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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 광복 71주년 경축사 전문

지구빵집 2016. 8. 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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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 광복 71주년 경축사 전문

    

존경하는 충남도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하신 독립 유공자 여러분.

    

오늘은 광복 71주년입니다.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우리의 독립투쟁이 승리한 날입니다. 71년 전 오늘, 우리 애국선열들은 세계 평화세력과 더불어 일본 제국주의와 싸워 독립을 쟁취했습니다. 승전일로 기록하고, 승전일로 기념해야 합니다.

    

국권을 상실한 그 순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우리의 투쟁은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맨몸으로 일제 총칼에 맞선 3.1운동의 백성들,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 일본군을 섬멸시킨 독립군, 연합군의 일원으로서 미얀마와 인도전선에 참전한 광복군. 이들 모두 독립 전쟁의 영웅들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직후 “나는 독립전쟁을 수행하다 포로가 된 것이니 전쟁 포로로 대우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애국선열들은 독립을 위해 36년간 전쟁을 치른 것이고 마침내 승리했습니다. 프랑스 망명 정부는 나치에 저항해 5년 간 싸우고 승전국이 되었습니다. 우리 선열들의 투쟁이 프랑스 망명정부에 비해 부족할 것이 없습니다.

    

애국 열사들은 제국주의와 맞서 싸운 세계 평화세력의 당당한 일원이었습니다. 마땅히 우리 후손들은 이 자랑스러운 투쟁의 역사를, 그리고 이 영광스러운 1945년 8월 15일을 ‘승전일’로 기념해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국제 사회에 선언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2차 대전 승전국입니다.

    

제국주의 시대 구미열강들은 일본의 조선 침략을 묵인했습니다. 가쓰라·테프트 밀약에서 조선은 미·일간의 흥정 대상이었고, 헤이그 평화회의에는 회담장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였습니다. 일본 전후 처리 과정에서도 대한민국은 소외됐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당사자이지만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우리는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20세기 약육강식의 국제질서가 우리에게 승전국의 지위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21세기 세계의 보편 가치는 인간 개인에 대한 존중, 공동 번영, 그리고 평화입니다. 국제사회가 공동 번영하고 평화로운 세계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강대국들은 식민지 침탈의 역사를 반성하고, 약소민족들이 벌인 독립전쟁과 그들의 승리를 올바르게 평가해야 합니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운 대한민국을 승전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과거 제국주의 논리로부터 결별하는 것이고, 모든 국가와 민족의 독립과 인권, 평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21세기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던 20세기와 달라야 합니다. 전쟁이 아닌 평화의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주요 국가들의 외교·안보 전략도 변화되어야 합니다.



    

이에 나는 미국이 아시아와 세계 질서를 평화롭게 이끌어줄 것을 제안합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은 평화 전략이어야 합니다. 아시아와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G2 체제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지금, 동서 냉전 때처럼 두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시대로 갈 것이냐, 아니면 인류 공영과 평화, 협력의 시대로 갈 것이냐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대립과 갈등이 아닌 공존과 공영의 길로 가야 합니다. 미국이 한·미·일 전략동맹을 형성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더 큰 긴장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더 많은 군비를 투입해야 하고, 일본의 재무장은 역내의 군비경쟁과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고, 우리 한반도는 또다시 군사적 충돌의 장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21세기 아시아 전략은 20세기 초와 달라야 합니다. 미국은 111년 전 가쓰라·테프트 밀약을 통해 일본과 손을 잡고, 아시아를 분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선과 필리핀이 희생됐습니다. 이런 역사가 반복 되서는 안 됩니다. 나는 미국에게 대한민국과 손잡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는 이 한반도를 강대국들이 충돌하는 공간이 아닌 평화의 완충지대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합니다.

    

이 길이 아시아의 평화 질서를 정착시키는 것이고, 가장 적은 비용으로 아시아 역내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입니다. 미국의 21세기 신 아시아·태평양 전략은 평화 전략이여야 하고, 한·미 전략 동맹은 그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의 두 축인 중국과 일본에게 제안합니다.

    

지난 20세기, 약육강식의 시대에 아시아가 겪었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중국과 일본은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유사 이래 중국은 세계 정치·경제의 중심지였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 비록 서세동점의 시련을 겪었지만, 21세기, 중국은 세계를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과거 서구열강에게 당했던 것처럼 힘으로 국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뿐입니다. 최근 중국은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의 군사역량은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중국이 무력에 의존하여 지역 패권을 추구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아시아의 평화 질서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중국의 고속 성장은 평화와 자유로운 교역의 결과입니다. 나는 중국이 성장한 국력에 걸맞게 포용력과 평화적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합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은 길을 이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인들의 마음을 얻을 때 성공할 것입니다. 약육강식의 시대도, 패권추구의 시대도 끝났습니다. 오직 평화만이 중국의 국익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일본 지도자들에게도 각별히 당부합니다.

    

나는 일본이 평화로운 아시아의 미래를 열어 가는 주도국이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논리로는 화해도, 협력도 불가능합니다. 일본 아베 정권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불안감에 미·일 동맹을 통해 안보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립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며 미·일 군사 일체화와 일본의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 평화헌법 개정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베 정권의 이러한 외교·군사정책은 단기적으로 일본 극우세력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대다수 일본 국민들의 염원을 저버리고, 아시아 평화 공존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시도입니다. 일본이 가야할 길은 시대의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고, 공동 번영을 선도하는 국가로서, 평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그런 길입니다. 그래야 주변국들의 인정과 협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 시도는 아시아 역내의 긴장과 군비경쟁, 갈등의 고조를 불러올 뿐입니다.  일본은 지난 19세기말과 20세기 초 제국주의시대의 잔재에서 과감히 벗어나 아시아의 평화를 이끌 지도국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번영의 길은 오직 평화를 추구하는 길 뿐입니다. 중국과 일본이 모두 손잡고 평화를 제도화하기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한·중·일·러와 미국 그리고 호주, 아세안 등 이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를 보장하고, 서로 적대하지 않는 군사·외교적 협력을 기반으로 ‘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만들어 신뢰를 쌓아 가자고 제안합니다. 이것이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론을 통해서, 3.1 운동 애국열사들이 독립선언서를 통해 염원한 한반도의 미래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충남도민 여러분!


이 자리를 빛내 주신 애국지사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말씀드립니다. 120년 전 개항기 때 그 분열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단결합시다. 단결해야 불행한 역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외세의 침략을 당할 때마다 가장 큰 수난을 당한 사람들은 이 땅의 민초들입니다. 수탈을 당한 것도 민초들이고, 끌려가고 목숨을 잃은 것도 민초들이었습니다. 이 땅에서 다시 강대국들의 분쟁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그 참담한 역사의 원인은 대부분 지배층의 분열 때문이었습니다. 구한말 조선의 지배층은 저마다 강대국을 끌어들이며 사분오열했습니다. 그렇게 끌어들인 외세는 조선의 이권을 빼앗거나, 조선의 주권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결국 조선은 식민지로 전락하는 치욕을 당했습니다.

    

우리가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단결해야 합니다. 서로 견해가 다르고 정파가 다르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뜻을 모으고 단결해야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가 평화질서를 주도해야 합니다.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을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비전속에 협력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우리가 주체적인 힘을 가지고 다른 나라를 설득하고 평화로운 질서를 이끌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대결의 장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문제의 해결입니다. 다른 나라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됩니다. 남북문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7.4 남북공동성명서에서부터 10.4 남북정상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 지도자들이 합의해왔던 ‘자주’,‘평화’,‘상호 존중’의 정신에 따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남북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21세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주’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주변 강대국과 화목하면서도,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휩쓸려 한반도가 분쟁의 터가 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의 힘으로 이 땅의 평화를 지키자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지도자들에게 제안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의 유일한 목표는 5천만 국민의 안녕과 그들이 땀 흘려 일구어 놓은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첩첩이 다가오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난 70여 년 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선배들이 쌓아 올린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들이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외교는 강대국 사이에서 방향을 잃은 채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차원의 경제 위기는 다가오면서, 내부적으로는 저출산의 문제, 고령화 시대의 도래, 양극화 추세의 강화,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암울한 경제현실, 민주주의의 위기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문제가 없습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습니다. 독립을 쟁취했던 선열처럼,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던 앞선 세대처럼 우리도 주어진 이 시대적 도전들을 풀어내야 합니다. 진보나 보수의 어떤 이데올로기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는 목표보다 중요할 수 없습니다.

    

한 세기 전 우리 애국선열들이 그 답을 주셨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사상을 통해 우리가 단결하고 주도적으로 아시아의 공영과 평화를 이끌 때, 우리에게 번영의 기회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모두의 시대적 소명입니다. 그리하여 하늘에 계신 애국선열들에게 당당히 말씀드립시다. 당신들이 피땀 흘려 물려 준 이 땅에 우리 후손들이 평화와 번영을 꽃피우겠다고. 


하늘에 계신 애국선열들이시여. 우리가 힘과 용기를 다해 이 시대적 과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굽어 살펴 주소서. 감사합니다.

    

2016년 8월 15일

충남도지사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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