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오는데, 우리는 뒤로 물러서며 노는 일이 너무 좋아서
우리만 알고 있는 사소한 비밀을 털어놓으며 남자와 가까워졌다. 중요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일을 처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다른 사람이 한 일을 다시 맡아 정리하며 마무리 짓는 일을 함께했다. 다음 할 일이 기다려졌다. 남자와 함께 하는 일은 마음에 들고, 누가 봐도 멋진 일이어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에는 항상 참석하려고 했다. 일이 진행되면서 다음에 그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와 일하는 게 즐거웠으나 오래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의 속절없는 일방적인 연민으로 그칠 것이다. 그와 지금과 다른 그 무엇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상상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이 아니었다. 그를 옆에 두고 오래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와 폐허로 남지 싶지 않았다. 오래 볼 수 있기를 기도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남자가 내게서 멀어질까 신경이 쓰여 항상 쳐다보고, 그가 다른 길로 가면 어쩌나 걱정했다. 남자가 떠나는 것은 나의 손에서 벗어난 일이라서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내 옆에 있는 한 우리는 잘 어울리면 되는 일이었다. 때때로 남자를 설득해야 했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얼굴을 보고, 좋은 것을 같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을 서로 하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언제든 끝나야 하고, 끝날지도 모르는 그를 단 한 조각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우리가 어떻게 돼도 날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못된 질문이었다. 그는 신부(神父)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바다(海洋)도 아니었다. 질문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틀리면 틀린 대로, 아니면 그뿐이었다. 남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차 묻지 않았다. 그에게 물었다. 나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어냐는 질문을 했다. 남자는 그냥 옆에 오래 있고 싶다고 했다. 그가 똑같은 질문을 나에게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남자의 발을 닦아주고 싶었다. 사랑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서로가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실제로 챙겨주고, 배려하고 움직여야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사실 모든 감정은 말하거나 행위로 나타내는 것만이 의미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네가 못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가 얼마나 잘하는데.'라고 말했다. 물론 나를 생각하고, 나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은 남자인데 억울하다는 듯 말한다. 내가 바라는 것을 그에게 너무 빨리 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내가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잘 듣는 사람이라서, 일부러 말을 줄이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옆에 있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즐겁고 편안했다.
지나고 보니 아주 먼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오는데, 우리는 뒤로 물러서며 노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고, 발끝을 간지럽히는 바닷물이 시원해서 넋을 놓고 있었다. 어느새 밀려온 바닷물이 안경, 스마트폰, 옷가지와 신발을 모두 삼켜버렸다. 뭍으로 걸어 나와서도 우리는 그 시간이 길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키득거렸다. -見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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