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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時節因緣)

지구빵집 2020. 3. 1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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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時節因緣은 중국 승려 운서주굉雲棲株宏,1535~1615이 편찬한 『선관책진』禪關策進 중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자연히 부딪혀 깨쳐서 소리가 나듯 척척 들어맞으며 곧장 깨어나 나가게 된다"라는 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인연은 때가 맞아야 이루어진다는 뜻이겠다.

 

불교에서는 인과응보를 따르는 업보의 종류를 시기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현생에 과업을 지어서 그 대가를 현생에 받는 순현업順現業, 전생에 지은 과업으로 인해 금생이나 내생에 대가를 받는 순생업順生業, 선업이나 죄업의 대가를 여러 생에 걸쳐 받는 순후업順後業을 통칭하여 삼시업三時業이라고 한다.

 

인연이 시절을 만나려면 이와 같은 과거와 현재의 업과 보의 때가 모두 맞아야 하므로, 그리하여 이제서야 만나게 된 인연은 우연이 아니고 그야말로 때를 만나 도래한 것이겠다. 이처럼 시절인연이라는 말의 본래의 뜻은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으니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거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 듯하다.

 

1.

그런데 요즘에는 이 말이 좀 다르게 다가온다. 그 시절의 인연. 즉, 그 시절이었으니 가능했던 인연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물 흐르듯이 살다 보면 한 때 지극한 마음으로 맺었던 인연도 자연히 멀어지거나 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 시절이 끝나면 당시에 맺은 인연이 끝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출처 : 내 삶의 심리학 mind(http://www.mind-journal.com)) 

 

2.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입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무진장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남도 또한 깨달음과의 만남도 그 때가 있는 법입니다.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혹은 갖고싶은 것이 있어도 시절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손에 넣을 수 없는 법입니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헤어짐도 마찬가지죠 헤어지는 것은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품안에 내 손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재물 때문에 속상해 하거나 인간 관계때문에 섭섭해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지요.

 

 

선우정아의 노래 ‘그러려니’.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순 없지만 쓸쓸히.
그러려니.

 

사회심리학자들은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을 네 가지로 정의한다 . 첫 번째 정의는 관계를 말 그대로 포기하지 않거나 끝내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정의는 관계를 특정 상태로 유지하는 것으로, 내가 우리 동네 빵집 사장님과 빵을 살 때에만 웃으며 인사하는 관계를 그 이상 발전 시키지도 않거니와 인사조차 안 하는 관계로 바꾸지도 않는 것을 뜻한다. 세 번째는 관계를 가장 만족스러운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어서, 자타공인 절친과 계속 서로 절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관계를 개선하거나 복구하는 것으로, 크게 싸운 후 절교 했던 친구에게 화해를 시도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출처 : 내 삶의 심리학 mind(http://www.mind-journal.com))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화가 존 밀레이가 나뭇꾼의 딸과 시골 지주의 아들 간의 순진무구한 사랑을 그렸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시에 따르면, 여자는 남자의 아이까지 낳았지만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탄에 이르게 되자 여자는 미치고 만다. 그들의 인연도 딱 그 정도였던 셈이다.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96. '나뭇꾼의 딸', 1851, 캔버스에 오일, 89 ⅹ 65 cm, 런던 Guildhall Art Gallery 소장. 이미지 출처: http://www.min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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