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창문을 여니 새삼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버스 운전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선 내일부터 정말 추워질 거란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니까 오늘은 여름과 작별하는 날이다. 나는 이 시절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이런 여름은 이제 없을 것 같다는 예감에 쓸쓸했다. (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
나에겐 수박으로, 누군가에겐 복숭아, 누군가에겐 팥빙수로, 소매 없는 셔츠와 샌들로, 물놀이로, 생맥주잔에 흐르는 빛나는 물방울로 기억하는 여름이 지나간다.
해마다 여름이 오면 매미 소리를 처음 들은 날을 적는다. 7월 16일 운동장 트랙을 돌며 우렁찬 매미 소리를 들었다. 그때부터 한 달이 지나면 매미 소리가 뜸하고 열흘이 지나면 나의 노트엔 마지막 들었던 날짜가 적힌다.
따끈따끈하다는 갓 나온 물건을 의미하지만 오전에 받은 책을 만져보니 정말 따뜻했다. 선선해지면 밖에 나가 놀기에 좋으니, 외출이 거의 없는 여름은 책 읽기에 적당하다. 시원한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등에 슬며시 흐르는 땀방울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책을 읽는 시간이 좋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달리고, 읽고, 일하고, 쓰고, 만들고, 먹고, 마시고, 어울리고, 보고, 쌓고, 갖고, 버리고, 끊고, 잇는, 모든 것이 우리 자신을 만들고, 우리 자신으로 살게 한다.
모든 것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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