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2006.

지구빵집 2019. 7. 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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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2006.

 

 

<사랑할 때…>는 오랜만에 만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멜로 영화다. 극적인 순간이나 로맨틱한 상황이 거의 없는 대신 이 영화에는 삶과 사랑에 대한 조용하고 끈기 있는 응시가 담겨 있다. 가족사의 넝쿨에 뒷발이 걸려 있는 채로 서로를 향해 조금씩이나마 발돋움하려는 인구와 혜란의 모습은 어느 정도 극단적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허황되지는 않다.

 

둘의 사랑은 격정적이고 치명적인 게 아닌 탓에 심심한 맛으로 다가오지만, 지둔(遲鈍)하지만 은근한 애정은 실제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익숙한 맛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은 멜로드라마 한가운데 가족이라는 주제를 던져 넣고 정면승부한다는 점이다.

 

인구와 혜란이 가족에게서 입은 상처는 곧바로 그들이 사랑에서 입은 상처와 맞닿아 있다. 그들이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존재 때문이며, 결국 그들은 가족과 사랑,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사랑할 때…>는 이 대립돼 보이는 두 항목의 화해를 꾀한다. 명시적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않지만, 결국 그 대립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사랑을 모두 인정해야 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영화는 역설법으로 말하는 듯하다.

 

인구가 산 정상에서 내뱉는 “에이, 씨팔 좋다”는 말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 있는 이 가족과 연애의 상관관계에 대한 기분 좋은 깨달음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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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를 보며 지독하게 로맨틱하지 않다고, 너무 어른스럽다고 불평하기는 쉬운 일이다. 하지만, 영화 속 사랑이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저마다 등짐을 짊어진 수많은 사람들이 상대방까지 거드는 수고를 감수하고도 열심히 사랑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겠지만.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변승욱 감독의 데뷔작 <사랑할 때…>는 “그냥 서로를 사는” 커플들에게 위안을 주는 영화다.

 

(씨네21, 전문링크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43063)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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