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ruda(1904~1973). 칠레의 시인이며 외교관. 철도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10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함. 작품으로『지상의 거처』『모든 이들의 노래』1971년 노벨문학상 받음.
배회(walking around) - 파블로 네루다
때로는 사람으로 사는 게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멍하게, 양복점이나 영화관에
들어갈 때가 있다, 시원(始原)과 재의 물 위를
떠다니는 펠트 백조처럼.
이발소 냄새는 나를 소리쳐 울게 한다.
난 오직 돌이나 양털의 휴식을 원할 뿐,
다만 건물도, 정원도, 상품도, 안경도,
엘리베이터도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발이 내 손톱이 내 머리칼이
내 그림자가 꼴 보기 싫을 때가 있다.
때로는 사람으로 사는 게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그러나 붓꽃 한 송이를 꺾어 공증인을 깜짝 놀라게 한다거나
수녀의 귀싸대기를 후려갈겨 저세상으로 보내버린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꽥꽥 소리를 질러대며 시퍼런 칼을 품고
거리를 활보하다 얼어 죽는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나는 더 이상 어둠 속 뿌리이고 싶지 않다.
떨며, 꿈결인 듯 몸서리치며, 아래로,
대지의 축축한 내장 속으로 길게 뻗은 채,
매일매일 빨아들이고 생각하고 먹어치우는.
내게 닥칠 그 숱한 불행이 싫다.
더 이상 뿌리와 무덤이고 싶지 않다.
쓸쓸한 지하실이고 싶지 않다, 시체 그득한 창고이고 싶지 않다.
뻣뻣하게 얼어붙은 채, 신음하며 죽어가고 싶지 않다.
내가 죄수의 얼굴로 도착하는 걸 보면
월요일은 석유처럼 불탄다.
하루가 흐르는 동안 월요일은 찌그러진 바퀴처럼 울부짖다가
밤을 향해 핏빛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나를 밀어붙인다, 구석으로, 축축한 집으로,
창문으로 뼈다귀가 튀어나오는 병원으로,
식초 냄새 풍기는 구둣방으로,
갈라진 틈처럼 무시무시한 거리로.
내가 증오하는 집들의 문에 걸린 소름 끼치는
창자들과 유황색 새들이 있다.
커피주전자에 잊고 처박아 둔 틀니가.
수치와 공포로 울어야 했을
거울들이 있다.
도처에 우산이, 그리고 독약이, 배꼽이 있다.
나는 태연하게 거닌다, 눈을 부릅뜨고, 구두를 신은 채,
분노하며, 망각을 벗 삼아,
걷는다, 사무실과 정형외과용 의료용품점들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철사 줄에 옷이 널려 있는 마당을 지나친다.
팬티와 타월과 셔츠가 더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네루다 시선(지식을 만드는 지식) 47~49쪽

이미지출처: 영화 같은 시인, 네루다가 왔다. https://www.indiepost.co.kr/post/2493
영화 같은 시인, 네루다가 왔다
<일 포스티노>와 <네루다>는 모두 칠레의 대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모티프로 삼았다. 그러나 두 작품은 그의 일생을 지루하게 열거하는 전기 영화가 아니다. 차라리 네루다에게 헌사하는 일종의 ‘시’라고 해 두자. 이 멋진 두 편의 영화에는 우리가 몰랐던 진짜 네루다의 삶과 시가 함께 녹아 있다.
www.indiepost.co.kr
'좋은 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만해 한용운 '인연설' 1,2,3 (0) | 2019.04.29 |
|---|---|
|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9가지 원칙 (0) | 2019.04.26 |
| 갈망( Crave) - 사라 케인 (0) | 2019.04.19 |
| 낙화 - 이형기 (0) | 2019.04.12 |
|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 파블로 네루다 (0) | 2019.04.08 |
|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0) | 2019.03.22 |
| 글쓰기에 관한 조언 47가지. 보고 잊어버리기. (0) | 2019.03.21 |
| 나무를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하면 (0) | 2019.03.20 |
취업, 창업의 막막함, 외주 관리, 제품 부재!
당신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 실패만 반복하는 외주 계약,
아이디어는 있지만 구현할 기술이 없는 막막함.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명확한 학습, 실전 경험과 신뢰할 수 있는 기술력의 부재'에서 시작됩니다.
이제 고민을 멈추고, 캐어랩을 만나세요!
코딩(펌웨어), 전자부품과 디지털 회로설계, PCB 설계 제작, 고객(시장/수출) 발굴과 마케팅 전략으로 당신을 지원합니다.
제품 설계의 고수는 성공이 만든 게 아니라 실패가 만듭니다. 아이디어를 양산 가능한 제품으로!
귀사의 제품을 만드세요. 교육과 개발 실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세요.
지난 30년 여정, 캐어랩이 얻은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귀사가 성공하기까지의 긴 고난의 시간을 캐어랩과 함께 하세요.
캐어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