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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청춘의 유혹, 가을의 유혹 詩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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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의 「가을의 유혹」은 가을이라는 계절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스며드는 그리움과 쓸쓸함, 그리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시다. 가을은 풍요와 결실의 계절이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가을은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우고 잊고 지냈던 기억을 불러내는 매혹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가을의 유혹은 어쩌면 잊으려 했던 사랑의 유혹이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의 유혹인지도 모른다. 낙엽이 떨어지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순간과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 그리고 세월 속에 희미해진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가을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박인환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정서는 이러한 가을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삶의 허무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비춘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오히려 더 섬세해지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선명해진다.

 

이 시를 읽으며 느끼는 감정은 슬픔만은 아니다. 지나간 사랑도, 아련한 추억도 결국 우리가 살아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가을의 유혹에 마음을 내어준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지난날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일이다. 그래서 가을은 떠나가는 계절이면서도,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계절이다.

 

가을의 유혹 / 박인환 

 

가을은 내 마음에 

유혹의 길을 가리킨다 

숙녀들과 바람의 이야기를 하면 

가을은 다정한 피리를 불면서 

회상의 풍경을 지나가는 것이다. 

 

전쟁이 길게 머무른 서울의 노대에서 

나는 모딜리아니의 화첩을 뒤적거리며 

적막한 하나의 생애의 한시름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한 순간 

가을은 청춘의 그림자처럼 또는 

즐겁고 어두운 사념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즐겁고 어두운 가을의 이야기를 할 때 

목메인 소리로 나는 사랑의 말을 한다 

그것은 폐원에 있던 벤치에 앉아 

고갈된 분수를 바라보며 

지금은 죽은 소녀의 팔목을 잡고 있던 것과 같이 

쓸쓸한 옛날의 일이며 

여름은 느리고 인생은 가고 

가을은 또다시 오는 것이다. 

 

회색양복과 목관악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목을 늘어뜨리고 

눈을 감으면 

가을의 유혹은 나로 하여금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사람으로 한다 

눈물 젖은 눈동자로 앞을 바라보면 

인간이 매몰될 낙엽이 

바람에 날리어 나의 주변을 휘돌고 있다. 

 

 

가을의 유혹에 마음을 내어준다는 것은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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