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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는 언제, 어떻게, 왜 탄생했을까?

지구빵집 2016. 12. 3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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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는 언제, 어떻게, 왜 탄생했을까? 

 

남녀 간의 관계에서 영원한 최적해(optimal solution)가 존재할 수 있을까? 젊은 시절에 단 한 번(또는 제한된 횟수)의 연애로 천생배필을 만나 평생토록 해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와 관련하여 여우(女優) 캐더린 헵번은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난 가끔, 남녀의 궁합이 정말 잘 맞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궁합이 잘 맞는지를 확인하려면, 아마도 이웃에 살면서 서로 자주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 유명한 여배우의 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남성과 여성은 - 동거기간(periods of time)과 충실도(degrees of fidelity)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 1:1로 배타적인 짝을 이루어 사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인류사(史)에 있어서 이 같은 일부일처제(monogamy)적 행동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과학자들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이와 관련하여 깜짝 놀랄 만한 결론을 내린 연구가 하나 발표되어 소개한다.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 사이에서 일부일처제가 진화한 것은, 아기가 라이벌 수컷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두 암수가 1:1로 짝을 이루어 사는 행위, 학문적 용어로 말한다면 사회적 일부일처제(social monogamy)는 동물계에서 반복적으로 진화되어 왔지만, 그 비율은 동물 집단에 따라 매우 다르다. 예컨대 조류의 경우 약 90%가 사회적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것이 양친의 풀타임 잡(full-time job)을 요구하는 고된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유류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이 경우에는 암컷이 몸 안에 새끼를 임신하며 수유를 전적으로 담당하므로, 약 5%의 종(種)만이 사회적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대부분의 포유류 수컷들은 암컷이 임신하거나 새끼를 키우는 동안 자유롭게 밖으로 나돌아다니며 다른 암컷을 임신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포유류 중에서도 영장류는 특별한 케이스에 속한다. 영장류의 약 27%가 사회적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장류에 있어서 사회적 일부일처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크리스토퍼 오파이 박사(인류학)가 PNAS(미 학술원 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영장류의 진화사에 있어서 사회적 일부일처제가 탄생한 것은 겨우 1,600만 년 전으로, 최초의 영장류가 탄생한 5,500만 년 전에 비하면 매우 늦은 편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장류를 포함한 포유류 사이에서 사회적 일부일처제가 탄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리학적으로 볼 때, 포유류의 수컷은 가능한 한 많은 암컷에게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가설을 제시해 왔다: ① 공동양육 가설: 일부일처제는 아기를 양육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예: 조류). ② 암컷 분포범위 가설: 일부일처제는 암컷이 라이벌 수컷과 교미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특히, 암컷의 분포가 희박해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을 쉽게 독점될 수 없는 경우). ③ 영아살해 방어 가설: 일부일처제는 영아살해(infanticide)를 막을 수 있다. 

 

여기서 영아살해에 대해 잠깐 부연설명하자면, 영아살해는 침팬지와 고릴라를 포함한 일부 유인원種에서 널리 성행하는 행위로, 수컷의 자손번식 욕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해석된다. 특정한 암컷을 임신가능 상태(fertile state)로 돌려놓는 가장 신속한 방법은, 그 암컷에게 딸린 (다른 수컷의) 새끼를 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이상의 세 가지 가설을 배타적인 것으로 보지 않으며, 이 세 가지 모두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 일부일처제의 기원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일부일처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테네시 대학의 세르게이 가브릴렛츠 박사(진화생물학)는 이렇게 설명한다: "일부일처제에 관한 논쟁을 해결하는 것은, 인간의 짝짓기 행위(mating behavior)가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인간이 100% 일부일처제를 채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류의 진화사에서 암수결합(pair-bonding)이 등장한 것은 진화의 궤적(evolutionary trajectory)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중대한 사건이다." 

 

많은 과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이 큰 두뇌를 가지게 된 것은 순전히 양친의 공동양육(joint parental care) 덕분이라고 한다. 유아기는 두뇌가 완전히 발육하는 시기인데, 외부환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양친의 양육이 없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일처제를 탄생시킨 동인(動因)을 이해하면 인간의 독특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가브릴렛츠 박사는 덧붙였다. 

 

오파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영장류를 대상으로, 베이지안 통계(Bayesian statistics)를 이용하여 3가지 가설을 검증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230개의 영장류種에 관한 선행연구 데이터들(유전학 및 행동학적 데이터)을 수집하여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동물의 진화계보(evolutionary tree)를 전체적으로 분석하여, 일부일처제, 영아살해 등의 행동이 진화해 온 과정을 경시적(經時的)으로 추적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3가지 요인(공동양육, 암컷 독점, 영아살해)과 일부일처제의 등장 간에는 강력한 시간적 상관관계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영아살해가 일부일처제보다 먼저 등장한 것으로 보아, 영아살해가 일부일처제를 진화시킨 동인(driving evolutionary force)으로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머지 두 가지 행동(공동양육과 암컷 독점)은 진화과정에서 일부일처제보다 늦게 발생했므므로, 일부일처제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로 생각된다. 우리의 결론은 `영장류의 경우, 영아살해가 일부일처제를 촉발시킨 원인`이라는 것이며, 인간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그렇다면, 영장류의 일부일처제 비율(27%)이 포유류 전체 평균(5%)보다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연구진의 일원인 옥스포드 대학의 로빈 던바 박사(심리학)는 이렇게 설명한다(던바 박사는 `영장류의 복잡한 사회집단이 커다란 두뇌를 탄생시켰다`는 주장을 신봉하는 사람이다): "영장류, 특히 유인원과 인간의 유아는 커다란 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포유류에 비해 오랫동안 무방비 상태에 처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인원과 인간의 유아는 영아살해에 매우 취약하여, 더 오랫동안 양친의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 영장류의 일부일처제 비율이 다른 포유류보다 높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연구진의 일관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번 연구는 매우 설득력이 있으며, 확고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영아살해를 막는 것이 일부일처제의 주된 목적`이라는 결론을 인간에게 함부로 적용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권들을 통틀어 볼 때 인간은 완전한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현재의 일부일처제는 사회적으로 강제된(socially imposed)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취리히 대학의 카렐 반 샤이크 박사(영장류학)는 논평했다. 영국 스털링 대학교의 필리스 리 박사(심리학)도 반 샤이크 박사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그는 60% 이상의 전통사회가 남성에게 한 명 이상의 아내를 취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엄밀히 말하면, 한 남성과 한 여성이 만나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해로하는 일부일처제는 없다. 인간은 고작해야 연속된 일부일처제(serial monogamy)를 채택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영아살해는 일부일처제를 채택하지 않는 다수의 영장류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적 현상이다. 따라서 일부일처제가 영아살해를 막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주 Science에 발표될 예정인 또 하나의 논문에서도 모든 포유류의 일부일처제 실태를 분석했는데, 오파이 박사 연구팀의 연구와 매우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팀 클러튼-브록과 디에터 루카스 박사(동물학)는 2,545종의 비인간 포유류(nonhuman mammal species)를 대상으로 일부일처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암컷의 분포가 희박하여(widely spaced)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을 동시에 독점할 수 없을 때 사회적 일부일처제가 탄생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들에 의하면, 영아살해는 모든 포유류의 일부일처제를 탄생시킨 동인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오파이 박사는 "암컷의 분포가 희박하다는 것은 고도의 사회성을 보유하고 집단생활을 영위하는 영장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과 모든 영장류는 다른 포유류와 구별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포유류를 대상으로 연구할 경우 `영장류의 진화`라는 매우 특별한 특징을 간과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암컷 분포범위 가설(female range hypothesis)」의 선두두자인 캐나다 캘거리 대학의 페트르 코머스 박사(생태학)는 "영아살해가 일부일처제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오파이 박사의 연구결과를 다소 뜻밖이라고 논평했다. 코머스 박사는 선행연구에서 클러튼-브록 & 루카스와 마찬가지로, "포유류의 경우 `일부일처제`와 `암컷의 분포범위` 간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일처제는 유제류(ungulates), 즉 발굽이 있는 포유류와 같이 영아살해를 자행하지 않는 종족에서도 진화했다. 따라서 모든 동물의 일부일처제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원인(silver bullet)은 없다. 다양한 요인들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코머스 박사는 말했다.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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