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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수록 의미는 줄어든다.

지구빵집 2019. 9. 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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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수록 의미는 줄어든다.

아름다운 사람 -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거울을 보는 사람 가운데 거울을 보는 사람은 없다. 거울 속에 비친 우리 얼굴을 본다. 거울을 본다고 한다. 20대 후반을 안양, 신갈, 수원에서 연구소에 다니며 보냈다. 자취 생활을 6년 한 모양이다. 안양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한 달에 두 번은 시골집에 내려간다. 집에는 가지않고 친구들과 놀다가 밤늦게 들어가 엄마가 자리를 마련한 곳에 누워 잔다. 엄마는 '네가 집에 와서 자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라고 하셨다. 왜 그때 엄마가 차려준 밥을 팍팍 먹지 않았을까? 왜 함께 있을 때 그를 팍팍 사랑하지 않았을까?

  밤 공기가 참 좋은 계절이다. 좋은 날은 오래 계속되지 않는다. 모든 계절마다 있기는 있다. 싸늘한 공기를 막아줄 담요를 가지고 다니다가 누군가 필요할 때 꺼내 줘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두려워 할 이유도 없다. 우리도 알고보면 무서운 사람이다. 소중한 것을 소중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다. 지금 보내는 순간은 지나가도록 약속되어 있고, 지나간 것은 어차피 잊히기 마련이다. 어차피 잊힐 모든 만사를 굳이 이렇게 까지 힘들게 사냐는 게 아니다. 어차피 잊힐 테니, 절망하지 말라는 거다. 먹을 거는 팍팍 먹고, 사랑하려면 무한정 사랑하고, 삶을 아끼지 말고 살라는 말이다. 

"일단 말로 하고나면 의미가 엷어져. 그렇지?" 그가 말했다.

"그래서 말을 안 하는 거니?" 남자가 말했다.

"음, 조금은 그래." 그가 말했다.

"네가 옛날보다, 그러니까 작년보다, 지난달 보다, 어제보다 말이 많아졌어. 하하" 남자가 말했다.

  그가 시집을 샀다며 보여주었다. 지혜출판사에서 나온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시인의 좋은 시만 모아놓은 책이다. 나는 유치하다고 했지만 그는 원래 사람들은 유치한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시를 하나하나 읽어준다. 시를 읽는 목소리가 좋다면 웃었다. 나태주 시는 꾸밈이 없다. 뜯어보거나 행간을 읽을 필요도 없다. 보는 대로 느끼는 글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단순한 단어를 즐겨 사용하고, 의미는 겉으로 모두 드러나 있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문체를 나태주 시인은 가지고 있다. 꽃을 한참 들여다 본 사람이 쓴 시가 아니라 스스로 꽃이 되어 본 사람이 쓴 시다. 다른 사람들이 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을 우리도 더 없이 좋아하면서 살아도 괜찮다. -見河-

 

풀꽃 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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