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명문대의 거품을 걷어내고 의심해야 할 때! 예일대학 영문학 교수였던 이 책의 저자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오랫동안 자신을 몹시 괴롭혔던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가 가르친 학생들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이었으나 비판적이며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법, 목적의식을 찾는 법 등에 관한 중대한 질문을 받으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저자는 완벽한 점수를 요구하는 학부모를 비롯해 예일대학 입학심사위원회에서 그가 직접 경험한 편향된 선발제도와 강압적인 교육 시스템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그 결과, ‘좋은 대학’이 학생들을 ‘바보 같은 착한 양’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 시스템이 애초에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거세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교육 시스템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청년들의 트라우마를 들춰내고, 깨우치게 한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 대학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학교와 교수는 학생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 자녀를 엘리트로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똑똑한 양떼’의 고해성사를 통해 얻게 되는 건 위로와 자기발견일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수많은 명문대에서 강연을 펼치며 수년 동안 재학생, 졸업생과 대화를 나누고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그들의 내적 고백을 적절히 인용하여 현 교육 시스템의 문제와 그에 대한 해법을 명쾌히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비단 미국의 ‘좋은 대학’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정신 차리고 읽어야만 한다. 미국의 명문대 따라가기에 급급한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알라딘 - 책 속으로
P. 10 엘리트 교육 시스템은 똑똑하고 유능하며 투지가 넘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소심하고 길을 잃고 지적 호기심이라고는 거의 없는, 목표의식이 부족한 학생들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특권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같은 방향으로 온순하게 걸어간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만,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P. 23 오늘날 엘리트 학생들이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유는 강박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욕망, 즉 최대한 빨리 앞서 나가야 한다는 의식 때문만이 아니다. 끈끈한 인간관계는 이들의 고통을 완화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 더 은밀한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약점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는 태도, 압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P. 32 철학자 앨런 블룸은 이렇게 썼다. “모든 교육 시스템은 특정 종류의 인간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엘리트로 성장한다는 건 성공의 잣대를 통해 스스로를 평가하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성공의 잣대를 통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그간의 노력에 보상을 받는다. 부모님은 대견해하고 선생님의 눈빛은 빛난다. 경쟁자들은 이를 간다. 그중 최고는 청춘기에 획을 긋고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것, 바로 꿈꾸던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결말에 이른 게 아니다. 게임이 끝난 게 아니다. 대학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학점, 사교클럽, 장학금, 의과대학 입학, 로스쿨 입학, 골드만삭스, 취직 등이 마법의 단어가 된다. 이것은 학생의 운명뿐만 아니라 정체성까지 결정한다. 또한 그의 가치까지. 결국 이 모든 것은 ‘학벌주의’로 이어진다. 소위 ‘스펙 쌓기’가 삶의 목표가 된다.
P. 69 명문대에 들어가기란 엄청나게 힘들다. 지난 50년 동안 늘 그래왔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하층민과 중산층이 신분상승을 원해서 벌어지는 일도, 중상류층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데서 비롯되는 일도 아니다. 사실 이는 중상류층 내에서 서열을 정하는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앞에서 팰로스는 명문대 입학을 위해 경쟁에 몰두하는 학생이 전체 중 10~15퍼센트라고 했는데, 이들의 가정은 소득 상위 10~15퍼센트에 속하는 가정과 상당히 일치한다.
P. 83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하나는 정신병적 발작을 일으키는 발레리나를 다룬 영화 〈블랙 스완Black Swan〉을 보며 자신의 친구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완벽주의에 지나치게 빠져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아이들 말이다. 러바인의 설명에 따르면, 완벽주의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라고 한다. 완벽주의는 의욕적인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부모의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아이는 스스로를 책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완벽주의는 칭찬과 정반대로, 스스로 부모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여기게 만들어 자신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P. 90 만약 “하버드대학에 들어가려면 물구나무를 서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아이들을 열심히 물구나무를 설 것이다. 부지런하고 능숙하게, 그리고 그 모든 다른 일들을 할 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말이다. 이 과정에서 원래는 그 자체로 목적이었던 활동들이 수단으로 변질된다. 이때 아이들이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리는 것은 뻔한 일이다.
P. 100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명문대가 가르치고 있는 모든 것은 ‘직업적’이라 할 수 있다. …… 대학생들은 고등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교육의 의미, 삶의 목적과 같은 중요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이 주제는 청년시절에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유명하지 않은, 이름조차 생소한 지방의 자그마한 신학대학에서 이러한 주제가 오히려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P. 110 대학은 물질적 성공을 인간의 존엄성이나 행복과 동일시하는 사회의 가치에 절대로 반기를 들지 않는다. …… 학생을 최고가 입찰자에게 팔아치우는 것, 이보다 더 이기적인 행동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이 다분히 노골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작동된다. …… 당연히 대학은 학생들이 돈벌이가 되는 직업을 좇는 것을 말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일이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을 한다고 해도 말이다. 오히려 대학은 학생들을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안해 운영하고 있다.
P. 121 교육의 목표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당신을 직장에서는 쓸모 있는 인력으로, 시장에서는 잘 속아 넘어가는 소비자로, 국가에서는 순종적인 국민으로 전락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대학의 존재 이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중요한 건 바로 온전한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다.
P. 147 한국에서 온 어느 여학생은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가던 중 철학을 공부하려 한다는 이유로 공항의 여권 대행업체 직원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내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저는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한 후 자그마한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바로 그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혼돈과 분개 속에 말이에요. …… 아버지는 제가 농사일을 배우고, 진정한 공동체를 가꾸고, 스스로 생각하며 감정적으로 치유할 시간을 갖느라 하버드대학에서 딴 학위를 허비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몇 년간 죽어라 공부해놓고 사회적으로 퇴보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요. 그건 제 이기심과 게으름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우리는 여기서 누가 상처를 받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P. 178 사실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은 훨씬 긴장을 많이 한다. 실수에 대한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요인들도 있다. 식구들 중 처음으로 대학에(하물며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의 경우다. 이들의 대학 입학은 가족이 중산층 또는 중산층을 넘어서는 기회로 간주되거나, 부모에게 안락한 노년의 삶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고려사항들은 학생들의 선택에 전적으로 다른 종류의 압력을 가한다. 수없이 들은 말이겠지만 다시 강조해야겠다. 당신의 기회를 성급하게 팔아버리지 마라.
1985년 250개 명문대 학생 중 소득 부분에서 상위 25퍼센트에 속하는 가정 출신은 전체의 46퍼센트였다. 2000년에는 그 비율이 55퍼센트로 올랐다. …… 명문대일수록 이 같은 불균형은 더욱 두드러진다. …… 이와 같은 경향이 나타난 주된 이유는 명확하다. 대학 등록금 증가가 하나의 요인인 것은 틀림없지만 정답은 아니다. 대학 입학 게임에서 경쟁력을 갖춘 아이들을 만들어내는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을수록, 아이들이 장애물을 넘게 만드는 데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가정교사, 시험준비, 그 외 시스템에 대비하기 위한 방식들은 이 과정에서 다가 아니다. 부유한 가정에서는 자녀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함으로써 아이가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을 구매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똑똑한 부모 밑에서 자란 똑똑한 아이들과 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똑똑한 선생으로 가득한 곳은 가장 끔찍한 곳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마침내 배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 머릿속에 어떤 생각도 집어넣지 말아주세요.˝라는 요청은 너무도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구나 내 아이가 교육을 받길 원한다. 하지만 누구도 내 아이가 `교육다운 교육`을 받길 원하지 않는다. (80쪽) - cobomi
사실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은 훨씬 긴장을 많이 한다. 실수에 대한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요인들도 있다. 식구들 중 처음으로 대학에(하물며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의 경우다. 이들의 대학 입학은 가족이 중산층 또는 중산층을 넘어서는 기회로 간주되거나, 부모에게 안락한 노년의 삶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고려사항들은 학생들의 선택에 전적으로 다른 종류의 압력을 가한다. 수없이 들은 말이겠지만 다시 강조해야겠다. 당신의 기회를 성급하게 팔아버리지 마라. - cobomi
엘리트 교육 시스템은 똑똑하고 유능하며 투지가 넘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소심하고 길을 잃고 지적 호기심이라고는 거의 없는, 목표의식이 부족한 학생을 만들어 낸다. - 철철대마왕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시스템에 잡아먹힌다는 걸 뜻하죠. 저는 제 친구들이 건강, 인간관계, 모험, 취미활동을 희생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정량화할 수 없으며 영혼과 마음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학점과 이력서를 위해 희생하는 거죠. - 철철대마왕
빅 스리(하버드, 예일, 프린스턴)는 이러한 상황을 온몸으로 거부했다. ‘적절한‘ 학생들의 입학을 보장하고 밀려드는 유대인 학생들을 저지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신입생 선발기준을 마련했다. 다시 말해 추천서, 면접, 운동선수 및 ‘리더‘ 출신 우대, 졸업생 자녀 특별대우(기부입학), 지리적인 안배 강조, 수학능력에 대한 평가절하 등을 내세운 것이다. - 철철대마왕
끝없이 주어진 일과 덕분에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이들은 자신이 어떠한 삶을 원하는지 모른다. 대학은 이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인할 시간이나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 vearnim
목차
- 추천의 글 _‘좋은 대학’은 없다!(김정운 _문화심리학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여는 글_ 스무 살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1부 양치기와 ‘양’
1. 우리는 똑똑한 양떼일 뿐이다
2. 무엇이 우리를 양으로 만들었을까
3. 순한 양으로 사는 법, 과도한 장애물 넘기
4. 1등급 목장, 명문대의 실제
2부 양에서 ‘인간’ 되기
5. 애초에 대학은 왜?
6. 불확실성을 견딜 수밖에 없다
7. 리더가 아닌 시민으로 키워졌다면
3부 대학이라는 ‘특권’
8. 인문학은 양을 구원할까
9. 세상 어디에도 없는 멘토
10. 대학순위가 진정 의미하는 것
4부 ‘학벌사회’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11. 엘리트주의의 불편한 진실
12. 세습될 것인가, 창조할 것인가
'개발자의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2) | 2025.06.09 |
---|---|
샘 알트먼의 OpenAI, 그 야망, 그리고 성장하는 제국에 대한 이야기 (7) | 2025.06.03 |
The Optimist: Sam Altman, OpenAI, and the Race to Invent the Future (1) | 2025.06.03 |
Empire of AI - Dreams and Nightmares in Sam Altman's OpenAI (0) | 2025.06.03 |
솔로프리너의 시대 (7) | 2025.05.21 |
인텐트 마케팅 혁명 - 검색 데이터로 고객의 욕망과 고민을 읽고 브랜드 성장을 설계하라 (6) | 2025.05.14 |
영어 글쓰기의 기본 The Elements of Style (1) | 2025.05.08 |
제임스 하비 로빈슨: '다양한 종류의 사고에 관하여' (2) | 2025.05.01 |
더욱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