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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러너스

2024년 11월 달리기, 어떤 일은 준비 없이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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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토요일 정모

 

거북이 선배와 달리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아 보인다고 해서 이 남자가 생각하는 생각을 말했다.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커뮤니티가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자가 비밀을 유지하는 시간은 47시간이라고 한다. 어쨌든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10km를 달렸다. 내일 JTBC 마라톤이 열리는데 모임에서는 8명 정도 출전한다. 지금은 무엇보다 집중할 때라서,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 거리를 둔다.

 

JTBC 마라톤 배번이 남아 춘천도 달리지 못했으니 달릴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감정대로 즐거움을 찾던 남자는 잠시 달릴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남자는 변했다. 계획에 없던 일이라서, 일을 마무리 짓지 못했고, 책임을 갖고 있었다. 얌전히 거부했다. 감정대로 행동하지 말고 규율과 루틴대로 행동하고, 계획대로 행동한다.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

 

항상 말없이 응원하는 미자 선배가 뒤에 와서 필자 선배 이야기를 한다. 얼마 전에 무슨 꽃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했다. 형님이 안개꽃을 좋아해서 세 다발을 사서 생일날 갖다 주었다고 했다. 배에 물이 차 저번주에 입원했고 지금은 식사도 못 하신다고 했다. 병원은 어디라고 말을 해주셨는데... 삶에서 어떤 일은 준비 없이 맞이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은 건지 모른다. 형수님과 아들과 딸의 상심은 얼마나 깊을지 상상할 수 없다. 사람이 무작정 좋아도 별로고, 몸은 장기간 쌓인 결과를 돌려준다.  

 

 

아름다운 가을

 

11월 7일 광자 필자 선배가 천국으로 떠났다. 세상을 사랑하고 매 순간 빛나고 눈부셨던 사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었지만 결국은 이겨내지 못하고 가셨다. 누구나 이 세상을 떠날 때 보면 세상이 싫은 사람처럼 갑자기 떠난다. 함께 할 때면 항상 눈부신 사람,  세상을 사랑한 사람이 어떻게 조금도 못 기다리고 허망하게 가버리는지. 감당 못할 슬픔이 밀려오면 피하려고 한다. 수잔 손택은 다음과 같이 썼다.

 

"명랑할 것, 감정에 휘둘리지 말 것, 차분할 것, 슬픔의 골짜기에 이르면 두 날개를 펼쳐라."

 

난 펼칠 날개가 없어 숨으려고 한다.

 

11월 8일 11시 아산 병원 조문. 

 

11월 9일 발인 날. 청주 감. 형님 이곳에서 고생 많았어요. 평온한 곳에서 만나요.

 

11월 14일 목요일 훈련, 관문 체육공원, 15바퀴 조깅, 200 인터벌 10회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을 갖는다. 운동장에 나가면 늘 오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달린다. 정기적인 훈련 시간에 니와 달리는 일도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다. 마음에 여유도 있어야 하고, 일에 치이지 않아야 한다. 늘 달리는 사람을 살아온 것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더 높은 것을 추구한다. 그 둘은 양립한다. 더 많이 감사할수록 더 가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11월 16일 토요일 정모, 12km, 5분 56초

 

침묵을 지키려 한다. 다른 삶을 살 때까지 얼마가 걸리든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순자 선배와 관문 운동장을 다녀왔다.

 

선배는 깊고 넓은 강을 건너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함께 있을 때 항상 눈부신 사람이라서 꽁꽁 감추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들켜버렸다.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하다. 자신을 보살펴야 하는데 형님은 제대로 보살피기는 한 건지. 시간은 지우개다. 잊어야 할 것은 잊는다. 사람에게 나쁜 것들은 현혹한다. 그것들은 시간이 가면서 선을 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

 

남자는 호기심이 많아 주의가 산만한데 집중을 잘한다. 한마디로 돌았다. 전혀 함께 할 수 없는 것들을 동시에 누리는 것은 범죄다. 부족에서는 제일 먼저 추방해야 할 대상이다. 하나도 소홀하지 않아야 하고, 모두를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할 방법을 찾는 남자는 아마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겨우 100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불쌍하다. 지나온 삶이 우리의 미래와 수명, 남은 삶을 결정한다. 

 

드러내지 않는 게 이기는 거다. 드러내고자 하는 게 무엇이든 말이다. 오직 한 일과 네가 결과로 받은 것들에 대해서만 다른 사람들이 알면 된다. 증명하려고 애쓰지 마라.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거울에 보이는 사람이다.

 

명심해라. 시간을 이기는 자가 세상을 다 갖는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인내하고 기다린다.

 

 

눈부시다. 눈부셔. 엉덩이 살이 많이 빠졌다.

 

 

11월 21일 목요일 훈련

 

과천팀은 운영회의가 있다고 자율훈련으로 대체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일정이 조금 연기되어 거지 근성을 가지고 훈련에 나온다. 15회전을 함께 달리고 나머지 10회전을 빠르게 달린다. 얼마 전에 들어온 다른 팀의 신입 회원인 대머리와 함께 달렸다. 통증 이야기, 달리기, 주의할 것들, 부상 이야기, 자신감, 거리와 빠르기는 저절로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달리기는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남은 2주가 지나면 겨울 달리기로 접어든다. 누구나 계절 감각은 가지고 있는 것이라서 느낄 수 있지만 러너에게 계절이 주는 감흥은 좀 다르다. 러너마다 여름과 겨울 중에 약한 계절이 있어서 그걸 이겨내는 일이 고역이다. 추위에 약하고 찬물이 닿으면 통증이 있는 손가락 두 개에 사구체종양이 있는지 의심한다. 토요일은 좀 일찍 나가 잠실 철교까지 하프를 뛰어볼까 한다. 12월 14일에는 시즌 마감 마라톤이 여의도 이벤트 광장에서 열린다. 

 

11월 23일 토요 정모

 

달리기 훈련에 게을러졌다. 두 개 프로젝트를 동신에 진행하느라 바빴고 이젠 달리기가 소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일은 모두 사소하다. 내가 바쁘면 다른 사람도 바쁘다. 내가 시간을 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그렇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 역시 그렇다. 

 

어젯밤에 아침 일찍 하프를 달릴까 생각했지만 역시 생각이다. 정모 시간인 8시에 맞춰 나와 예전 선배들이 늘 하던 것처럼 인라인장을 돌고 몸을 풀고 체조를 하고 등용문 한 바퀴를 돌아왔다. 환자구자 선배와 같이 갈 때는 천천히 가고, 올 때 애자경자 선배와 정자택자와 함께 약간 빠르게 달렸다. 다녀오니 9.6km 거리라서 2km를 더 달렸다. 상자숙자 선배가 오셨다. 미국에서 저번주에 한국으로 날아와 수요일까지 회의를 하고 돌아가신다. 함께 밥 먹으러 가지 않고 집에서 시킨 소고기와 김밥을 사가지고 집으로 왔다. 

 

자신은 바쁘게 살면서 왜 다른 사람이 바쁜 걸 참지를 못할까? 자신은 모두 만족하면서 다른 사람의 만족에 왜 불평을 할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하는 순간이 바로 성장이 시작하는 순간임을 알아라. 자신을 대하는 행동은 스스로 알지 못하는 순간에 심은 일종의 습관이라서 자신을 그렇게 대해도 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암묵적으로 교육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잘못 교육했다면 다시 교육이 제대로 될 때까지 행동과 태도를 바꾼다. 세상에 시간은 충분하다. 시간이 없어 못하는 일은 우리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를 갖지 못한 것도,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일을 달성하지 못한 것도 말이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쉬운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통제 가능한 사람도 없다. 세상은 그렇게 존재한다. 모든 걸 내려놓고 흐름에 맡긴다. 

 

칭찬은 주옥이 되는 지름길이다. 차라리 시기와 질투, 나쁜 말을 들어라. 나쁜 소문을 만들어 내고, 좋지 않은 말들이 돌게 하라. 그게 성장의 지름길이다.

 

마라톤 레이스 전략 처음 10마일은 머리로 달립니다. 두 번째 10마일은 다리로 달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6.2마일은 심장으로 달립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폭풍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들지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 로이 T. 베넷, 마음의 빛 Roy T. Bennett, The Light in the Heart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라 안전에 둘러싸여 있기를 원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당신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일이 당신을 넘어뜨리고 당신의 삶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돌이 있던 자리에 심장을 심어 보세요." 론 홀 Ron Hall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숨 쉴 때마다 친절을 베풀고, 존재에서 예술을 만들어내세요. 이 세상은 당신이 보기로 선택한 경이로움에 의해서만 제한됩니다." 

 

11월 30일 토요정모

 

11월 훈련이 끝났다. 달리기고 뭐고 다 싫었다. 빨리 성공하지 못한 일이 정말 한스럽게 여겨지는 달이라서 일만 했다. 부지런히 일했지만 집중하지 않아서 지지부진하다. 내 모든 걸 다 잃어도, 달리기를 잃어도 난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 다친 사람, 성공한 사람, 일찍 죽은 사람들로부터 배운 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살라는 거다. 상황이 힘들건, 좋건, 병원 신세를 지든, 서운하든 어쨌든 자신의 삶을 사는 것만 가져간다. 슬픈 일이지만 당연하다.

 

모두 털어버리고 12월 달리기를 준비한다. 달리기가 다시 삶에서 중요해지려면 목표를 분명히 세워야 한다. 

 

 

 

 

2024년 11월 훈련 결과 정리

합계
          1 2  
거리
시간
pace
          10km
1:04
6:25
 
3 4 5 6 7 8 9  
    11.3km
5:30
  x
x, 발인,엄마
 
10 11 12 13 14 15 16  
    12km
5:24
  9.5km
6:16
  12km
5:56
 
17 18 19 20 21 22 23  
    x   11.4km
5:58
  11.6km
5:52
 
24 25 26 27 28 29 30  
    x 폭설   x   11.6km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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