50조원의 펀드가 이스라엘 청년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이 무려 80개나 되는 이유다
(나스닥에 상장된 한국 기업은 3개밖에 없는데 그나마 대기업이 상장했다).

 사막에서 기르는 물고기(‘이스라엘 잉어로 불리는 향어) 
사막 속의 정글(여의도의 5배 크기인 야티르 숲)을 창조해낸 이스라엘의 과학기술은 
실리콘벨리의 권력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강의중인 윤종록 교수 - 사진출처 : 헤럴드 경제



검색엔진의 제왕이었던 야후를 일거에 무너뜨린 구글 서제스트를 개발한 사람도 
구글 이스라엘연구소에서 일하던 성경색인학자 요엘 마르크였다.”

 이스라엘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대학보다 선망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군대. 
누가 어느 부대로부터 초청장을 받느냐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교실의 풍경이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원이 전국에서 최고 엘리트 20명만 모집하는 탈피오트부대 
수학 영재만 선발하는 ‘8200부대의 초청장을 받게 되면 
하버드나 프린스턴에 합격한 것보다 더 기뻐한다.


 이스라엘을 창업국가로 만든 후츠파 정신의 7가지 요소를 차례로 살펴보자.


첫 번째 요소는 격식 차리지 않기(Informality)’. 
예컨대 장성과 사병, 교수와 학생이라도 동등하고 자유롭게 대화하는데,
 
어느 부대에서 이런 일까지 있었다.
장성, 장교, 사병 등 20여 명이 회의를 했다. 그런데 장성이 전화를 받다가 늦게 도착했다.
커피포트가 있는 회의장 입구의 빈자리에 앉은 그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커피서빙을 담당했다.


후츠파 정신의 두 번째 요소는 질문할 권한(Questioning Authority)’이다.
설사 사장과 갓 입사한 사원이 만나도 사원은 당당하게 질문한다. 
사과를 1개씩 가진 두 사람이 교환해도 사과는 여전히 2개일 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질문을 통해 생각을 교환하면 생각은 4가지, 8가지로 늘어난다.”
더 나은 도전과 응전에 주목하라


후츠파 정신의 세 번째 요소는 섞기(Mashing up)’.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개념인 융합이나 통섭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전기자동차 충전소인 베터 플레이스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연구팀에 전투기 조종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스라엘 자체가 용광로 같은 나라다. 
1948
년 건국 당시 80만이던 인구는 현재 750만으로 늘어났다.

 후츠파 정신의 네 번째 요소는 위험 나누기(Risk taking)’.
사장이 사원에게 업무를 맡길 때 실패 가능성 15%를 알린다. 당연히 겁먹을 필요가 없다.

 

다섯 번째 요소는 임무에 충실하기(Mission orientation)’. 
이스라엘에선 불가능하다는 보고가 없다. 
설사 문제와 어려움이 있어도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가능하다는 식으로 보고하지 
이런 문제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보고하지 않는다.
서산만 간척사업 당시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할 때 정주영 회장이 
고철 유조선 활용을 제안하자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온 4명의 연구원이 
현란한 공식을 동원해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는데, 이스라엘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섯 번째 요소는 끈기와 고집(Tenacity)’인데, 그나마 이것이 우리와 비슷하다.”

 

후츠파 정신의 일곱 번째 요소는 실패에서 배우기(Learning from failure)’. 
이스라엘에서는 실패를 두 가지로 나눈다.
일반적 실패와 건설적 실패가 그것인데, 건설적 실패로 판정을 받는 순간
실패 훈장이 된다.
이스라엘은 건설적 실패를 한 번 한 사람은 실패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보다 
그 다음 과제에 도전할 때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영국의 문명사가인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Challenge)과 응전(Response)’의 관계로 해석한 바 있다.
역사와 문명의 발전을 도전과 응전의 산물로 본 것이다.
그런데 토인비는 도전이 닥쳤을 때 모든 사람이 응전한 것은 아니고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만 제대로 응전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니까 창조적 소수에 의해서 역사와 문명이 발전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창조적 다수(Creative Majority)’도 창조적 소수와 비슷한 비중으로 
역사와 문명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물론 여기서 창조적 다수는 집단지성을 의미한다. 
나아가 우리는 단순한 도전과 응전보다 더 나은 도전과 응전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더 나은 응전보다 중요한 것은 더 나은 도전이다.”

정리=정지환 인간개발연구원 편집위원/감사나눔신문 편집국장 lowsaejae@gamsa.or.kr

본 강연후기는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http://khdi.or.kr/ver2/system/bbs/board.php?bo_table=review&wr_id=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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