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는길 썸네일형 리스트형 누군가 사랑한다면, 그의 사랑이 무작정 제 길을 찾아오기를 바라서만은 안 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당사자조차 헤아릴 수 없는 그의 깊고 광활한 세계를, 혼돈으로 어지러운 벌판을 한 줄기 좁은 희망으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 때로는 적절한 안내 표지가 없다면 길을 잃고 주저앉아 버리거나 겁 먹고 돌아나서는 절망밖에 없어 보인다. 사랑하는 자에게 증거가 필요한 이유다. 증거란 자신의 세계로 들여놓기 위한 자릿세가 아니다. 자신의 세계로 스스로 길을 내고 그 길을 함께 가기 위한 어둠 속 하얀 조약돌과 같다. 길은 원래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하고 증거를 주고 받는 건 그래서 사랑을 창조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둘만의 길을 내고 걸어가는 일이다. 주고 받는 힌트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들은, 그들만의 보물을 찾기 위해 제련하기 위해 긴 여정..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