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냐? (조주세발 趙州洗鉢)
도를 깨닫고자 하는 일념으로 먼 길을 걸어온 한 수행승이 있었습니다. 그는 천하의 선지식으로 이름 높던 조주(趙州) 선사를 찾아가, 단단히 벼른 듯한 목소리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스님, 저는 막 수행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무엇이 참된 도입니까? 부디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수행승의 머릿속에는 우주의 비밀이나, 세속을 완전히 벗어난 신비롭고 거룩한 깨달음의 경지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조주 선사의 입에서 떨어질 위대한 가르침을 기대하며 침을 꿀꺽 삼키는 그에게, 선사는 무심하고 엉뚱한 한마디를 던집니다.
"아침 죽은 먹었는가?"
우주의 진리를 묻는데 뜬금없이 밥은 먹었냐는 질문에 수행승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엉겁결에 사실대로 대답했죠.
"예, 먹었습니다."
그러자 조주 선사는 짧고 단호하게 한마디를 내던집니다.
"그럼, 가서 빈 그릇이나 씻게나." (洗鉢盂去)
이 싱겁고 어처구니없는 대화 끝에, 놀랍게도 이 수행승은 마음의 눈을 활짝 뜨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릇을 씻으라"는 이 평범한 말 속에 무엇이 있었기에 수행승은 문득 눈을 뜨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흔히 '진리', '깨달음'이라고 하면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평범한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아주 특별하고 고상한 무언가를 상상합니다. 그것을 찾기 위해 경전을 뒤적이고, 저 높은 산봉우리만 바라봅니다. 무언가 특별하고 신비로운 경지가 저 높은 곳에 따로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죠.
조주 선사의 "그릇이나 씻으라"는 말은 바로 그 '진리가 다른 어딘가에 특별하게 존재할 것'이라는 헛된 환상을 산산조각 내는 망치입니다.
'네가 찾는 도가 따로 어디 있느냐. 방금 먹은 아침 죽과 지금 씻어야 할 밥그릇이 바로 그것이다.'
선사의 무심한 가르침은 그렇게 수행승의 가슴을 찌릅니다.
밥 먹을 땐 밥만 먹고, 씻을 땐 씻기만 할 뿐.
선가(禪家)에서는 이를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고 부릅니다. 꾸밈없고 분별 없는 평상심이 곧 도라는 뜻입니다. 이는 마조 도일(馬祖道一) 선사가 처음 제창하신 것으로, 조주 선사 또한 이를 자신의 삶 전체로 구현한 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도 어제 한 실수를 후회하고, 내일 할 일을 걱정합니다. 그릇을 씻으면서도 '빨리 끝내고 쉬어야지' 하며 마음은 이미 딴 곳에 가 있습니다. 몸은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늘 과거나 미래를 떠돌며 눈앞의 현실을 놓치고 맙니다.
조주 선사가 가르친 참된 수행은 난해한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밥 먹을 때는 밥을 먹고, 그릇을 씻을 때는 그릇을 씻는 것. 과거나 미래로 도망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하는 행위에 온전히 머무는 것. 생각의 길을 끊고 행위 자체와 계합(契合)하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조주 선사의 가르침은 오늘날 분주하고 고단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날아옵니다. 혹시 거창한 행복을 찾아 늘 먼 곳만 기웃거리다가, 정작 발밑에 피어난 들꽃은 무심히 스쳐 지나치지 않았나요? 밥을 먹고 일터에 나가고 청소를 하는 소소한 일상들을, 그저 대충 해치워버려야 할 지루한 숙제처럼 여기지는 않았나요?
진리는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하여 마신 커피 한 잔, 책상을 정리하는 손길, 가족과 나누는 소박한 대화. 우리의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가장 경이로운 기적이며,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이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도(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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